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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있던 자리에 ‘산업·주거 복합공간’ 공급…“집값 안정·교육 인프라 한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시가 준공업지역에 주택을 공급하는 절차에 착수한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서울 시내 저밀 개발된 준공업지에 충분한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힌 지 이틀만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장부지가 포함된 준공업지에 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정작 변 장관이 강조한 '가격안정'과 '주택품질'과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주거 복합공간으로 개발…7000호 규모”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5일 주택공급 관련 민관 핵심기관 관계자 등과 영상 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5일 주택공급 관련 민관 핵심기관 관계자 등과 영상 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서울시와 국토교통부는 오는 7일부터 민·관합동 준공업지역 순환정비사업 공모에 들어간다고 6일 밝혔다. 준공업지역 내 노후화한 공장용지를 산업시설과 주거시설이 공존하는 ‘복합산업공간’으로 개발하는 내용이다. 서울시는 공모를 통해 시범 사업지를 발굴하고 향후 3~4곳 수준의 후보지를 선정, 총 7000호를 공급할 수 있는 부지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잇딴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 최근 고공행진 중인 서울 집값을 의식한 듯 변 장관은 지난 5일 서울시와 경기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이 참여한 간담회에서 “주택시장 조기 안정이 시급하다”며 “서울 시내에 저밀 개발 돼 있는 지하철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저층 주거지 등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면 서울 도심에서도 충분한 양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고 했다.

같은 날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의 주택종합 매매가격은 2.7% 뛰었다. 2018년(6.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재작년 1.3%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상승률이 2배 이상 높다. 전국단위로 봐도 전달 대비 집값 상승률은 10월 0.32%→11월 0.54%→12월 0.9%로 오름폭을 키우고 있다. 서울 전셋값도 3.7% 올랐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1만㎡ 이하는 '주상복합'처럼…일정 비율은 공공임대로

서울시와 국토부가 집값안정을 위해 히든카드로 내민 '준공업지역'은 경공업이나 환경오염이 적은 공장을 수용하는 곳이다. 주거·상업·업무시설이 들어설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전용공업지역과 차이가 있다. 서울 내 준공업지역은 서울 전체 면적의 3.3%인 19.98㎢다. 영등포(5.025㎢), 구로(4.277㎢), 강서(2.920㎢) 등에 몰려있다. 이번 후보지 공모 대상은 서울에 있는 3000㎡ 이상 공장용지다.

도심 공장부지에 집을 짓겠다는 발상은 그럴 듯 하지만 맹점이 있다. 준공업지다보니 주택을 공급하려면 일정 비율 이상의 ‘산업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용지가 1만㎡ 이하인 경우 대체로 한 건물에 산업·주거 시설이 공존하는 복합건물로, 1만~2만㎡인 경우는 별도 건물로 분리하도록 했다”며 “그 중 일정 비율은 공공임대 형식으로 공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집을 짓지만 결국 한 건물에 산업시설이 들어서야 하고, 공공임대도 포함해야 한다는 뜻이다.

준공업지에 공공임대 혼재…“교육여건, 가격안정 한계”

지난달 31일 서울 남산에서 본 서울 시내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서울 남산에서 본 서울 시내 모습. [연합뉴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상복합처럼 산업시설에 주거 시설이 혼재된 만큼 자녀 교육·편의 여건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이를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준공업지에 공공임대가 혼합된 구조로 주택이 들어서는 거주여건을 고려하면 변 장관이 강조한 ‘가격안정’과 ‘주택 품질’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변 장관이 밝힌 “닭장으로 폄훼되는 개성 없는 주택이 아닌 삶터를 넘어선 일터, 놀터, 돌봄의 복합적인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인프라와 주택의 품질을 높여야 한다”는 취지와는 거리가 있다.

심 교수는 또 “공공임대의 경우 전체 주택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적은 만큼 전체 집값의 안정 측면에서도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며 “서울 집값 폭등의 출발점은 ‘마·용·성’과 강남인 만큼 결국 이 인근에 대단지 민간 분양아파트를 공급하는 정책을 도외시해서는 안 된다” 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도시계획 조례를 개정해 당초 50%였던 산업시설 의무비율을 40%로 낮추고, 주택 비율을 60%까지 올렸다”며 “산업시설 중에서도 10%를 기숙사·오피스텔로 할 수 있도록 용도도 개정하고 산업 복합건물 면적의 경우 한도를 2만㎡까지 늘렸다”고 설명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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