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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준의 골프인사이드]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

중앙일보

입력

오전에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 리키 파울러. [AFP=연합뉴스]

오전에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 리키 파울러. [AFP=연합뉴스]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이 있다고 한다. 골프에도 그런 것 같다. PGA 투어는 오전에 출발한 경우의 평균 타수와 오후 출발 평균 타수 통계를 비교해 볼 수 있는데 확연히 차이가 나는 선수들이 있다.

리키 파울러는 2020 시즌 전형적인 아침형 인간이었다. 오전에 나가면 평균 68.05타를 쳤다. PGA 투어 전체 2등이었다. 오후에 나가면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된다. 평균 72.00타를 쳤다. 순위는 186등이다. 오전과 오후 타수 차이는 무려 3.95타였다. 하늘과 땅 차이다.

존 람은 아침에 나가면 전성기 타이거 우즈 같았다. 평균 타수 1등(67.79)이었다. 그러나 오후에 나가면 1.52타를 더 쳤다. 평균 타수 14등이다. 로리 매킬로이도 아침에 나가면 점수가 아주 좋았는데(3등) 오후에 가면 1.70타를 더 쳤다. 부문 35등에 불과하다. 아담 스콧과 패트릭 캔틀리도 성적이 잘 나오기 때문에 아침에 나가는 것을 좋아할 것이다.

오후에 나가면 성적 좋은 선수의 대표는 더스틴 존슨이다. 오후에 출발했을 때 평균 68.31타를 쳐 2등이다. 아침 일찍 나가면 힘이 빠진다. 평균 70.12타를 쳐서 78등까지 처진다. 타수 차는 1.81타다.

오후의 사나이 더스틴 존슨. [USA투데이=연합뉴스]

오후의 사나이 더스틴 존슨. [USA투데이=연합뉴스]

재미교포 케빈 나도 대표적인 오후의 선수다. 오후에 출발했을 때 69.19타로 10등이다. 오전에 출발하면 70.73타로 134등까지 처진다. 잰더 셰플리, 티럴 해튼, 웹 심슨도 오후에 나갈 때 성적이 좋다.

한국 선수 중엔 임성재가 저녁형 인간에 가깝다. 오후에 출발할 때 69.49타로 20등인데 오전에 출발하면 0.20타를 더 치고 순위는 45등으로 내려간다.

일찍 일어나 부지런히 일해 성과를 내는 사람과, 푹 자고 오후에 나가야 몸이 풀리는 스타일 중 무엇이 좋다고 할 수는 없다. 20세기까지는 얼리 버드(early bird)가 정답이었지만 요즘에는 꼭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올빼미(night owl)형이 각광받기도 한다. 1회 선제 홈런은 잊히지만, 짜릿한 막판 끝내기 한 방은 오늘의 스타로 여운이 오래 간다.

골프에서도 오후에 잘 하는 것이 좀 유리하다. 최종라운드 우승 경쟁을 하는 선수들이 늦은 시간에 출발하기 때문이다. 오후에 잘 해야 챔피언 조에서의 경쟁을 승리로 이끌기 좋다. 멘탈과 관계가 있을 것이다. 아침형 선수였던 리키 파울러와 로리 매킬로이는 우승 기회를 많이 놓쳤다. 더스틴 존슨은 2020년 최고의 성과를 냈다.

이를 한 해 퍼포먼스로 대입해도 괜찮을 것 같다. 연초에 과도하게 스퍼트를 내는 것 보다는 서서히 피치를 높여 연말에 성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

타이거 우즈는 아침에 경기하든, 오후에 경기하든 일관된 성적을 냈다. [USA투데이=연합뉴스]

타이거 우즈는 아침에 경기하든, 오후에 경기하든 일관된 성적을 냈다. [USA투데이=연합뉴스]

물론 가장 좋은 건 일관성이다. 전성기 타이거 우즈가 그랬다. 아침 7시에 출발하든 오후 3시에 출발하든 경기력 차이가 거의 없었다. 오후에 경기하면 바람이 많이 불고 그린이 평평하지 않아 불리한데 우즈는 이를 이겨냈다. 지난해 성과가 좋은 저스틴 토머스 등도 아침, 저녁 시종일관 안정적인 경기를 했다.

2021년 신축년은 소의 해다. 우직한 소처럼 연초부터 연말까지 건강한 성과를 바란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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