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사상 초유의 낮술 금지령···순천 국밥집 "어떻게 버티란 거냐"

중앙일보

입력 2021.01.05 16:00

업데이트 2021.01.05 17:08

코로나 여파…오후 4시까지 술 판매 금지

“점심 장사 때 반주하는 것까지 막아버리면 시장 국밥집은 어떻게 버티란 말입니까.”

“술 한잔 못 마시냐” 항의하다…4시되자 술 주문

 5일 오후 2시 전국 최초로 ‘낮술 금지령’이 내려진 전남 순천시 ‘순천웃장’. 전통시장 안에 있는 국밥거리에 순천시청 공무원들이 들어서자 시장 상인들이 일제히 하소연을 했다. 이날 상인들은 주류 판매 금지 계도·단속을 나온 공무원들을 향해 “과도한 처사 아니냐”며 항의했다.

사상 초유 ‘낮술 금지령’…국밥집 사장들 항의

5일 '낮술 금지령'이 내려진 전남 순천시 전통시장인 '순천웃장'에 오전 5시부터 오후 4시까지 주류 판매 금지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5일 '낮술 금지령'이 내려진 전남 순천시 전통시장인 '순천웃장'에 오전 5시부터 오후 4시까지 주류 판매 금지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이날 단속은 순천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이른바 낮술 금지령을 내리면서 이뤄졌다. 코로나19 사태 후 낮술 판매를 금지하고 나선 것은 순천이 처음이다.

 앞서 허석 순천시장은 지난 3일 긴급 담화문을 통해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지침에 강화된 조치를 추가하고자 4일부터 오는 17일까지 2주간 오전 5시부터 오후 4시까지 식당에서 주류 판매를 금지하는 ‘낮술 금지 행정명령’을 내린다”고 밝혔다. 순천지역에서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13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지자 나온 방역대책이다.

 순천시는 지난 4일 낮술 판매 금지를 알리는 계도와 캠페인을 벌인 데 이어 5일부터는 순천 전역에서 본격적인 단속을 벌였다. 평소 반주 삼아 낮술을 즐기던 순천웃장 국밥집에서는 술을 주문한 손님을 찾을 수 없었다.

 국밥집 사장 정춘심(70·여)씨는 “오늘 아침에도 등산 갔다가 들른 손님이 술을 시켰는데 낮술 금지령 때문에 못 판다고 하자 심하게 항의했다”며 “시장에 온 손님들이 반주 한 잔한다는데 안주면 손님이 항의하고, 주자니 옆 테이블 눈치가 보여 이래저래 속이 상한다”고 했다.

“잘못은 주점이 했는데 시장이 피해”

전남 순천에서 낮술 금지령이 시행 중인 5일 순천시 공무원이 순천시 전통시장인 '순천웃장' 국밥집에 오전 5시부터 오후 4시까지 주류 판매 금지를 알리는 공문을 붙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순천에서 낮술 금지령이 시행 중인 5일 순천시 공무원이 순천시 전통시장인 '순천웃장' 국밥집에 오전 5시부터 오후 4시까지 주류 판매 금지를 알리는 공문을 붙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순천웃장은 1928년부터 시작돼 순천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시장으로 5일과 10일 5일장이 선다. 국밥집 사장들은 “코로나19 때문에 매출이 뚝 떨어진 상황에서 그나마 손님이 올까 싶은 장날만 기다렸는데 낮술을 단속하러 나왔다”며 공무원들을 원망스럽게 바라봤다.

 아울러 국밥집 사장들은 “양심 없이 편법을 쓴 주점에 대한 단속 불똥이 성실히 방역수칙을 지켜왔던 시장으로 튀었다”는 말도 했다. 순천의 낮술 금지령은 오후 10시부터 이튿날 오전 5시까지 영업을 제한한 행정명령의 빈틈을 이용해 오전 5시 영업을 시작한 순천시 조례동의 한 주점 때문에 내려진 일종의 극약처방이어서다.

순천웃장 국밥집 사장 한성욱(51)씨는 “테이블 숫자도 줄이면서 손님도 덜 받고 지켜달라는 방역수칙은 다 준수해왔다”며 “주류 판매가 하루 매출에 5분의 1이 넘는데 오늘은 한창 점심시간이어도 손님이 없어 국밥집마다 텅텅 빈 상태”라고 했다.

오후 4시 되자 “술 달라” 손님도 

5일 전남 순천시 전통시장인 '순천웃장'의 한 국밥집 메뉴판에 오전 5시부터 오후 4시까지 주류 판매 금지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5일 전남 순천시 전통시장인 '순천웃장'의 한 국밥집 메뉴판에 오전 5시부터 오후 4시까지 주류 판매 금지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행정명령을 어기고 술을 팔다 적발되면 업주는 300만원 이하, 손님은 1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날은 낮술 금지령을 어긴 사례는 적발되진 않았지만, 주류 판매가 가능한 오후 4시가 되자 곳곳에서 술을 주문하는 일도 벌어졌다.

 한 국밥집 사장은 “어제도 오후 3시 40분께 손님 4명이 왔는데 주류 판매가 안 된다는 안내문을 보고 한참을 기다리더니 오후 4시가 되니 술을 주문하더라”며 “점잖은 손님들도 많지만 거세게 따지는 손님만 오면 화가 치민다”고 말했다.

 순천시 관계자는 “시장 국밥집 사장들이나 식당 업주들이 방역수칙을 준수하면서 코로나19 대응에 협조해주신 점을 알고 있지만 확산 방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취해진 조처”라며 “낮술 금지령에 대한 찬반 의견이 큰 만큼 추이를 살펴보면서 거리두기 강도를 조절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순천=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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