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더오래]위기의 자영업 돌파구, 구독경제…걸림돌은 ‘이것’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전호겸의 구독경제로 보는 세상(4)

자영업과 소상공인은 지금 큰 어려움에 처해있다. 이들에게 2020년 크리스마스는 기억하기조차 싫은 악몽 그 자체였다. 크리스마스 주간(12월 21~27일)의 우리나라 소상공인 매출은 2019년 대비 반 토막도 되지 않았다. IMF, 금융위기 등 기존 위기와는 다르게 이번 ‘코로나19’ 경제 위기는 실물경제가 바로 침체에 들어가는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현상이다.

소상공인 매출 추이. [중앙포토]

소상공인 매출 추이. [중앙포토]

앞으로 백신이 나오고, 코로나를 극복하더라도 이런 새로운 위기는 계속 벌어질 것이다. 현재 세계 각국은 과거 금융위기 때도 실시하지 않은 ‘양적완화’에 준하는 조치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적 만성질환을 몇 가지 앓고 있는데, 그중에서 돈이 돌지 않는 ‘돈맥경화’와 디지털정보(DB)가 서로 교류되지 않아 생기는 디지털 동맥경화인 ‘디맥경화’가 대표적이다.

‘코로나19’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돈맥경화’이다. 아무리 돈을 뿌려도 사람들이 돈을 쓸 수가 없어 돈이 돌지 않는다는 것이다. 몸 구석구석으로 피가 돌아야 하는데 아무리 새로운 혈액(자금)을 공급해도 말초혈관을 타고 돌지 못하는 것이다. 돈이 실물경제가 아닌 부동산, 주식 같은 곳으로만 흘러가 오히려 근로의욕을 떨어뜨리고, 서민의 어려움을 더 가중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서비스와 제품을 제공해 지속해서 구독료가 들어오는 구독경제를 통해 돈이 말초혈관(소상공인·자영업자)에 돌게 해주어야 한다.

구독경제는 선불제  

구독경제는 기본적으로 선불제다. 제품과 서비스를 받기 전에 미리 구독료를 선불로 지불한다. 그렇기 때문에 구독자(소비자)는 신뢰할 수 있는 구독서비스 회사와 거래하길 선호한다. ‘뜨내기장사’가 아닌 ‘단골 장사’다. 또한, 구독경제 서비스는 구독자가 ‘락인(Lock In)’되기 때문에 일부 기업이 구독서비스 시장을 선점하면 후발주자가 시장에 진입하거나 점유율을 높이기가 매우 어렵다. 결국 구독서비스 기업도 규모의 경제가 적용된다. 앞으로 그런 상황은 더 심해질 것이다.

꽃집이나 인테리어 소품점이라면 꽃이나 인테리어 소품을 정기 또는 필요할 때 배송해주는 구독 서비스도 가능하다. 카페에서는 커피 또는 브런치 등의 구독 경제도 가능할 것이다. [사진 pixabay]

꽃집이나 인테리어 소품점이라면 꽃이나 인테리어 소품을 정기 또는 필요할 때 배송해주는 구독 서비스도 가능하다. 카페에서는 커피 또는 브런치 등의 구독 경제도 가능할 것이다. [사진 pixabay]

구독서비스는 혁신이 필요한 영역이다. 혁신은 기존의 체재를 뒤엎고 새롭게 하기 때문에 혁신과정에서 많은 이가 낙오하기도 한다. 그 대상이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이 될까 봐 우려가 깊다. 하지만 방법은 있다. 물론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업종별로 영업 자체가 제한 되어 있지만, 추후에 업종별·지역별로 간단하게 참여형 구독서비스 홈페이지를 만들어서 페이스북, 블로그, 유튜브 등 각종 SNS 등을 통해 구독자를 모객할 수도 있다. 동네 식당, 호프,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면 구독경제 플랫폼을 만들어 홈페이지에 가입하는 회원에게 매일 맥주 또는 음료 한잔을 구독 서비스로 주는 것도 가능하다. 아니면 식사를 일정 금액을 내면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지불하는 금액이 적어지는 만큼 고객(구독자)은 요리나 음료를 추가로 주문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구독을 정액 금액으로 받아도 소득에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오히려 추가 수요로 인한 소득증가가 예상된다. 이미 일본에서는 이런 소상공인 구독서비스를 도입해 경제적인 효과를 보고 있으며, 여러 업종과 지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꽃집이나 인테리어 소품점이라면 꽃이나 인테리어 소품을 정기 또는 필요할 때 배송해주는 구독 서비스도 가능하다. 이미 일부 베이커리 체인에서 하고 있듯이 카페에서는 커피 또는 브런치 등의 구독 경제도 가능할 것이다. 슈퍼마켓이라면 홈페이지에서 회원을 모집해 정해진 기간마다 각종 식품을 배달해 줄 수 있다. 지역 또는 업종별로 홈페이지를 구축하면 전화 상담이나 온라인 채팅 서비스 등의 고객 AS 서비스도 함께 제공할 수 있다. 이런 아이디어가 수없이 많을 것이고, 응용하면 정말 새롭고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 새로운 기회로 다가올 것이다.

