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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 보단 '세로 본능'…MZ세대가 띄운 스마트폰 ‘뉴노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네이버, 카카오, 삼성전자 등 IT 기업들이 일제히 '세로 영상'에 꽂혔다. 스마트폰을 손에 쥔 그대로 사용하는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반 출생자)의 콘텐트 소비 방식이 확산하면서다. 세로가 가로를 넘어 '뉴 노멀'로 자리잡을지 주목된다.

네이버·카카오, 라디오·예능으로 '세로 굳히기' 

카카오TV의 대표 세로 콘텐트 '페이스아이디'와 '톡이나할까' [사진 카카오]

카카오TV의 대표 세로 콘텐트 '페이스아이디'와 '톡이나할까' [사진 카카오]

지난달 28일 카카오TV엔 구혜선의 아이폰 속 사진첩과 연락처가 고스란히 공개된 영상 하나가 올라왔다. 매주 월요일 카카오TV에서 방영되는 예능 ‘페이스아이디’의 한 장면이다. 구혜선 외에도 이효리, 신예은 등 여러 스타가 거쳐간 이 영상의 특징은 가로가 아닌 세로 방향이라는 점. 스타의 스마트폰 속을 구경하는 내용인데 일반적인 동영상을 시청하듯이 가로로 보면 콘텐트를 제대로 즐길 수 없다.

카카오는 '카카오TV'에 나오는 20개 타이틀 중 7개를 세로로 제작한다. 페이스아이디, 작사가 김이나의 카톡 인터뷰 '톡이나 할까'가 대표적이다. 신종수 카카오M 디지털콘텐츠사업본부장은 "카카오 콘텐트의 핵심 키워드는 '모바일 지향'"이라며 "아이돌 직캠 등의 음악 콘텐트를 넘어 세로형 예능, 드라마를 기획 중"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도 세로 콘텐트에 공을 들이고 있다. 네이버가 2019년 9월 시작한 보이는 라디오 '나우'는 현재 서비스 중인 70개 콘텐트 모두 100% 세로 영상으로만 제작한다. 나우는 지난해 9월 기준 1년간 누적 시청자 2000만명을 모았다.

네이버의 세로형 보이는 라디오 '나우'에 출연 중인 악동뮤지션(왼쪽)과 ITZY [사진 네이버]

네이버의 세로형 보이는 라디오 '나우'에 출연 중인 악동뮤지션(왼쪽)과 ITZY [사진 네이버]

네이버와 카카오가 세로 콘텐트를 제작하는 이유는 '세로 시청'이 모바일 세상 주류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미국 모바일 분석 스타트업 사이언시아모바일의 보고서에 따르면 스마트폰 사용자의 82.5%는 동영상 사이트에서 스마트폰을 세로로 쥐고 사용한다. 가로 영상을 볼 때도 스마트폰을 돌리지 않고 작은 화면으로 시청하는 비중이 높단 뜻이다. MZ세대가 유튜브·인스타그램 등에서 영상과 댓글을 함께 감상하는 문화가 퍼진 덕이다.

정혜미 네이버 나우 리더는 "스마트폰이 익숙한 요즘 세대에겐 세로가 더 편한 비율"이라며 "단체 사진이 아닌 이상 2:3 비율로 사진 찍는 (MZ세대의) 습관에 착안해 나우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로형이기 때문에 실시간 방송 중 이뤄지는 채팅과 실시간 투표를 본 영상과 함께 자연스럽게 노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태생부터 세로인 틱톡

틱톡의 세로 라이브 공연 '틱톡 스테이지 보이스온'에 출연한 동방신기 유노윤호(왼쪽)와 한예종 세로시네마 출품작 '완벽한 식사' [사진 틱톡]

틱톡의 세로 라이브 공연 '틱톡 스테이지 보이스온'에 출연한 동방신기 유노윤호(왼쪽)와 한예종 세로시네마 출품작 '완벽한 식사' [사진 틱톡]

세로 콘텐트는 진화 중이다. 태생부터 세로 플랫폼인 틱톡은 지난해부터 '틱톡 스테이지'를 선보이고 있다. 동방신기·러블리즈 등 아이돌 그룹의 라이브 공연과 이동욱·유연석 등 배우의 랜선 팬미팅을 세로 영상으로 중계하는 식이다. 화면 구성에도 다양한 변주를 줬다. 상단은 군무와 인물 클로즈업, 하단은 무대 영상을 노출한다.

틱톡은 한국예술종합학교와 산학협력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학생들과 세로형 단편 영화를 기획하거나, 충무로영화제와 협업해 3분 길이의 세로 영화를 공개하는 등의 내용이다.

삼성·LG·테슬라도 세로 실험

LG전자는 지난해 5월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초대형 LED 세로 광고판을 설치했다. [사진 LG전자]

LG전자는 지난해 5월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초대형 LED 세로 광고판을 설치했다. [사진 LG전자]

'세로 바람'은 콘텐트·소프트웨어 업계를 넘어 하드웨어 업계에서도 확산 중이다. 삼성전자는 2019년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을 반영해 세로TV '더 세로'를 내놓고 지난해 상반기부터 미국과 유럽 등에 수출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5월 강남 삼성동에 세로 형태의 초대형 LED 사이니지(옥외 광고판)를 설치했다. 세로형 옥외 광고판은 현재 서울 강남과 종로(청계천)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자동차 업계도 속속 세로 디스플레이를 도입 중이다. 모델S와 모델X에 17인치 센터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테슬라를 시작으로 메르세데스-벤츠, 볼보, 르노삼성 등이 세로 디스플레이를 기본형으로 채택했다.

테슬라 모델S, 모델X는 17인치 세로형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테슬라 모델S, 모델X는 17인치 세로형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개인화된 삶 반영

전문가들은 세로 영상이 '개인화된 삶'을 대변한다고 분석한다. 틱톡과 협업한 이승무 한예종 아트앤테크놀로지 센터장은 "가로 영상이 2인 이상의 관계를 담기 좋은 '관계의 영상'이었다면, 세로 영상은 1인칭 클로즈업 기반으로 스토리가 전개되는 '개인의 영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집단 관람 형태의 TV·영화와 달리 모바일은 1인 관객의 몰입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세로 영상이 유리하다"며 "세로의 미학을 살릴 수 있는 다양한 기법, 스토리텔링에 대한 시도와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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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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