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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완치된 97세 "최고의 치료제는 '희망'입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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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코로나 작은 영웅들 - 황영주 할머니

“코로나 들었는 분들 빨리 나으셔 가지고 퇴원하도록 해주옵소.”

확진 판정받고 한때 식사도 안 해 #의료진 헌신에 삶의 의지 되찾아 #“코로나 든 분들, 집에 가길 빕니다”

97세 할머니의 새해 소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긴 국내 최고령 황영주(97·사진) 할머니는 또박또박 이렇게 말했다. 아들 홍효원(73)씨가 할머니의 평소 바람을 보탰다.

황영주 할머니

황영주 할머니

“환자나 보호자 모두 절대 희망의 끈을 놓으면 안 됩니다. 아무리 고약한 병도 가족의 사랑으로 극복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가 지구촌을 휩쓴 지 1년 지났다. 새해에도 코로나19와 같이 살아야 하는 슬픈 현실이다. 31일 0시 기준 한국의 누적 확진자는 6만740명, 완치자는 4만2271명(해외 유입 제외)이다.

코로나19가 아무리 우리를 괴롭혀도 여기서 멈출 수 없다. 감염자의 70%가 완치됐다. 보이지 않는 작은 영웅들의 피와 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작은 영웅들은 한결같이 강조한다. “코로나19, 이길 수 있다”고. 중앙일보는 그들의 희망 메시지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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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할머니는 12일 만에 코로나를 극복했다. 평균 입원기간(20.7일)의 약 절반 만에 꿋꿋이 일어났다. 지난해 12월 23일 오후 경북 청도군 각남면 집에서 만난 황 할머니는 불과 몇 달 전 코로나19로 입원했다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건강한 모습이었다. 거동에 문제가 없고, 가끔 의사를 표현하는 데도 지장이 없었다. 할머니는 “여기까지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다”며 취재진을 반겼다. 황 할머니는 동네의 효자손 노인주간보호센터를 다녀온 뒤 집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던 참이었다.

할머니는 지난해 3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포항의료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다.

감염자 중 70% 이미 나아…황 할머니 “100세 앞둔 나도 극복”

홍씨는 “어머니가 입원 직후만 해도 식음을 전폐하고 치료 의지가 없었다. 가족과 떨어지니 외로움에 삶의 끈을 놓으려 하신 것 같다”며 “그렇지만 의료진의 헌신적인 치료를 받고 이겨내셨다”고 했다. 황 할머니는 “100세를 바라보는 나도 이겼는데, 코로나19를 극복하지 못할 이유가 있겠나”라고 말했다.

할머니는 입원 중 오히려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아들을 걱정했다고 한다. 모자는 홍씨가 위암 수술을 받고 나서 공기 좋은 곳을 찾아 2002년 청도로 이사했다. 황 할머니는 약간의 치매와 우울증을 앓고 있다. 홍씨가 효자손 노인주간보호센터로 어머니를 안내했다. 할머니는 이곳에서 체조와 레크리에이션 등으로 또래들과 어울리면서 치매 증세가 호전됐다. 코로나19 입원 때는 주간보호센터 직원들이 매일 “건강히 퇴원하셔서 다시 친구들과 즐겁게 지내자”고 전화로 응원했다고 한다. 황 할머니는 노인센터에서 한문과 산수 공부, 그림 그리기, 퍼즐 게임을 즐긴다. 한문과 산수를 특히 좋아한다. 가리는 음식이 없다. 채소를 특히 좋아하고, 곶감·떡 같은 간식을 즐긴다.

황 할머니와 홍씨는 “연말연시 사회적 거리두기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홍씨는 “어머니처럼 연세가 많은 분은 젊은이들보다 훨씬 철저한 위생관리와 방역수칙 준수가 필요하다”며 “올해만큼은 사람들과의 만남을 미루고 조용하게 보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황 할머니가 강조한 최고의 치료제는 바로 ‘희망’이었다. 할머니는 “거리두기를 철저히 하고 병에 걸리더라도 희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들 홍씨는 “어머니처럼 희망의 끈만 놓지 않는다면 반드시 코로나19는 극복할 수 있다”며 “연세가 많다고, 지병이 있다고 삶의 끈을 놓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 할머니의 마지막 당부다. “코로나 든 분들 빨리 집으로 도착하도록 빕니다.”

청도=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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