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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도둑맞은 내 표 찾아오라" 조지아주 압박 녹취 공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은 2일 브래드 라펜스버거 조지아주 국무장관에게 전화해 "1만1780표를 찾아오라"고 말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은 2일 브래드 라펜스버거 조지아주 국무장관에게 전화해 "1만1780표를 찾아오라"고 말했다. [EPA=연합뉴스]

"자 들어봐라. 내가 원하는 것은 이거다. 1만1780표를 찾아내길 바란다. 왜냐하면 우리는 조지아주에서 이겼으니까."

트럼프, 2일 라펜스버거 조지아주 국무장관에 전화 #1시간 동안 "선거 결과 번복하라" 압박하고 회유 #국무장관 "대통령님의 데이터는 틀렸다" 반박 #WP "격전지 결과 뒤집으면 재임할 수 있다고 믿는 듯"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결과를 뒤집기 위해 막판까지 주(州) 정부 고위 관료를 회유하고 압박한 정황이 공개됐다. 임기를 불과 18일 남겨둔 시점에서다. 하지만 주 관료들은 시종일관 "선거 결과는 정확하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일 브래드 래펜스퍼거 조지아주 국무장관에게 전화해 자신을 찍은 표를 "찾아오라(find)"고 종용하는 내용의 통화 녹음과 녹취록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래펜스퍼거 장관 등과 1시간 넘게 통화하면서 선거 결과를 뒤집을 수 있도록 표를 다시 세라고 압력을 가했다. 지난해 11월 3일 치러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조지아주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에게 1만1779표 차이로 졌다. 득표율 차이는 0.2%포인트였다.

그러니 트럼프 대통령이 찾아오라고 언급한 '1만1780표'는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표 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 표로 이기나 50만 표로 이기나 마찬가지 아니냐"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래펜스퍼거 장관에게 유권자 등록을 하지 않은 사람과 사망자 수천 명이 투표했고, 바이든의 표는 세 차례 스캔되며 중복으로 집계됐으며, 수천 명이 투표를 위해 불법 이주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래펜스퍼거 장관은 "글쎄요, 대통령님. 당신이 제기하는 문제, 당신이 가진 데이터는 틀렸다"고 반박했다. 그는 "우리는 그 문제에 대해 감사를 진행했고, 세 번 스캔 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망자 이름으로 5000표 가까이 행사됐다고 주장하자 래펜스퍼거 장관은 "실제 (확인된) 사례는 두 표뿐"이라고 답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투표 기계 제조사인 도미니언이 서둘러 기계를 교체하고, 기계 내부 부속을 갈았다며 '선거 사기' 주장을 이어가자 통화에 참여한 국무장관실 라이언 저머니 변호사는 단호하게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들이 투표용지 수천장을 파쇄기에 넣어 분쇄했다고 들었다"고 문제를 제기하자 래펜스퍼거 장관은 "대통령님, 소셜미디어에서는 사람들이 아무 말이나 할 수 있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이긴 선거다. 우리에게서 승리를 빼앗아가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고 했고, "내일모레면 조지아주에서 선거가 열리는데, 그 전에 상황을 바로잡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과 함께 치러진 조지아주 상원의원 선거에서는 어느 후보도 득표율 절반을 넘지 못해 오는 5일 결선 투표를 치를 예정이다.

이때까지 조지아주 선거결과를 정정하지 않으면 공화당원들이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아 데이비드 퍼듀와 켈리 래플러 공화당 후보가 낙선할 수 있다며 공화당 소속인 래펜스퍼거 장관을 압박했다.

이날 통화에서 증거가 없다며 맞서는 래펜스퍼거 장관에게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조지아주에서 졌을 리가 없다", "우리가 수십만 표 차이로 이겼다"는 말만 반복했다.

승리의 근거로 청중 동원력을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조지아주에서 크게 이겼다. 유세 규모만 봐도 알 수 있다"면서 "내가 유세하면 2만5000~3만 명이 오는데 상대방(바이든)은 100명도 못 채운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대규모 집회를 이어갔지만, 바이든 당선인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키기 위해 온라인으로 유세하거나 자동차 드라이브인 유세를 해 차이가 났다.

통화 내내 래펜스퍼거 장관을 질책하고 압박했지만, 그를 "브래드"라 부르며 달래고 사정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부정이 일어난 것을 알면서도 보고하지 않는 것은 형사 범죄에 해당한다"며 압박하다가도 "브래드, 나는 일단 1만 2000표를 찾아야 한다"고 사정하듯 말하기도 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를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안 하고 있으며, 여전히 격전지 선거결과를 뒤집으면 대통령직을 유지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조작으로 결과가 뒤바뀐 곳은 조지아주뿐만이 아니라고도 했다. 그는 "디트로이트에서는 주민의 139%가 투표했고, 펜실베이니아주는 투표자 수보다 20만 표가 더 많게 나왔고, 미시간주에서는 수없이 많은 사망자가 투표했다"라고 주장했다.

통화를 마친 뒤 트럼프 대통령과 래펜스퍼거 장관은 트위터에서 다시 맞붙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래펜스퍼거 장관과 통화 사실을 알리면서 "그는 테이블 밑에 있던 뭉텅이 표 사기, 투표 파쇄, 주(州)외 거주자의 투표, 사망자 투표 등에 대해 답변할 수 없거나 내키지 않아 했다"고 저격했다.

이에 래펜스퍼거 장관은 "존경하는 트럼프 대통령님, 당신이 하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트윗을 올렸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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