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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강찬호 논설위원이 간다

안철수 "5년전 尹 1순위 영입하려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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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강찬호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서울시장 여론조사 1위’ 안철수 전략은

여의도 국민의당 당사에서 만난 안철수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백신 갖고 거짓말하는 것을 보고 너무나 화가 치밀었고, 서울시장 선거를 이기지 못하면 나라가 끝이란 절박감에서 출마를 결심했다. 이 절박감을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여러번 강조했다. 김성룡 기자

여의도 국민의당 당사에서 만난 안철수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백신 갖고 거짓말하는 것을 보고 너무나 화가 치밀었고, 서울시장 선거를 이기지 못하면 나라가 끝이란 절박감에서 출마를 결심했다. 이 절박감을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여러번 강조했다. 김성룡 기자

서울시장 선거가 석 달 앞으로 다가온 신년 벽두에 ‘안철수 돌풍’이 거세다. 최근 5차례 발표된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1위를 휩쓸었다. 2위인 더불어민주당의 잠재 후보 박영선 중기벤처부 장관을 최대 10%P 선까지 앞설 만큼 격차도 커 잠잠했던 서울시장 선거판이 출렁대기 시작했다.

국민의힘 입당? 중도 이탈해 안돼 #정책 경쟁 뒤 2월 단일화 논의 제시 #20대총선 때 윤석열에 비례2번 콜 #거절했지만 곧은 인품에 큰 호감

‘안철수가 보는 안철수 바람’과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한 입장을 지난달 30일과 이달 4일 안철수와의 2차례 인터뷰를 통해 재구성했다. 그는 여론조사 1위 석권에 대해 “담담히 받아들인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서울의 미래와 코로나·부동산 해법을 현장에서 제시해 시민들의 선택을 받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입당 안 하는 이유

“여론조사는 일관되게 민주당 30%대, 국민의힘 20%대에 고착돼있다. 5% 선의 열린민주당 지지율도 간과하면 안 된다. 민주당에 더하면 40%다. 그러니 국민의힘 지지층만으론 안되고 ‘민주당 싫지만 국민의힘엔 손이 안 간다’는 중도와 합리적 진보층 표가 와야만 이긴다. 내가 국민의힘에 입당하면 그 표들이 이탈할 텐데 어떡할 건가? 또 서울시장 선거는 보궐선거다. 투표율이 낮아 조직이 강한 민주당이 유리하다. 정부가 민주당을 도와줄 선심성 수단도 많다. 국민의힘 수뇌부조차 ‘우리가 지지율 10% 앞서도 여전히 불안하니 더 벌어져야 한다’고 하더라. 2011년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지지율이 바닥이었다. 그런데 당 밖의 박원순이 민주당 후보(박영선)와 단일화해 야권 통합후보가 돼 서울시장에 당선되니 민주당의 이미지가 좋아져 집권까지 했다. 이렇게 야권이 이기면 덕을 가장 많이 보는 게 제1야당이다.”

그렇다면 국민의힘 후보가 결정된 뒤 단일화하자는 건가, 아니면 원샷으로 모든 후보가 국민경선을 치러 단일화하자는 건가.
“지금 거론은 부적절하다. 1월은 정책으로 경쟁하고, 여당에서 누가 나올지도 지켜봐야 한다. 단일화 논의는 2월쯤 하는 게 어떨까 한다.”
단일화 논의가 틀어지면 완주해서 3자 대결할 생각도 있나.
“어휴, 그리되겠나. 공정한 단일화 룰만 정해지면 되는 것 아니냐. 오히려 나도 다른 후보(국민의힘)가 승복하지 않을 가능성을 걱정할 수 있다. 그걸 막기 위해 모든 후보가 ‘경선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대국민 서약을 할 필요가 있다. 만약 국민의힘 후보가 경선에서 이기면 ‘국민의힘 후보’ 대신 ‘야권 단일 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래야 외연이 확장된다.”

출마 선언 직전 김종인에 전화 … 뭔 얘기?

“지난달 20일 선언에 앞서 김종인에게 전화해 ‘아무리 대선 열심히 준비해봤자 서울시장 선거 지면 소용없다’는 원로들의 조언을 듣고 ‘고민 끝에 출마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김종인은 그냥 듣고 계시더라. 그리곤 ‘알겠다’고 하더라. (‘잘 해보라’는 덕담 같은 건 없었나?) 없었다.”

김종인은 ‘안철수가 자꾸 (합당의) 지분을 요구한다’고 비판한다. 또 ‘여론조사에서 안철수의 비호감도가 높다’고도 주장하는데.
“그런(지분 요구) 적 없다. 결단코 말씀드린다. 비호감이 높게 나왔다는 조사는 여권 지지층 응답자가 많이 포함된 조사 같더라.”
김종인이 이명박·박근혜 대통령 사과 등 당의 중도화에 노력했는데.
“비대위원장 한 사람이 아니라 당 구성원과 문화가 다 바뀌어야 한다. 그게 지지율로 나타나는 거다.”
‘안철수 사람’ 김근식·금태섭의 출사표에 영향을 받나.
“전혀 상관없었다. 야권 서울시장 후보 만드는 데 여러 사람이 참여하는 건 아주 좋은 일이다. (김종인이 금태섭을 만났다는데?) 내가 아는 금태섭은 소신이 분명해 입당할 가능성 없다. 만에 하나 입당하면 그만의 확장성을 잃게 될 테니 걱정된다.”

