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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댄스는 왜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까?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강신영의 쉘 위 댄스(45)

라틴댄스의 삼바와 파소도블레는 ‘프로그레시브 댄스(Progressive Dance)’라고 해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면서 춤을 춘다. 모던댄스,또는 스탠더드 댄스인 왈츠·탱고·퀵스텝·폭스트로트·비에니즈 왈츠도 모두 그렇게 춘다. 영어로 ‘LOD(Line of Dance)’, ‘Anti Close Wise’라고 한다.

그렇다면 왜 시계 방향이 아니고 시계 반대 방향일까 의구심이 생기게 마련이다. 호수 주변을 걷는 사람이 많은 서울의 석촌호수도 시계 반대 방향으로 걸으라는 표시가 되어 있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시계 반대 방향이 많다. 육상경기, 경륜, 경마 등 트랙을 도는 경기가 모두 그렇다.

이에 대한 설명으로 지구의 자전과 공전을 꼽는 사람이 있다. 지구가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돈다는 것이다. 지구는 사람들이 남반구인 대양주, 남아메리카, 아프리카에 살기도 하지만, 북반구에 훨씬 많이 산다. 북반구에 사는 사람 위주로 모든 것이 정립되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라틴댄스의 삼바와 파소도블레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면서 춤을 춘다. 이에 대한 설명으로 지구의 자전 공전을 꼽는 사람이 있다. 지구가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돈다는 것이다. [사진 pxhere]

라틴댄스의 삼바와 파소도블레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면서 춤을 춘다. 이에 대한 설명으로 지구의 자전 공전을 꼽는 사람이 있다. 지구가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돈다는 것이다. [사진 pxhere]

사람의 심장이 왼쪽에 있어 그렇다는 주장도 있다. 사람에게는 심장이 중요한 기관이기 때문에 심장을 감싸려는 동작에 따라 왼쪽으로 기울다 보면 시계 반대방향으로 가게 된다는 것이다.

춤도 그렇다. 일단은 플로어를 돌면서 추는 춤은 한방향으로 진행한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 서로 마주보는 대면 통행이 아니라 일방통행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춤을 추다가 충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눈은 한쪽 방향에만 있어서 뒤쪽은 볼 수 없다. 빠른 속도로 진행하다 보면 서로 진행하던 속도가 있어 충돌할 경우 충격이 크다.

스탠더드 댄스는 오른쪽으로 회전하는 것이 왼쪽으로 회전하는 것보다 쉽다. 일단은 여성이 남성의 오른쪽 반쪽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댄스를 잘 모르는 사람은 남녀가 정면으로 보고서는 줄 안다. 그러나 남성 넥타이를 기준으로 약간 비켜 서서 오른쪽에 여성이 위치한다.

그 위치에서 오른쪽으로 회전해 보면 진행이 쉽다. 자연스럽다고 해서 ‘내추럴 턴(Natural Turn)’이다. 여성의 오른쪽 다리만 남성 앞에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남성이 오른발을 전진하면 여성은 왼발에 체중을 두면서 후진하기 때문에 오른발은 체중이 실리지 않는다. 여성의 다리 사이로 남성의 다리가 들어간다. 그러나 왼쪽으로 돌면 여성이 가로 막힌다. 그래서 갈비뼈 하단으로 여성을 먼저 보내고 남성이 시차를 두어 회전하게 돼 있다. 내추럴 턴을 시계 반대 방향으로 보면서 진행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래서 예비보로 시작하면서 비스듬히 시계반대 방향 벽쪽을 향해 나간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시계 반대 방향이 많다. 육상경기, 경륜, 경마 등 트랙을 도는 경기들이 모두 그렇다. [사진 pixabay]

그러고 보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시계 반대 방향이 많다. 육상경기, 경륜, 경마 등 트랙을 도는 경기들이 모두 그렇다. [사진 pixabay]

좀 더 기술적으로 설명하면, 남녀가 스탠더드 댄스를 출 때는 남성의 오른쪽 허벅지 안쪽과  여성의 오른쪽 허벅지 안쪽이 서로 닿는다. 따라서 오른쪽으로 도는 내추럴 턴은 오른쪽 허벅지 안쪽이 닿기 때문에 부담이 없는 것이다. 댄스의 과학이 숨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비에니즈 왈츠의 경우 플로어를 한 바퀴 도는 동안 대부분 오른쪽으로 회전하며 시계 반대 방향으로 가면서 춘다. 너무 한쪽으로만 돌면 어지럽기 때문에 가끔 왼쪽으로 회전하는 리버스 턴(Reverse Turn)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내추럴 턴보다 부자연스럽기 때문에 불과 몇 스텝만 하고 다시 내추럴 턴으로 돌아간다.

