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고령화

“임신 땐 당장 백신부터 고민” 소띠해 예고된 ‘출산율 곡소리’

중앙일보

입력 2021.01.05 05:00

산후조리원의 산모와 신생아(기사내용과 사진은 관계 없음). 중앙포토

산후조리원의 산모와 신생아(기사내용과 사진은 관계 없음). 중앙포토

#1. 지난 2일 출산한 이모(38)씨에게 지난해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이다. ‘코로나19에 걸리면 아기에게 옮기지 않을까’ ‘산부인과는 자주 가도 될까’ ‘외출해도 괜찮을까’ 생각에 임신 기간 내내 조마조마했다. 산후조리원도 집단 감염 뉴스가 나올 때마다 가슴이 덜컥해 포기했다. 이씨는 “불안하기도 하고, 가족 면회도 안 된대서 결국 산후조리원 예약을 취소했다. 산후 도우미를 쓰는 대신 남편이 육아 휴직을 길게 내고, 양가 어머니까지 모셔서 해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 워킹맘 김지혜(39)씨는 둘째를 임신한 5개월 차 산모다. 지난해 연말 보건소가 문을 닫으면서 무료 기형아 검사, 철분제 같은 복지 혜택을 받지 못했다. 첫째를 가졌을 때 효과를 봤던 임신부 요가도 하지 못했다. 김씨는 “나이도 적지 않은데 코로나19가 올 연말까지 이어질 것 같아 출산을 더 미룰 수 없었다”며 “육아 휴직을 당겨 쓰고 셀프 ‘거리두기 3단계’에 들어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2021년 새해에도 소띠 신생아 울음소리 듣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가파른 저출산 추세를 반전시킬 묘수를 좀처럼 찾기 어려운 상황에 코로나19 쇼크까지 덮치면서다. 여성 입장에선 임신을 서두를 이유를 찾기 어려워졌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역사상 처음으로 주민등록 인구가 줄었지만, 진짜 문제는 올해”라며 “코로나19로 결혼을 미루거나, 결혼했더라도 출산을 꺼린 경우가 많았던 만큼 출산율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최근 기존 대비 전염력이 70% 높은 영국발(發) ‘변이 바이러스’ 까지 나오자 임신부 불안감이 더 커졌다. 변이 바이러스는 소아ㆍ청소년 감염 위험도 높다는 보고가 나오면서다. 인터넷 맘 카페에선 고민이 그대로 묻어났다. 서울 송파구의 맘 카페에는 ‘혹시나 아기가 코로나19 감염에 노출될까 걱정된다. 임신 준비를 미뤄야 하느냐’는 글이 줄줄이 올라왔다. 임신부 최선(34)씨는 “베이비 페어’도 안 열려 출산용품은 모두 온라인에서 사야 한다. 도우미 서비스를 받는 것도 꺼림칙하다”며 “현실적으로 출산하고 싶어도 불편한 점이 늘었다”고 털어놨다.

한은 "코로나로 2022년까지 저출산 심화" 

코로나 19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 4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베이비 페어'에 참석하려는 인파가 줄을 서 있다. 뉴스1

코로나 19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 4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베이비 페어'에 참석하려는 인파가 줄을 서 있다. 뉴스1

한국은행은 직접 경고등을 켰다. 한은은 지난달 30일 발간한 ‘포스트(後) 코로나 시대 인구구조 변화 여건 점검’ 보고서에서 “코로나19가 사회 전반의 경제ㆍ심리적 불안을 키우면서 가뜩이나 연애ㆍ결혼ㆍ출산 등 세 가지를 포기하는 2030 ‘삼포’ 세대가 혼인ㆍ출산 결정을 미루거나 아예 취소하는 방향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를 쓴 김민식 한은 거시재정팀 차장은 “코로나19에 따른 혼인 감소, 임신 유예를 고려했을 때 2022년까지 적어도 2년은 저출산 심화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19 시대 출산에 대한 고민은 해외서도 마찬가지다. 미국ㆍ유럽에서 백신 접종을 시작했지만, 임산부와 모유 수유 중인 여성의 백신 접종 여부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없는 상태다. 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버지니아주 간호사 야디라리바스(임신 8개월)씨는 “백신을 맞을까 생각했지만, 산부인과 전문의와 상담한 뒤 출산 이후로 접종을 미루기로 했다. 백신이 태아에게 혹시라도 영향을 미칠까 봐 우려한다”고 말했다. WP는 그의 사연을 전하며 “미국의 임신부 수백만명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존 저출산 대책에 더해 일명 ‘코로나19 산모’를 고려한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코로나19 방역과 저출산 문제 해결을 떼어놓을 수 없는 만큼 임신·출산 방역 대책부터 촘촘히 짜야 한다”며 “임신부 수직 감염, 백신 접종, 산후조리원 안전성 등 임신·출산 관련 코로나19 정보를 명확히 전달해 불안감을 덜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코로나19 유행 기간만이라도 한정해 아빠 육아 휴직 기간을 더 늘리고 산후조리만큼은 마음 놓고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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