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국공, 정규직화 한다더니...뒤에선 해고 밀어붙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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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노조원들이 지난해 7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한 항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노조원들이 지난해 7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한 항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인천국제공항공사 자회사가 비정규직 정규직화 과정에서 탈락한 소방대원에 대한 지방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판정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한 것으로 2일 확인됐다. 구제하는 대신 비정규직 해고를 밀어붙이겠다는 의미다.

직고용 과정에서 탈락한 소방대원 #지난해 11월 인천노동위, "부당해고"판정 #권익위도 "구제책 마련하라" 공사에 권고 #공사 자회사, 이에 불복해 재심청구 #"끝까지 해고를 밀어붙이겠다는 의미" #노조 "공사에선 대법원까지 간다 했다" #막대한 소송 비용 등 노사 모두 부담 #자회사 "인건비 해결되면 복직 가능"

인천공항시설관리㈜는 지난해 12월 17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인천지방노동위원회의 소방대원에 대한 부당해고 판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재심을 신청했다. 이들 소방대원은 인천공항공사가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추진하면서 진행한 직고용 과정에서 탈락했다. 직고용 절차가 진행되기 전까지 이들은 자회사의 정규직이었다. 소방대원들은 당시 "우리는 이미 정규직"이라며 직고용 방침에 반발했다.

인천공항공사 직원들과 취업준비생 등 청년들이 지난해 8월 1일 오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열린 ‘투명하고 공정한 정규직 전환 촉구 문화제’에서 졸속으로 진행된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비판하며 촛불 대신 스마트폰의 불을 밝히고 있다. 인천공항공사 직원의 길거리 시위는 창립 이래 처음이었다. 뉴스1

인천공항공사 직원들과 취업준비생 등 청년들이 지난해 8월 1일 오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열린 ‘투명하고 공정한 정규직 전환 촉구 문화제’에서 졸속으로 진행된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비판하며 촛불 대신 스마트폰의 불을 밝히고 있다. 인천공항공사 직원의 길거리 시위는 창립 이래 처음이었다. 뉴스1

직고용 과정에서 해고된 소방대원과 야생동물통제직 근로자 47명 중 2명은 인천지노위에 부당해고 심판 청구를 했다. 인천지노위는 지난해 11월 12일 "(인천국제공항공사로의) 직접 고용 전환 탈락과는 별개로 자회사와 해당 근로자는 정규직 형태의 근로계약을 했으므로 고용이 유지된다"고 판정했다. '직고용 과정에서 탈락해도 자회사의 정규직 신분을 잃는 것은 아니다'는 의미다. 따라서 인천공항공사와 자회사의 해고 조치는 부당해고라는 판정이다.

이와 관련 국민권익위도 지난해 12월 14일 해고된 근로자에 대한 구제대책 마련을 인천국제공항공사에 권고했다.

인천국제공항(인국공) 노조 조합원들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한 항의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인천국제공항(인국공) 노조 조합원들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한 항의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이 판정과 권고에 따라 해고자들은 예전처럼 자회사 정규직으로 계속 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사측이 해고 조치가 정당하다며 중노위에 재심을 요청하면서 물거품이 됐다. 재심 요청은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가 나온 지 사흘 만이다. 국민권익위의 권고마저 무시한 셈이다.

재심 청구에 앞서 자회사는 인천공항공사와 협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공항시설관리㈜ 관계자는 "공사 측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공사가) 재심을 청구하라고 직접 지시는 하지 않았지만 용인하는 형식이었다"며 "따라서 공사도 이 사안을 모두 알고, 국토교통부에도 보고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규직화 과정에서 해고된 인천공항 소방대원들이 매일 아침 출근시간에 맞춰 공항 청사 앞에서 부당해고에 항의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방침에 따라 진행된 인천공항공사의 직고용 과정에서 탈락해 해고됐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노조 제공

정규직화 과정에서 해고된 인천공항 소방대원들이 매일 아침 출근시간에 맞춰 공항 청사 앞에서 부당해고에 항의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방침에 따라 진행된 인천공항공사의 직고용 과정에서 탈락해 해고됐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노조 제공

이영재 전 인천공항 소방대노조 위원장(현 인천공항공사 노조 대외협력실장)은 "노동자를 살리겠다며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추진해놓고 정작 자회사 정규직을 부당해고하면서까지 일자리를 뺏는 것이 노동자를 살리는 정규직화냐"라며 "국토부와 인천공항공사는 이중적 행태를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호 인천공항공사 노조 위원장은 "전임 구본환 사장 때부터 인천공항공사는 '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판정이 나더라도 행정법원을 거쳐 대법원까지 간다'고 공공연하게 말했다"며 "해고를 끝까지 밀어붙이겠다는 뜻으로 구 전 사장이 나간 지금도 변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부당해고 문제가 대법원까지 이어지면 최종 결론까지 수년의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그동안 해고자들은 변호사 비용 등으로 생계에 직격탄을 맞는다. 사측도 막대한 소송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이에 대해 인천공항시설관리㈜ 고위 관계자는 "공사의 업무를 위탁받는 자회사 입장에선 공사로부터 인건비를 받아 집행하게 된다. 그런데 소방대원이나 야생동물직은 직고용 절차를 거치면서 도급이 종료돼 자회사로 인건비가 안 나온다"며 답답해했다. 그는 "공사에서 인건비 문제를 해결해 주면 직원으로 받아들이는 게 어려운 것은 아니다"며 "자회사는 정규직 전환의 참여 주체가 아니고,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주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해고된 근로자들은 매일 출근 시간에 맞춰 인천국제공항공사 청사 앞에서 2~4인씩 돌아가며 부당해고 판정 수용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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