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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 등 5대 범죄 사면없다"던 文, 지지율 추락에 말 바꿀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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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3일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에서 이명박ㆍ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과 관련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3일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에서 이명박ㆍ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과 관련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일 “대통령에게 (두 전직 대통령 특별사면을) 건의할 생각”이라고 말하면서 정치권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는 3일 “사면 관련해서는 청와대는 입장이 없다”(고위 관계자)며 말을 아끼고 있다.

친문 강경그룹 사면 반대 목소리 #문 대통령, 지지율 반등 모멘텀 필요 #정치권 “중도표 위해 사면 가능성”

관심사 중 하나는 이 대표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건의했을 경우 문재인 대통령이 수용할지 여부다. 문 대통령의 결정을 어렵게 할 요인 중 하나는 대통령 선거 공약이다. 문 대통령은 2017년 4월 공약집 ‘나라를 나라답게’를 발간하고, 핵심 공약 201개를 공개했다. 그 중 하나가 뇌물·알선수재·알선수뢰·배임·횡령 5대 중대 부패 범죄에 대해서는 사면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대법원으로부터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 다스(DAS) 자금을 횡령한 혐의 등이 인정돼 징역 17년을 선고받았다. 문 대통령이 사면을 하지 않겠다고 공약한 부패 범죄에 해당한다. 박 전 대통령은 아직 대법원 형 확정이 안 된 상태지만, 지난해 7월 서울고법은 파기환송심에서 재임 중 직무와 관련해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15년·벌금 180억원·추징금 2억원을 선고했다.

문 대통령이 박·이 전 대통령 사면을 단행할 경우 공약 파기라는 반발에 부닥치게 된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금 사면 논의는 법적, 제도적 논의가 아니라 정치적 논의다. 현 정부가 임기 초반엔 ‘이명박·박근혜 탓’을 했는데, 갑자기 사면한다고 하면 국민이 이해하겠나. 특히 촛불집회에 나왔던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게 우선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에서 사면에 반대하는 친문 강경 그룹의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는 것도 문 대통령에겐 부담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연합뉴스]

다만 정치권은 사면에 대한 문 대통령의 미묘한 입장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사면 수용 여부가 대선 경쟁에서 논란이 됐을 때인 2017년 4월 문 대통령은 “사면을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되자마자 바로 사면권한을 이야기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고 납득하지 못한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2019년 5월 KBS 대담에선 “두 전임 대통령께서 처한 상황, 한 분은 보석 상태이지만 여전히 재판받고 있는 상황이고 한 분은 수감중인 이런 상황은 정말 가슴 아프다”라며 “제 전임자이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제가 가장 가슴 아프고 부담도 크다”고 했다. 당시 문 대통령이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평가가 나왔다.

또 문 대통령은 취임 초반엔 정치인 중엔 정봉주 전 의원만 사면을 하는 등 ‘정치인 사면권’을 제한적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2019년 12월 이광재 민주당 의원, 곽노현 전 교육감 등을 사면하며 정치인 사면의 폭을 넓혔다. 문 사면권 사용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이 다소 무뎌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전 국무위원들과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현충탑에서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전 국무위원들과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현충탑에서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지지율 반등 모멘텀을 찾기 위해 문 대통령이 박·이 전 대통령 사면 건의를 수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현출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문 대통령에 대해 진영 논리로 국민을 편가르기했다는 비판이 컸다. 그런 비판을 만회하고, 정권 재창출을 위한 중도층 표심을 얻기 위해서도 문 대통령이 두 전직 대통령 사면 카드를 던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달 중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두 전직 대통령 대통령 사면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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