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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울프 "국가빚 급증한 韓·美·EU, 돈 더 찍어 빚 줄일 것"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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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코로나 사태가 시작 1년여 만에 중대한 변곡점을 보일 듯하다. 지금은 팬데믹 대응책을 논의할 단계는 아니다. 이제는 ‘코로나 이후’ 세계 경제를 조망해 볼 때다. 중앙일보는 유튜브 채널인 삼프로TV와 함께 지난달 중순께 세계적인 경제평론가인 파이낸셜타임스(FT)의 마틴 울프를 줌(Zoom)으로 인터뷰했다.

 울프는 “디플레이션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3월 미국과 유럽 등의 중앙은행이 공격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면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도 있었다”며 “디플레 리스크는 아주 작다”고 봤다. 대신 울프는 “완만한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 등이 돈을 많이 풀어서가 아니라 “주요 나라에서 나타난 고령화 탓에 노동력 공급이 줄어 ‘노동자 우위 시장’이 열릴 가능성 때문(고용시장 수급 불균형에 따른 임금상승)”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 유럽 각국이 코로나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재정을 팽창시켰다. 국가부채가 급증하고 있다. 울프는 “(코로나 이후에) 각국 정부가 지출을 줄이거나 세금을 올리거나 아니면 중앙은행이 돈을 더 찍어내 부채의 실질부담을 줄이는 방법 외엔 없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시대 미∙중 갈등에 대해 울프는 “바이든의 대선 승리로 미국이 좀 더 예측할 수 있고, 다자간의 관계에서 덜 보호주의적인 무역 정책을 쓸 것으로 추정할 수는 있다”며 “(다만) 현재 미∙중 갈등 관계는 별로 좋아질 것 같지 않다”고 내다봤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문에 파이낸셜타임스(FT) 마틴 울프 수석 경제평론가는 몇 달째 런던 자택에서 경제분석 칼럼을 쓰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코로나 사태가 글로벌 경제에 남긴 상흔이 어떨까.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15년도 채 되지 않은 기간 동안 우리는 다시 위기를 겪고 있다. 짧은 기간에 원인이 전혀 다른 경기침체가 잇따라 발생하는 일은 매우 이례적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문에 서방 경제의 잠재 성장률이 낮아졌다는 점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미국∙중국 무역갈등을 겪었는데, 코로나 사태로 보호무역주의가 더 심해지는 것이 아닐까.
 “조 바이든의 대선 승리로 미국이 좀 더 예측할 수 있고, 다자간의 관계에서 덜 보호주의적인 무역정책을 쓸 것으로 추정할 수는 있다. 현재 무역전쟁을 벌이는 서구권과 중국,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미∙중 갈등관계는 별로 좋아질 것 같지 않다.”

 -최근 칼럼에서 인플레이션을 우려했다. 그런데 다른 전문가들은 디플레이션을 경고하고 있다.
 “런던정경대(LSE) 찰스 굿 하트(경제학) 교수와 책을 같이 쓰고 있는데, 칼럼에서 인플레이션의 장기적 패턴을 다룬 장을 소개했을 뿐이다. 나도 지금 당장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한참 뒤에 다가올 고민거리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디플레이션이 걱정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왜 디플레이션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보나.
 “미국과 유로존(유로화 사용국), 영국 등 주요 나라의 중앙은행과 재무부가 지난해 3월 공격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면 디플레이션에 빠졌을 수 있다. 지금 디플레이션 리스크는 아주 작다고 생각한다.”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는데, 왜 그런가.
 “최근 40년 동안 중국의 개방정책이 세계 경제의 인플레이션 완화에 도움이 됐다. 중국의 값싼 노동력이 세계 각지에서 노동 비용을 낮췄다. 그런데 중국발 저물가 현상은 이미 끝났다.”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한국 등 주요 나라의 국가 부채가 빠르게 늘고 있다.
 “많은 선진국의 국가부채비율이 2차대전 직후와 견줘 아주 높다. 고령화 등으로 연금과 의료비 지출이 늘고 있다. 반면에 일해서 세금을 내는 사람은 점점 줄고 있다. (코로나 사태 등으로) 정부 지출은 더욱 빠르게 늘고 있다. 정부가 빚을 내 빚을 갚는 과정에서 실질금리가 올라갈 수 있다. 정부는 지출을 줄이거나, 세금을 올리거나, 정부가 중앙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것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실제로 어떤 방안을 선택할 것으로 보는가.
 “미래의 정부가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는 자신할 수 없지만,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내 정부의 부채를 실질적으로 줄이는 길이 선택될 것으로 본다. 돈을 찍어 정부의 빚 부담을 줄이는 일이 20년 정도 이어질 수 있다.”

 -코로나 초기 많은 전문가가 (생산시설 등의) 탈중국화를 예측했다. 정작 최근 중국의 수출은 늘었다.
 “서방 사람들은 중국산 가운데 정보기술(IT) 제품, 특히 5G 제품 등에 대해 아주 민감하다. 미국과 유럽 등은 중국 IT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중국의 기술 발전 속도도 떨어뜨리려고 할 것이다. 이런 탈중국화는 지속하리라고 본다.”

 -다른 분야는 어떨까.
 “중국은 매우 경쟁력 있는 생산지다. 다만 몇몇 기업은 위험을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생산시설을 자국으로 복귀시키려고 할 것이다. 한때 생산기지를 여러 나라에 분산하는 게 유행이었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엔 그런 경향은 점점 시들해졌다. 코로나19 이후에도 생산기지를 자국화하는 흐름은 강화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아시아 국가는 다를 수 있다.”

 -몇몇 전문가들은 글로벌 증시가 버블이라고 경고한다.
 “나는 투자 자문가가 아니다. 다만, 내가 보기에 버블은 아닌 듯하다. 현재 주요 국가들의 장기 국채의 실질금리는 마이너스다. 이런 상태가 이어진다면 현재 주식은 비싸지 않다.”

 -장기 실질금리가 오른다면 어떨까.
 “실질금리가 오른다면 주가는 조정받을 것이다. 저축이 줄고 투자도 늘지 않았는데, 실질금리가 오르는 일은 주식에는 좋지 않다. 반면에 이익이 늘어나는 시기에 실질금리가 오른다면 주식엔 그리 나쁘진 않다.”

 -기술주 거품이란 주장이 끊이지 않는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아주 멋진 사업을 하고 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사업이 의심스럽게 보이거나 망할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마틴 울프(1946년생)=1971년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경제학 연구석사(MPhil) 학위를 받았다. 세계은행에 들어가 경제분석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그는 74년에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돼 81년까지 일했다. 87년 파이낸셜타임스(FT)로 자리를 옮겨 ‘저널리즘 이코노미스트’로 변신했다. 중앙일보는 투자 전문 유튜브 채널인 삼프로TV와 공동으로 ‘글로벌 머니 톡스(Global Money Talks)’ 코너를 통해 해외 경제전문가의 깊은 분석과 전망을 소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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