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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딸 위해 식료품 훔친 엄마...美경찰이 처벌 대신 준 선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매사추세츠주 서머셋의 경찰관 맷 리마는 크리스마스를 닷새 앞둔 지난달 20일 절도 신고를 받고 한 식료품점에 출동했다. 하지만 그가 절도 용의자에게 내민 건 수갑이 아닌 온정의 손길이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서머셋 경찰국이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한 이 사연은 2일(현지시간) CNN, 폭스뉴스 등을 통해 알려졌다.

돈 부족해 자녀 먹일 식료품 훔치다 적발 #美 경찰, 처벌 대신 음식 살 상품권 건네 #록그룹 키스 진 시몬스 "진정한 영웅"

당시 현장에 도착한 리마 경관의 눈에 들어 온 건 어린 두 아이였다. 식료품점 직원은 리마 경관에서 "아이 두 명과 함께 온 여성 두 명이 셀프 계산대에서 일부 식료품을 결제하지 않고 가방에 몰래 담아 나가려다가 적발됐다"고 진술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서머셋 경찰국 소속의 경찰관 맷 리마. 신고를 받고 출동한 식료품점에서 엄마가 두 자녀에게 성탄절 저녁을 차려 주기 위해 식료품을 훔치려한 사실을 알고 그는 자신의 돈으로 가족이 식료품을 사게 도왔다. [미 서메셋 경찰국 웹사이트]

미국 매사추세츠주 서머셋 경찰국 소속의 경찰관 맷 리마. 신고를 받고 출동한 식료품점에서 엄마가 두 자녀에게 성탄절 저녁을 차려 주기 위해 식료품을 훔치려한 사실을 알고 그는 자신의 돈으로 가족이 식료품을 사게 도왔다. [미 서메셋 경찰국 웹사이트]

리마 경관은 어린 두 아이를 보면서 같은 또래인 자신의 두 딸을 떠올렸다. 그는 아이들이 충격을 받지 않도록 용의자인 두 여성 중 한 명을 다른 곳으로 데려가 사건 경위를 물었다. 이 여성은 리마 경관에게 "(또 다른 용의자인) 아이들의 엄마는 일을 하지 않고 있고, 가정 내 문제도 있다. 아이 엄마가 가져가려 한 것은 아이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저녁 식사용 식재료였다"고 털어놓았다.

두 자녀에게 크리스마스 저녁상을 차려주고 싶었던 엄마가 돈이 부족하자 일부 식료품을 결제하지 않고 그대로 가방에 담았다는 설명이었다. 리마 경관은 이 진술을 토대로 도난 물품이 모두 식료품이고, 직원의 요구에 이를 다시 제자리에 되돌려 놓았다는 것을 확인했다.

리마 경관은 두 여성에게 다시는 이같은 범죄를 저지르지 말라고 경고하고, 따로 체포하거나 입건하진 않았다. 이어 그는 자신의 돈으로 250달러(약 27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사서 가족에게 건넸다. 덕분에 엄마와 아이들은 다른 식료품점에서 크리스마스 저녁 식재료를 살 수 있었다.

리마 경관은 현지 언론에 "나에게도 비슷한 나이의 두 딸이 있다. 두 딸이 떠올라 이 가족을 도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상품권을 건네자) 그들은 매우 놀라고, 고마워했다"면서도 "비슷한 상황에 부닥친 사람들은 다른 결과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체포되거나 법원에 가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곤궁한 상황에서 잘못된 판단을 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빚을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는 당부다.

록그룹 키스의 멤버 진 시몬스가 자신의 트위터에 리마 경관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했다. [진 시몬스 트위터 캡처]

록그룹 키스의 멤버 진 시몬스가 자신의 트위터에 리마 경관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했다. [진 시몬스 트위터 캡처]

조지 맥네일 서머셋 경찰서장은 웹사이트에 이 소식을 전하면서 "리마 경관의 행동은 (경찰이) 지역 사회의 구성원을 보호하고 봉사한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사연을 접한 전설적인 록그룹 키스의 멤버 진 시몬스는 3일 연속 트윗을 통해 "그는 진정한 영웅", "존경하고 감탄한다"며 리마 경관에 대한 칭찬을 이어갔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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