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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에 받은 '김소연 녹취파일'? 박범계 권언유착 번지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소연 "6·13선거 때 불법자금 강요받아"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김소연 전 대전시의원(변호사)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이 ‘권언(權言)유착’ 논란으로 비화하고 있다. 박 후보자가 “김소연 변호사가 허위 사실을 유포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1억원 상당 손해배상을 청구한 데 대해 김 변호사는 지난 2일 박 후보자와 방송사 3곳 등을 상대로 3억원의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박 후보자와 김 변호사 간 소송전이 벌어진 것은 2019년 초 재판부에 제출한 녹취록 때문이다. 해당 녹취록은 김 변호사가 2018년 박 후보자의 불법선거자금의혹을 제기하면서 대전 지역 3개 방송사 기자들과 가진 인터뷰 녹음 중 일부였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청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청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변호사는 “당시 박 후보자가 해당 녹음 파일을 입수한 뒤 자신에게 유리한 일부 내용을 발췌해 재판부에 제출했다”고 주장한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 등을 통해 “현직 기자가 저의 허락 없이 의혹 당사자이자, 저에게 소송을 제기한 이에게 녹음 파일을 통째로 넘긴 ‘권언유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 후보자와 김 변호사의 충돌은 2018년 6·13 지방선거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 변호사는 대전시의원 당선 3개월 뒤인 2018년 9월 “박범계 의원 측으로부터 지방선거 때 불법선거자금을 강요받았다”고 폭로했다.

 김 변호사는 “박 후보자의 비서관 출신인 A씨, 박 후보자의 측근으로 불리는 B 전 대전시의원이 2018년 4월 공천 대가로 1억원 상당의 정치 자금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불법 자금 요구한 박 후보자 측근 2명 구속"

 김 변호사의 폭로 이후 대전시선거관리위원회가 2018년 10월 이 사건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검찰 수사 결과 A·B씨가 김 변호사뿐만 아니라 C 당시 대전 서구의원 예비후보에게도 5000만원을 요구해 C씨로부터 2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2018년 11월 A·B씨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이후 둘은 각각 징역 1년 4개월, 징역 1년 6개월형을 받아 복역했다.

김소연 전 대전시의원. 뉴스1

김소연 전 대전시의원. 뉴스1

 박 후보자는 2018년 11월 김 변호사가 폭로한 불법선거자금 의혹에 자신의 측근이 연루된 것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방조’ 등 자신의 연루 의혹은 부인했다.

박범계 "허위사실로 명예 훼손했다"며 소송

 2018년 12월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은 “김소연 대전시의원이 허위 사실을 공표해 당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당에서 제명했다. 같은 달 박 후보자는 “김 변호사가 허위사실을 유포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1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권언유착’ 논란은 이 민사소송 재판 과정에서도 불거졌다. 박 후보자 측 법률대리인이 2019년 초쯤 재판부에 “김 변호사가 2018년 기자들을 만나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며 당시 대화 녹음 중 일부를 증거자료로 제출했다. 약 30분 분량의 이 녹음은 김 변호사가 박 의원을 강하게 비판하던 시기인 2018년 11월 15·16일 녹음된 것이다.

“박범계, 민사소송 과정서 녹음 파일 제출” 

김소연 대전 전 시의원(왼쪽)과 박범계 법무장관 후보(오른쪽) [연합뉴스]

김소연 대전 전 시의원(왼쪽)과 박범계 법무장관 후보(오른쪽) [연합뉴스]

 김 변호사는 “당시 박 후보자 측이 이 녹음 파일을 통째로 입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녹취록 가운데 일부를 발췌해 김 변호사에 대한 소송 증거 자료로 제출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김 변호사는 “박 후보자 측에서 몰래 녹음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2019년 4월 박 후보자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대전지검에 고소했다. 검찰은 2019년 7월 “해당 사건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박 후보자를 불기소 처분했다.

 중앙일보는 김 변호사의 주장에 대한 해명을 듣기 위해 박 후보자 측에 전화를 걸었지만 연락이 닿질 않았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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