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前 비서실장도 떠난다…고위 법관 12명 무더기 사표

중앙일보

입력 2021.01.05 17:20

업데이트 2021.01.05 17:36

다음 달 법원 정기 인사를 앞두고 현직 법원장을 포함해 10명이 넘는 고위직 법관이 대거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을 떠나는 엘리트 법관이 늘어나자 “법원이 난파선이 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고위 법관 사표, 지난해 2배

김명수 대법원장. [사진공동취재단]

김명수 대법원장. [사진공동취재단]

5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연임을 포기한 판사를 포함해 최근 12명의 고위직 법관이 사의를 표명했다. 이 중 4명은 김주현 수원고등법원장 등을 비롯해 수도권과 지방 소재 법원장이다. 최근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힌 한 법원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너무 법원에 오래 있었다, 떠날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6명의 고등법원 부장도 올해 사의를 나타냈다고 한다. 김환수ㆍ김필곤ㆍ이범균ㆍ이동근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강경구 수원 고법 부장판사 등이다. 김환수 부장판사는 2018년 2월~2019년 2월까지 김명수 대법원장의 비서실장을 지냈다. 이외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연루돼 재판을 받고 있는 임성근ㆍ이민걸 부장판사는 지난해 10월 법관 연임을 포기하고 다음 달 퇴임한다. 이들은 현재 재판 업무에서도 배제된 상태다.

이를 두고 한 고법 부장판사는 “대법원장의 곁을 지키던 사람마저 법원을 나가는 건 위험한 신호”라며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 이후 사법부의 신뢰가 하락하고 법원 내부의 각종 내홍이 쌓여 주요 법관들이 줄줄이 법원을 탈출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그야말로 법원이 난파선 신세가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력감 맴도는 법원…오래 있을 매력 없다"

고위직 판사 12명이 동시에 법원을 떠나는 건 이례적이다. 지난해 이맘때는 법원장 및 고법 판사 5명 안팎이 법복을 벗었다. 이를 두고 법원 내부에서는 “고위 법관들이 법원에 오래 남아있을 만큼 매력이 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법원장이 행사해오던 인사 권한도 사실상 사라지고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아 법원장들 사이에 무력감이 깊이 퍼져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른 부장판사는 “원로 법관이 돼서 다른 후배 부장판사들과 같이 재판 업무만 계속하는 게 부담스럽고 눈치가 보일 수 있다”고 했다.

'진보 대법원'도 영향 미쳤나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판사의 ‘마지막 승진 코스’로 불리는 대법관이 현 정권 들어 진보 성향의 법관들로 채워지는 것도 하나의 이유라는 분석이 있다. 대법원장과 대법관 13명 중 6명이 진보 성향의 우리법연구회 및 민주 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이기 때문이다. 한 부장판사는 “지금 고등법원에 있는 부장 중 대법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겠느냐”며 “아무리 열심히 업무를 해봤자 대법관도 못 되고 원로 법관으로 계속 남아있으니 그냥 사표를 내는 게 더 나은 선택이라 여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랜 경력을 지닌 엘리트 법관들이 대거 사표를 던지는 데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한 현직 판사는 “엘리트 법관들이 죄다 변호사 시장으로 나가면 재판의 질이 낮아질 수 있고, 전관예우 문제가 심해질 수 있다”며 “그 피해는 재판을 받는 일반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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