슬로 왈츠의 경우에도 벽을 보면서 내추럴 턴으로 시작하고 중앙으로 가야할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리버스 턴을 쓴다. 그렇게 하면서 시계 반대 방향으로 춤을 추며 진행한다. 물 흐르듯이 한쪽 방향으로 춤을 춰야 하기 때문에 방향과 속도도 맞춰야 한다. 흐름을 방해 하지 않기 위해서는 정지 동작을 구사할 경우, 벽 쪽의 진행선이 아닌 중앙으로 들어가서 그 동작을 구사하고 다시 진행 선으로 들어오게 되어 있다.

오른쪽으로 도는 것과 왼쪽으로 도는 것에는 여러 가지 배경이 있다. 오른쪽으로 도는 것이 자연스러운 이유로 오른손잡이가 대부분이라는 설이 있다. 우리나라는 왼손잡이 비율이 5% 정도이고 서양은 15% 정도까지로 우리보다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가 왼손잡이 기피증이 있어 오른손 잡이로 교육시키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오른손잡이는 오른손 위주로 사용하다 보니 왼손보다 기능이 더 우세하다. 힘도 더 세다. 손부터 발까지 그렇게 된다. 당장 운동장을 왼쪽으로 달려 보고 오른쪽으로 달려 보면 차이점을 알 수 있다. 육상 경기, 빙상 경기의 트랙도 시계 반대 방향으로 보고 돈다. 등산 할 때도 산을 한 바퀴 돌 때 시계 반대 방향으로 올라가서 내려오는 방법이 그 반대 방향으로 가는 것보다 편안하게 느껴진다.

오른쪽으로 도는 것과 왼쪽으로 도는 것에는 여러 가지 배경이 있다. 오른쪽으로 도는 것이 자연스러운 이유로 오른손잡이가 대부분이라는 설이 있다. [사진 pxhere]

오른쪽으로 도는 것과 왼쪽으로 도는 것에는 여러 가지 배경이 있다. 오른쪽으로 도는 것이 자연스러운 이유로 오른손잡이가 대부분이라는 설이 있다. [사진 pxhere]

세상의 모든 것이 오른손잡이 위주로 되어 있다. 카메라도 셔터가 오른쪽에 달려 있다. 왼손잡이가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려면 아예 거꾸로 들고 찍거나 검지를 길게 뻗어면서 화면을 가리게 된다. 악기의 구조, 손잡이의 구조 등도 오른손 잡이 위주로 되어 있다.

통계에 의하면, 세계 인구의 66%가 우측통행을 하고 있고, 도로의 72%도 우측 통행이 다. 좌측통행을 하는 나라가 섬나라라는 공통점, 영국 연방 공화국이라 그렇다는 설도 있으나 그렇지는 않다. 우리나라는 일제 식민지의 영향 하에 있을 때는 보행도로는 좌측 통행을 했으나 2009년에 법이 바뀌면서 우측통행이 일반화했다. 그에 따라 부랴부랴 전철역의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와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 배열을 바꿨다.

왼손잡이와 나란히 옆에 앉을 때 왼손잡이가 오른손잡이의 오른쪽에 있으면 팔꿈치가 자주 부딪치게 되어 서로 불편하다. 왼손잡이가 알아서 왼쪽에 앉아야 한다. 골프연습장에 가보면 가끔 왼손잡이용 드라이버 레인지가 설치된 곳도 있다. 보통 맨 끝에 둔다.

왼손잡이가 흔치 않다 보니 나름대로 왼손잡이가 유리한 점도 있다. 권투를 할 때도 그렇고 야구에서도 왼손잡이는 흔히 대하던 상대가 아니므로 오른손잡이만 상대하던 사람은 당황하게 된다.

유전학적, 또는 환경적 요인에 따라 왼손잡이가 생긴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그 어떤 것도 정답이라고 말할 수 없다. 그야말로 설에 불과하다. 세상 사람들이 정한 규칙대로 따르는 것이 편하다.

댄스 칼럼니스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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