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강인춘의 깍지외할미(2)
주인공 ‘깍지외할미’는 전라도 어느 조그마한 농촌에서 살며 아들·딸을 서울로 유학 보내 결혼까지 시켰습니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쏘아대는 욕이 정겹기만 한 욕쟁이 할매입니다. 자식들이 출가했지만 잘 살라는 뜻에서 가르침을 아끼지 않습니다. 특히 깍지(딸의 딸) 외손녀를 극진히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별명도 ‘깍지외할미’입니다. 〈편집자〉
엄마의 영원한 짝사랑, 아들
“요사 으쩐다고 에미헌티 전화 한통 없는거시여?
회사일이 바빠서 그렁가?
아님 즈그 마누래랑 쌈한 거 아녀?
흐미~ 깝깝허네잉. 그란다고 나가 먼저 전화허긴 쪼까 그렇고….
히히, 문짜라는 거 한 번 혀볼꺼나. 돋보기가 어딧제. ‘아들, 잘 있능겨?’ 오메! 깜짝이야! 우짜까? 문짜 보내자마자 금시 전화벨이 팍 울려부네.”
“엄니! 나여. 먼 일이 있소?”
“옴마나, 울 아들이여? 먼 일이 있긴 머가 있어?
심심헌께 엔습삼아 문짜라는 거, 함 너어 본거여. 후딱 받능거 봉께.
내 문짜가 잘 들어갔능가베. 히히히…. 인자 되았서야. 이만 끊자!
참! 느그 집엔 별일 없제? 니도 몸 개안허고? 똘지 에미는 으쩌냐? 똘지도 잘 놀제?”
“응, 엄니 죄송허요. 나가 요사 회사일이 쪼까 바빠서 엄니한티 전화 못 넣었그만요. 아부지도 편안하지라?”
“그려, 그려. 꺽정 놔부러라. 느그들만 잘 있으면 되았어, 이만 끈을랑께. 전화값 많이 나올라.” 찰칵!
근디 어찐다냐. 나가 쪼매 생각해봉께 괜히 문자 넣었나 보네.
심성 착한 울 아그 에미땜시롱 맴 상할까 걱정되어 죽겠당께요.
긍께 늙으면 주책이란 말이 맞는게벼요.
그나저나 일단 꽁 막혔든 가슴속은 뻥~하고 뚫리긴 혔소.
아들 목소리 들은께 요로코롬 맴이 씨언하고 존디.
아이구 우짤까? 으째 눈물이 핑하고 도는 가 몰겄네.
아이고메~ 참말로 아들 자슥은 에미가 디질 때꺼정 짝사랑 헌다는 말을 누가 혔능가 몰러.
그 말이 참말로 쪽집개요.
일러스트레이터 theore_creato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