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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서 구조한 어린 황새, 1800㎞ 날아 한반도 최남단 왔다

중앙일보

입력

러시아에서 구조된 멸종위기 황새(사진 오른쪽)가 한반도 최남단 지역에서 발견됐다. 다리에 부착한 가락지를 통해 개체를 확인했다. 국립생태원

러시아에서 구조된 멸종위기 황새(사진 오른쪽)가 한반도 최남단 지역에서 발견됐다. 다리에 부착한 가락지를 통해 개체를 확인했다. 국립생태원

러시아에서 구조한 멸종위기 황새가 한반도 최남단 지역인 전라남도 해남에서 발견됐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은 세계자연기금 러시아지부가 지난해 현지에서 방사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 황새 1마리를 전라남도 해남에서 최근 발견했다고 4일 밝혔다.

러시아에서 구조된 멸종위기 황새가 재활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세계자연기금 러시아지부

러시아에서 구조된 멸종위기 황새가 재활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세계자연기금 러시아지부

세계자연기금 러시아지부는 지난해 6월 극동 러시아 프리모르스키 지역에서 탈진한 상태인 어린 황새 1마리를 구조했다. 이후 황새는 현지 재활센터에서 회복과정을 거쳐 그해 8월 13일 항카호 북부지역의 예브레이스카야 자치주에서 방사됐다.

러시아지부 연구진은 방사 이후 황새가 한반도로 이동하는 것을 확인하고, 한-러 황새 보전 공동연구 기관인 국립생태원에 이 같은 사실을 전했다.

국립생태원 연구진은 지난해 12월 25일 전남 해남에서 월동하고 있는 황새 18마리를 발견했다. 아울러 황새에 부착한 가락지를 통해 이 중 1마리가 세계자연기금 러시아 지부에서 방사한 황새임을 확인했다.

이 황새에 부착된 위치추적시스템(GPS)을 통해 이동 경로를 확인한 결과, 황새는 극동 러시아 예브레이스카야에서 방사된 이후 두만강을 지나 북한 내륙을 따라 남쪽으로 이동했고, 올해 12월 전북 김제를 거쳐 해남에 도착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사지에서 해남까지 약 1800㎞를 날아온 것이다.

러시아에서 구조된 황새의 이동 경로. 국립생태원

러시아에서 구조된 황새의 이동 경로. 국립생태원

국립생태원은 “현재 이 황새의 건강은 양호하며, 국내의 다른 17마리의 황새들과 어울려 기수역의 소하천, 저수지, 갯벌 등지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것으로 관찰됐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 3000마리 남아 

멸종위기 황새의 알과 유조의 모습. 세계자연기금 러시아지부

멸종위기 황새의 알과 유조의 모습. 세계자연기금 러시아지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으로 지정된 황새는 전 세계 3000여 마리가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 동북부인 시베리아와 연해주 남부, 중국 동북부지방에 주로 번식한다. 또, 한국과 중국 남부지역이나 양쯔강 유역, 타이완 남부지역, 홍콩, 일본 등지에서 소수의 개체가 겨울을 보낸다.

멸종위기 황새의 비행 모습. 국립생태원

멸종위기 황새의 비행 모습. 국립생태원

키 큰 나무나 인공 구조물(송전탑 등)에 둥지를 지으며 연안 습지, 갯벌, 농경지에서 주로 개구리, 미꾸리, 붕어, 뱀 등을 먹는다. 습지와 하천 매립, 개간으로 인해 서식지가 감소하고, 감전 또는 전깃줄 충돌 등으로 인해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박용목 국립생태원장은 “이번 황새의 도래는 한-러 양국이 기울인 노력의 작은 결실”이라며 “한-러 공동연구 대상지인 프리모르스키 지역에서 구조된 개체가 한반도로 이동했다는 사실은 황새 보전을 위한 국제적인 공조의 가능성과 필요성을 재확인시켜주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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