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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늦어도 너무 늦어…佛 나흘간 겨우 138명 맞았다,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이 예상보다 느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에 고심하고 있다. 물량을 추가 투입해 초기 접종률을 높이겠다는 계획이지만 인프라 구축과 여전한 백신 불신 등 걸림돌을 우선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은 계획 대비 접종률 13% 그쳐 #인프라 부족에 '백신 불신' 등 영향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 소장이 지난달 22일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AP=연합뉴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 소장이 지난달 22일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 소장은 정부가 2차 접종을 위해 비축해 둔 백신을 미리 사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당초 2020년 연말까지 2000만 명에 백신을 접종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실제 접종자 수는 279만 명에 그쳤다. 계획했던 인원의 13% 수준이다.  

이에 우선 접종 대상자를 확대해 속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을 꺼내든 것이다. 그러나 준비된 백신을 끌어다 쓸 경우 2차 접종분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문제가 있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모더나 백신을 주입하기 위해 준비 중인 모습. [AP=연합뉴스]

모더나 백신을 주입하기 위해 준비 중인 모습. [AP=연합뉴스]

코로나19 백신은 효과를 보기 위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두 차례 맞아야 한다. 화이자 백신은 1차 접종 후 21일, 모더나 백신은 28일 뒤 한 번 더 맞는다. 이 기간을 넘기면 효과를 장담할 수 없다.

접종 속도가 느려 애태우기는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27일 접종을 시작했지만 나흘간 백신을 맞은 사람은 138명에 그쳤다. 같은 기간 독일에서 13만1626명이 맞은 것과 대조된다.

주사 놔줄 인력 없는데 무작정 배포만

미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화이자 백신 접종을 시작했지만, 6일 늦게 시작한 이스라엘보다 인구 대비 접종률이 낮다. 지난달 31일 기준 인구 100명당 접종 횟수는 이스라엘 9.18회분인 반면, 미국은 0.84에 그쳤다. 프랑스는 접종을 시작한 지 닷새가 지났지만 여전히 0이다.

지난달 31일 기준 인구 100명 당 코로나 백신 접종 횟수. [Our world in Data 캡처]

지난달 31일 기준 인구 100명 당 코로나 백신 접종 횟수. [Our world in Data 캡처]

원인은 무엇일까. 보건 전문가들은 인력과 시설 등 코로나19 상황에 필요한 인프라 부족을 꼽는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주 보건당국들은 대규모 접종을 위한 별도 시설과 추가 인력이 사전에 준비되었어야 했다고 입을 모은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능하고, 15분간 상태를 지켜볼 격리 장소 등이 필수적인데 이를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이런 시설을 준비하는 데 시간이 걸려 상당수 병원이 백신을 받고도 곧바로 접종에 들어가지 못했다.

현장에서는 일관된 지침이 없어 또 한 번 지체됐다. 연방 정부는 백신을 각 주 거점지역에 배포만 하고, 세부 지침 등은 현장 판단에 맡겼다. 정확한 안내가 없다 보니 현장은 혼돈의 연속이었다. 미 웨스트버지니아주의 한 병원에서는 우왕좌왕하다가 백신이 아닌 단일클론 항체 치료제를 주입하는 실수가 빚어지기도 했다.

인력과 자금 부족도 걸림돌이다. 크리스마스 등 연말연시 연휴로 의료진 상당수가 휴가를 떠나는 상황에 대비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여의치 않은 자금 사정에 추가 인력 확보도 어려웠다.

지난달 31일 미 웨스트버지니아주 웨인카운티 도로에 코로나19 백신 접종소로 향하는 차들이 몰렸다. [AP=연합뉴스]

지난달 31일 미 웨스트버지니아주 웨인카운티 도로에 코로나19 백신 접종소로 향하는 차들이 몰렸다. [AP=연합뉴스]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크리스마스 전후로 접종 속도가 급격히 느려졌다. 새해 연휴에 접어드는 1월 첫 주 주말까지는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신 거부감도 한 몫 

프랑스에서는 백신에 대한 거부감이 더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앞서 여론조사업체 입소스가 영국·독일 등 15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백신을 맞겠다”는 프랑스인은 40%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영국(77%), 독일(65%)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결국 정부가 대중교통을 이용 시 백신 접종 확인증 제출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추진하기에 이르렀지만, ‘보건 독재’라는 반발만 불러일으켰다. 보건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 전략을 구체화하고,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는 방식으로 국민을 설득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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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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