윤석열과의 인연 첫 공개

“내가 2016년 총선 직전 국민의당 만들면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영입하려 했다. 당시 여주지청으로 좌천돼 검사 재직 중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던 그를 비례대표로 데려오려고 만난 거다. 윤석열은 거절했지만 ‘검사로서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해 내가 굉장히 호감을 갖게 됐다.”

비례대표 순번은 남성에게 가장 높은 2번을 주려 했나.
“그럼. 당연히. 그것(2번 주는 것)도 생각했다.”
윤석열을 누구 소개로 어떻게 만났나.
“2016년 3월쯤 잘 아는 선배 정치인의 소개로 서울 시내에서 윤석열과 저녁을 먹었다. 비례대표 후보 구하러 한창 뛸 때였다.”
윤석열에게 만나자고 하니 응하던가.
“그 선배 정치인이 윤석열과 친분이 깊어 그분 권유로 윤석열이 나온 것이다. (윤석열도 나름대로 정치 생각이 있었던 것일까?) 아니었던 거로 본다. 내가 입이 무겁다. 윤석열은 내가 ‘얘기 안 한다’고 한 건 무덤까지 갖고 가는 스타일임을 알고 나왔을 것이다. 실제로 내가 그와 만나고 4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혀 얘기가 안 나왔다.”
윤석열을 만나보니 어떻던가.
“당시 자신이 처한 상황을 굉장히 객관적으로 이야기하더라. 억울하고 화날 상황이잖나. 그런데도 검사란 직업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듯했다. ‘자기 일 맡으면 제대로 할 사람’이란 느낌을 받았다. (또 만난 적 있나?) 만난 적 없다.”
시장에 당선되면 그 석 달 뒤 검찰을 나올 윤석열과 함께 정치할 생각은.
“나는 시장으로 할 일을 해야 (국민의) 인정을 받고, 윤석열도 임기(7월) 끝까지 검찰총장으로 역할을 잘하면 국민이 인정할 것이다.”
시장이 되면 성범죄 의혹을 받는 시 간부들을 색출할 건가.
“범죄엔 단호히 대처하겠다. 그와 별도로 지난 9년 동안 박원순 전 시장이 시키는 대로 업무를 했던 공무원들에게 책임을 묻는 일은 없을 거다. 박원순의 성범죄로 재보궐 선거가 치러져 1000억원 넘는 혈세가 날아갈 판이다. 그 비용은 민주당이 내야 한다.”

한때 당을 함께 했던 문재인에 대한 평가

“세상을 완전히 선과 악으로만 보더라. 본인 주변은 항상 선이고 그 밖은 악이더라. 그래서 내가 ‘(당신 주변에도) 반개혁적인 이가 있고 밖에도 개혁적인 이가 있다. 선악으로 가르지 말고 안팎의 개혁파를 모아 개혁을 추진하라’고 조언했다. 문 대통령은 들을 때는 수긍한다. 그런데 실행이 안 된다. 왜 그리 도덕적 우월감에 사로잡혀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 문 대통령과 주변 사람들의 판단 기준은 옳고 그름 대신 ‘우리 편이냐 아니냐’다. 도저히 설득해 바꿀 수가 없어 국민의당을 만든 것이다.”

안철수는 “백척간두 위기의 나라를 구하려면 정권 교체밖에 답이 없다. 그래서 원래 준비하던 대선도 포기하고 서울시장 선거에 뛰어들었다. 이 간절함을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1위? 의미 없어…국민의힘 후보가 이겨” 김종인의 치킨게임

김종인

김종인

“서울시장은 늘 얘기해온 대로 당에서 가장 적합한 후보를 만드는 게 내 책무다. 단일화는 그다음에 해야 할 거다.”

안철수의 1위 독주에 대해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4일 “의미 없다”고 일축했다. “안철수 쳐다보지 않고 독자 후보 내서 서울시장 선거 이기겠다”는 취지다.

안철수 1위가 의미 없는 이유는.
“5일 모 일간지 조사에서 안철수에 대한 서울시민의 비호감도가 62%나 나왔다. 반면 국민의힘은 후보들이 분산돼서 그렇지 1명으로 압축되면 안철수가 절대 국민의힘 못 이긴다. 안철수가 정말 단일화하고 싶다면 우리 당에 들어와 (경선)하라고 하라.”
혹시 안철수와 단일화가 불발되면 국민의힘과 민주당 후보와 안철수가 겨루는 3자 대결도 불사할 것인가.
“(단일화는) 해야 하니까, 할 수밖에 없다.”
김동연 전 부총리는 어떤가. 민주당이 밀려는 움직임이 있다.
“김동연과 접촉한 적은 없지만, 그는 민주당의 오퍼에 응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원래 대권에 생각이 있다. 서울시장 선거엔 안 나올 거다.”
오세훈·나경원도 출마할 움직임이다.
“본인들이 그런 생각 하는 듯하다. (염두에 둔 이가 있나?) 그런 생각 안 한다. 경선에 나올 사람은 다 나와서 하면 된다. (뉴페이스 데려온다더니 어떻게 됐나?) 경선을 해보면 알 거다.”
서울시장 선거 결과를 예측하면.
“우리의 승리는 확실할 거다. 여당이 잘못하면 야당이 이기게 돼 있다.”

강찬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