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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7 09:34:18

[단독] 文 '탈정치' 선언 검토...정치는 여의도에 맡긴다

중앙일보

입력 2021.01.05 05:00

지면보기

종합 06면

문재인 대통령이 2021년의 화두로 ‘청와대의 탈(脫)정치’를 선언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으며, 이는 1년 넘게 이어져온 ‘추미애ㆍ윤석열 갈등’ 등의 소모적 논쟁에서 벗어나 정책성과를 내는 데 주력한다는 취지라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4일 밝혔다.

내각·청와대 진용도 정책모드로
컨설팅사와 ‘대통령 정체성’ 논의
학계 “책임회피 신호로 읽힐 수도”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전 강원 원주시 원주역사에서 열린 저탄소?친환경 고속열차인 KTX-이음 개통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전 강원 원주시 원주역사에서 열린 저탄소?친환경 고속열차인 KTX-이음 개통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올해는 서울ㆍ부산시장 보궐선거 등 중요한 선거가 있는 해”라며 “지금이라도 정책에 집중하지 않으면 100개에 달하는 국정과제가 선거국면으로 빨려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지난 연말 인적개편을 신속히 마무리한 것, 윤석열 검찰총장 손을 들어준 행정법원의 판단에 법무부가 재심을 청구하지 않은 것 역시 깊은 고민의 결과”라고 덧붙였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조만간 ‘정책 청와대’를 표방하는 취지의 발표를 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논란에 거세질 정치 사안에서 사실상 손을 떼고 오로지 정책에만 집중한다'는 취지의 발표를 검토중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가 집권 후반기 문 대통령의 새로운 PI(President Identity·대통령의 정체성) 재설정 작업을 위해 외부 컨설팅업체와 논의를 진행중인 사실도 확인됐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국내용과 해외용 PI에 대한 외부의 의견을 반영해 향후 대통령의 행보에 참고할 것”이라고 했고, 청와대가 접촉하고 있는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청와대가 정책 분야에서의 성과, 균형ㆍ실리 외교를 통한 외교안보 성과에 집권 후반기 PI를 집중하려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미 청와대와 내각의 진용이 정책관리 모드로 전환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당초 정책실장 후보로 거론됐던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의 발탁과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한정애 의원의 사례다. 한 후보자 인선과 관련해 청와대 사정에 밝은 민주당의 핵심 관계자는 "한 의원의 입각은 노동ㆍ환경 전문가가 아닌 여당의 정책위의장을 뽑아갔다는 맥락에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가 예상되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임에 현 청와대에서 정책기획비서관·일자리수석을 지낸 정태호 의원이 거론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다만 임기를 1년 4개월 남긴 상황에서 정치 현안의 전장(戰場)을 여의도로 옮기고,청와대는 정치와 선을 긋겠다는 입장을 천명할 경우 대통령에겐 '정치적 책임을 피하려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지난해에도 이른바 '추·윤 갈등'에 대해 오랫동안 침묵을 지켰고, 이는 중도층 지지 이탈과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대통령의 모든 결정 자체가 정치적이기 때문에 정책과의 분리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며 “정책에 방점을 두는 것은 모든 정권 말기의 공통점이긴 하지만 자칫 책임회피의 시그널로 읽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면, 영수회담이 변수되나=이와 관련, 정치권에서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주도권을 쥐고 쏘아올린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 이슈에 대해서도 “여의도가 주도하는 정치의 시작을 알린 신호탄일 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새해 시작과 함께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 카드를 던졌다. 청와대에서 공식 반응을 내지 않는 가운데,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 문제는 정치권의 구도를 바꿀 수 있는 메가톤급 이슈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앙포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새해 시작과 함께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 카드를 던졌다. 청와대에서 공식 반응을 내지 않는 가운데,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 문제는 정치권의 구도를 바꿀 수 있는 메가톤급 이슈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앙포토

청와대는 일단 사면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아무런 입장이 없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3일 민주당 지도부가 '국민적 공감대와 당사자의 반성'을 사면을 위한 사실상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음에도 청와대 일각에선 "사면이 완전히 죽은 카드는 아니다"란 기류가 있다.

일부에선 이 대표가 최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의 회동에서 영수회담 의향을 탐색한 것에도 주목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영수회담이 성사되지 않아 예단하기는 곤란하지만, 회담이 성사되면 사면 논의가 당연히 테이블에 오를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오른쪽)와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이 대표는 전직 대통령의 사면과 함께 김종인 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과의 영수회담 카드를 함께 꺼내들었다. 영수회담이 성사될 경우 야당발 '사면론'이 함께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오른쪽)와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이 대표는 전직 대통령의 사면과 함께 김종인 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과의 영수회담 카드를 함께 꺼내들었다. 영수회담이 성사될 경우 야당발 '사면론'이 함께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연합뉴스

강태화ㆍ윤성민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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