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계가 설 연휴(2월 11~13일)를 한 달여 앞두고 부정청탁금지법에 명시된 농·축·수산물 선물액 한도를 상향해 달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소비가 크게 줄어든 데다 지난해 사상 최장기간 장마로 농업 생산성마저 부진했던 탓이다.
위축된 소비…“명절 선물에 기댈 수밖에 없어”
사단법인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를 비롯해 농협중앙회, 수협중앙회, 산림조합중앙회 등은 최근 ‘국산 농축산물 소비 촉진을 위한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 건의문’을 국무총리실과 국민권익위원회에 보냈다. 청탁금지법상 10만원으로 정해진 농·축산물 선물 가액을 한시적으로라도 올려달라는 취지다.
한농연은 건의문에서 “올 한 해 코로나19를 비롯해 이상 저온, 유례없이 긴 장마와 집중호우, 연이은 태풍으로 농업 생산성이 현저히 낮아진 데다 코로나19로 농·축산물 소비마저 위축돼 이중고를 겪었다”고 호소했다. 또 “상황이 이렇다 보니 농촌 현장은 그 어느 때보다 명절 특수에 대한 기대가 크다”며 “차례상 차림과 명절 선물에 주로 국산 농·축산물이 활용되다 보니 농가 입장에선 이에 기댈 수밖에 처지”라고 말했다.
“10만→20만원 올리니…매출 7% 증가”
농축산물 선물 가액을 상향한 효과는 과거에도 입증된 바 있다. 정부와 국회는 지난해 추석을 한 달여 앞둔 9월 10일~10월 4일 농축산물 선물 한도를 20만원으로 상향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 농식품 선물 매출액은 재작년 대비 7% 증가했다. 축산물이 10.5%, 가공식품 7.5%, 과일 6.6%, 수산물 4.7% 늘었다.
가격대별로는 10만~20만 원대 선물 매출이 10.3% 증가했고, 20만원을 초과하는 선물의 매출은 20% 증가했다. 문제는 지난해 추석보다 올해 설 코로나19 상황이 더 심각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추석 당일인 10월 1일 전국 확진자 수는 63명에 불과했다. 전국 확진자가 1000명을 오르내리는 현재와는 상황이 달랐다.
“지난해 추석, 귀성 대신 명절 선물 대체”
귀성객이 줄더라도 선물 판매액이 늘어날 가능성은 있다. 지난해 추석 기간 코로나19 영향으로 철도 이용객과 고속버스 이용객은 각각 57%와 55% 감소하는 등 전체 이동인구가 전년보다 19% 줄었다. 하지만 농식품부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몰 매출액은 전년 대비 116%, 홈쇼핑 매출은 58.4% 증가하는 등 비대면 선물 구매가 올랐다. 농식품부는 “귀성 대신 고향 선물 보내기 등으로 농·축·수산물 소비가 활성화했다”고 분석했다.
농업계는 설 연휴가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만큼 시행령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는 보고서를 통해 “시행시기가 빨랐다면 완화 효과가 더 컸을 것이라는 유통업계의 의견이 있었다”며 “명절 한 달 전 선물세트 구성을 완료하고, 가액조정에 충분히 대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고 밝혔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인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아직 공식적으로 논의된 바는 없지만, 설 이전에 이 사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