정부, 참여용 구독서비스 플랫폼 제공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안정적인 수익원일 것이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믿을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일 것이다. 구독경제는 신뢰자본이 축적되어야 하는 비즈니스모델이기 때문에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이 단골이 아닌 일반 소비자에게 신뢰를 얻기 쉽지 않다.

정부 또는 지자체가 양질의 자영업자 또는 소상공인을 발굴해 각종 제품과 서비스를 일반 소비자가 구독할 수 있게 해 줘야 한다. 정부나 지자체가 플랫폼을 제공할 수도 있다. 양질의 자영업자 또는 소상공인을 발굴해 각종 제품과 서비스를 일반 소비자가 구독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신선식품이라고 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 식품의 퀄리티에 대한 개런티를 받고 싶어 할 것이다. 신선식품을 제공할 수 있는 소상공인이 있을 수 있지만 배달이 문이다. 요즘은 신선식품이 대부분 냉장 새벽 배달이거나 ‘총알 배송’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참여형 구독서비스 플랫폼을 정부 또는 지자체 차원에서 만들어서 공동으로 배달 문제를 해결하거나, 이커머스·배달기업 등의 대기업과 협업할 수도 있다.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구독서비스 도입 또는 플랫폼 구축의 장점을 간략히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먼저 제품 및 서비스에 구독을 도입하면 1회성 상품 판매가 아닌 지속적인 상품 판매 및 크로스 셀링(cross selling, 교차판매) 등이 가능해 안정적인 수입 확보가 가능하고, 상품의 정기구독자가 많아지면 락인(Lock In)효과로 안정적인 수입이 지속해 발생해 장기적인 물품 조달 및 사업 계획을 기획하고 시행할 수 있다.

플랫폼의 경우 물건 상품 카테고리를 크게 ‘구독상품’, ‘정기배송상품’ ,‘일반상품’ 등 3개로 개편하면 다양한 상품 및 서비스 조합을 만들 수 있다. 구독서비스 플랫폼으로 전환 시 한정적인 제품(식품, 농수산물)이 아닌 다양한 물품 및 소상공인의 각종 서비스까지 큐레이션을 통한 연계 판매도 가능해진다. 업종별 또는 지역별로 구독서비스 기반의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참여용 플랫폼을 추가로 만들 수 있다면 플랫폼별로 마케팅, AS, 배달, 결제시스템 구축 등의 문제에 공동 대응할 수 있다.

내 일이 있어야 내일이 있다 

내 일(MY JOB)이 있어야 내일(TOMORROW)이 있다. 국민은 내 일을 하고, 희망찬 내일을 맞이하고 싶다.[사진 pixabay]

내 일(MY JOB)이 있어야 내일(TOMORROW)이 있다. 국민은 내 일을 하고, 희망찬 내일을 맞이하고 싶다.[사진 pixabay]

2020년 2월 중소벤처기업부의 ‘2019년도 창업기업 동향’에 따르면 전체 창업기업 숫자는 128만5259개로 2018년 대비 4.4% 감소했다고 한다. 2016년(119만개), 2017년(126만개), 2018년(134만개)으로 지속 증가해오다 2019년 처음으로 감소했다. 사실상 ‘코로나19’이전부터 경제 불황이었고, 위기가 일상이었다. 오랫동안 계속되어온 경제 불황 여파로 조기퇴직, 취업난 등으로 작게라도 내 가게, 내 회사 그리고 내 일에 도전하는 사람이 꾸준히 늘었지만, 이제는 그런 생각조차 사치인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구독경제는 신뢰자본 및 일정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기 때문에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이 독자적으로 구독서비스를 제공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업종별, 지역별 등으로 팀업이 필요하다. 미국과 일본은 팀업 개념의 구독경제와 소셜 개념을 비즈니스모델로 도입해 지금과 같은 위기에서도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다. 실제 일본에서는 소상공인(상업시설 단위) 구독서비스 도입으로 10~20배의 내방객이 증가한 성공사례도 있다. 앞으로 일본의 실제 성공 사례 및 활용 방안, 미국의 소셜 비즈니스모델의 구독 서비스화 아이디어, 정부 및 지자체 차원에서 소상공인 구독경제 플랫폼 팀업 시 활용 방안 등에 관해 기고할 예정이다.

우리에게 시간이 많지 않다. 정부, 정치권, 지자체, 그리고 우리 사회는 더 적극적으로 구독경제를 비롯해 다양한 혁신 경제 비즈니스 모델이 시장에 도입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내 일’이 있어야 내일이 있다. 국민은 내 일을 하고, 희망찬 내일을 맞이하고 싶다.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