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백신 몰래 들여와 맞은 日고위층…스가 브레인도 있었다

중앙일보

입력 2021.01.01 14:32

업데이트 2021.01.01 14:50

중국산 코로나19 백신이 일본으로 밀반입돼 기업 경영자 등 부유층을 중심으로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고 일본 마이니치 신문이 1일 보도했다.

대기업 CEO 등 18명 시노팜 백신 접종
중국 공산당과 밀접한 컨설턴트가 반입
후생성 "의사 관리 없는 백신 접종 위험"

지난달 31일 중국 정부로부터 사용 승인을 받은 시노팜 백신. [신화=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중국 정부로부터 사용 승인을 받은 시노팜 백신. [신화=연합뉴스]

마이니치 취재에 따르면 일본에 들어온 백신은 최근 중국 정부로부터 사용 승인을 받은 시노팜 백신이다. 공산당과 관계가 깊은 중국 컨설턴트가 들여왔고, 올해 11월부터 현재까지 약 18명의 기업 경영자나 가족들이 비밀리에 접종했다.
현재까지 백신을 접종한 사람은 남성 15명, 여성 3명으로 금융·전자·IT 기업 등 일본을 대표하는 대기업 15개사의 대표와 그 가족들이라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그중에는 경제단체의 임원이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의 브레인으로 활동하는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신 접종 가격은 회당 1만엔(약 10만 5000원) 정도로, 중국 내 실제 가격인 회당 200위안(약 3만 3000원)의 3배에 달한다. 11월 초 한 일본 대기업 임원이 최초로 접종했으며 그에게 특별한 부작용이 없었다는 게 알려지면서 알음알음 재계로 퍼졌다.

이들이 일본에서 승인을 받지 않은 중국산 백신을 맞는 이유는 뭘까. 한 접종자는 마이니치에 "코로나19에 감염돼 자기관리에 소홀한 경영자로 비춰지는 것을 용납할 수 없어서"라고 말했다.

일본은 이미 화이자·모더나·아스트라제네카 등으로부터 2억 9000만회분의 백신을 확보했지만 접종은 2월 말 시작할 예정이다. 의료진·고령층부터 접종을 하게 되면 일반인이 접종 가능한 시기는 봄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을 많이 접촉해야 하는 경영인들이 몇 개월간 백신 접종을 기다리기보다 중국산이라도 입수 가능한 백신을 맞은 후 활발한 활동을 하는 쪽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29일 일본 오키나와 미군 기지에서 근무하는 주일미군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일본 오키나와 미군 기지에서 근무하는 주일미군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마이니치는 일본의 고위층을 대상으로 하는 이같은 백신 접종에는 백신을 통해 해외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 정부의 의도가 담겨있다고 분석했다. 시노팜 백신을 일본으로 들여온 남성은 친한 중국 공산당 간부로부터 "중국 제약회사와 협력해 일본 내에 중국산 백신을 널리 알려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말했다.

현재 세계적으로 접종이 시작된 화이자·모더나 백신의 경우 역사상 처음으로 개발된 'RNA 백신'으로 항체 지속기간 등이 완벽하게 증명되지 않은 상태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RNA 백신 접종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각국이 전통적인 방식으로 제작된 '사백신'인 중국산으로 고개를 돌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국내 승인을 받지 않은 백신이라도 의사의 자율 판단에 따라 환자에게 투여하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타인에게 판매·양도할 목적으로 의약품을 허가 없이 반입한 중국인 남성의 행위는 위법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후생노동성 관계자는 "의사가 관리하지 않는, 진짜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백신을 맞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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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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