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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에 미끄러지는 버스, 시민들이 온몸으로 막아 세웠다 [영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30일 오후 7시쯤 제주시청 고산동산 인근 도로. 시민 30여 명이 눈길에서 미끄러지는 시내버스를 온몸으로 막아서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이날 오후 내내 내린 눈이 녹아 빙판길이 되자 이 곳을 운행하던 버스가 가파른 도로를 오르지 못하고 멈춰섰기 때문이다.

우르르 모여 힘 모아 빙판길 사고 막아 #한라산 5·16도로-1100도로 전면 통제

 당시 버스는 앞으로 나아가려 했지만 가파른 경사 때문에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미끄러지는 상황이었다. 도로 전체가 빙판으로 변하는 바람에 바퀴의 힘이 바닥까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서다. 미끄러져 내려오는 앞 버스와의 충돌을 피하기 뒤에 있던 또 다른 시내버스도 깜짝 놀라 후진을 하는 모습도 연출됐다. 아찔한 상황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어떡해, 안돼” 등 연신 탄성을 쏟아내기도 했다.

많은 눈이 내린 31일 제주시 노형오거리에 차들이 서행하고 있다. 이날 제주 곳곳에는 눈이 쌓이면서 교통체증이 발생했다. 뉴스1

많은 눈이 내린 31일 제주시 노형오거리에 차들이 서행하고 있다. 이날 제주 곳곳에는 눈이 쌓이면서 교통체증이 발생했다. 뉴스1

 이 과정에서 시민 30여 명이 미끄러지는 버스를 온몸으로 밀어내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초반에는 7~8명의 시민들이 뛰어나가 버스 후면부위를 밀었지만, 힘이 부치는 모습이었다. 상황이 여의치 않자 버스에 탔던 승객 20여 명도 내려 함께 버스의 오른쪽 측면과 후면을 막아 밀었다. 온몸으로 막은 시민들 덕분에 이 버스는 뒤에 멈춰선 버스와의 충돌을 면했다.

 상황을 지켜본 김모(40·제주시)씨는 “처음에는 위험하지 않을까 걱정도 했지만, 삼삼오오 모인 시민들의 힘이 모여 커다란 버스를 막아내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이번 일로 제주 전체가 좋은 기운을 받아 내년에는 코로나 위기도 잘 이겨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주 산지에 대설경보가 내려진 31일 오전 제주대 입구 사거리에서 소형·대형차량의 516도로 진입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 산지에 대설경보가 내려진 31일 오전 제주대 입구 사거리에서 소형·대형차량의 516도로 진입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기상청에 따르면 31일 오전까지 한라산 어리목 40.2㎝, 산천단 28.9㎝, 제주시 유수암 12.3㎝, 서귀포시 강정 8.1㎝, 표선 4.9㎝, 성산 3.4㎝의 적설량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산지에 연결된 1100도로와 5·16도로는 차량운행 전면 통제됐다. 기상청의 예상 적설량은 12월 30일부터 1월 1일 오전까지 제주도 산지 5∼10㎝(많은 곳 20㎝), 중산간 5∼10㎝, 해안 3∼8㎝ 등이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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