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박정배의 시사음식

비대면 혼밥의 시대

중앙일보

입력 2021.01.06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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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박정배 음식평론가

박정배 음식평론가

코사다난(Co事多難·코로나19+다사다난)했던 2020년이 가고 2021년이 왔지만 우리는 여전히 코로나19로 인한 거대한 전환의 한복판에 있다. 지난해 말 식품저널은 2020년 식품 관련 10대 뉴스 1위로 코로나19의 영향을 꼽았다. 농림부는 2021년 외식 트랜드를 이끌어갈 핵심어로 ‘홀로 만찬’ 등 5개를 선정했다. 여러 발표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비대면, 외식 부진과 혼밥 확대, 그리고 가정식의 귀환이다.

비대면과 가정식 사이의 공간은 모바일 주문과 배달이 이어준다. 비대면과 배달의 성행은 식당 구조를 완전히 바꿨다. 배달 매장에는 손님보다 배달 노동자들이 더 많이 들락거린다. 유명 맛집도 배달이 생존에 필수가 됐다. 외식업은 괴멸 상태의 디스토피아다. 텅 빈 식당에는 외식업 종사자의 소리 없는 아우성만이 가득하다. 외식업 종사자는 많다. 560만 자영업자 가운데 외식산업 종사자가 200만에 이를 정도다. 전체 자영업자 중의 36%에 달한다. 인구 5000만 중 20세 미만 60세 이상을 제외하면 6.6%다.

한국의 식당은 모두 67만 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의 2020 식품소비행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외식은 57.9% 감소했고, 가정 내 식사는 61.7% 증가했다. 모바일 음식 서비스 거래 금액은 2019년 3분기 2조 4338억에서 2020년 3분기 4조 4636으로 83.4% 폭증했다. 가정식이 증가했지만 예전의 가정식 문화와는 양태가 사뭇 다르다.

[사진 박정배]

[사진 박정배]

1970년대 초반 가구당 인원수는 평균 5명 이상이었지만 2018년에는 1인 가구 29.3%와 2인 가구 27.3%를 합치면 56.3%에 달한다. 2019년에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30%를 넘었다. 이제 가정식은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따듯한 밥을 먹으며 식탁에서의 단란함을 즐기는 비율보다 더 많은 혼식이나 둘만의 식사가 주를 이룬다. 그래서 ‘홀로 만찬’이라는 유명 식당의 메뉴를 집에서 혼자 먹는 외식 트랜드는 조금은 짠하다.

혼밥은 외로움을 떠나 영양 밸런스, 음식 기호 편중, 커뮤니케이션 부족 등의 문제도 일으킨다. 일본에서는 혼밥을 고쇼쿠(孤食)라고 부르다 단어가 너무 외로워 한문만 다른 고쇼쿠(個食)로 바꿔 부른다. 90년대 이후 일본도 온 가족이 모여 식사하는 공식(共食) 문화가 붕괴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이전에 이미 우리 사회는 핵가족화 흐름이 대세를 이루고 있었고, 배달 음식이 먹는 문화의 한 축이 됐지만 코로나19로 추세가 더욱 강화됐다.

우린 가족을 보통 식구(食口)로 부른다. 혈연관계가 아닌 한솥밥을 먹는 공동체적 관계에 방점을 둔 말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되는 날 세계가 어떻게 변할지는 몰라도 나는 식당에서 사람들과 모여 같이 밥 먹고 술 마실 것이다. 혼식으로는 같이 먹고 마시는 달콤한 인생의 맛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박정배 음식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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