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장세’에서 ‘실적 장세’로…코스피 3000 넘고, 원화 강세는 고고

중앙일보

입력 2020.12.31 15:57

2020년도 증권 시장 마지막 거래일인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광판에 게시된 코스피 지수와 코스닥 지수. 이날 코스피 지수는 사상 최대치인 2873.47을 기록하며 거래를 마쳤다. [뉴스1]

2020년도 증권 시장 마지막 거래일인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광판에 게시된 코스피 지수와 코스닥 지수. 이날 코스피 지수는 사상 최대치인 2873.47을 기록하며 거래를 마쳤다. [뉴스1]

새해의 주식과 환율ㆍ금리의 향방을 가를 키워드는 여전히 유동성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각국이 재정과 통화의 수도꼭지를 열면서 흘러넘친 돈이 새해에도 금융시장의 흐름을 좌우할 전망이다. 여기에 백신 상용화 등으로 세계 경제가 제 궤도를 찾아가며 기력을 회복하는 속도에 따라 주식 시장과 환율 등의 움직임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동성 장세’에서 ‘실적 장세’로=돈이 쏠려갈 곳으로 예상되는 곳은 증시다. 국내외 불문이다. 각국 정부가 당분간 느슨하게 풀어 놓은 돈줄을 죌 가능성이 낮아서다. 미국은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28.9%에 달하는 6조1000억 달러의 재정지출을 할 전망이다. 지난해(6조6000억 달러)보다 줄었지만 코로나19 이전보다는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도 올해 1조4400억 달러의 양적완화(QE)를 이어간다.

한국도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인 558조원의 ‘초수퍼 예산’을 편성했다. 코로나19의 상황과 경기 회복 정도에 따라 추가경정예산(추경)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출렁이는 돈의 물결에 증시는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주요 투자은행(IB)은 올해 세계주가가 9% 내외의 상승세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JP모건은 올해 미국 증시는 19.2%, 유럽은 18.1%, 신흥국은 15.7%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서학 개미’들에게는 반가운 뉴스다.

새해에 각국 주가 얼마나 오를까.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새해에 각국 주가 얼마나 오를까.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동학 개미’ 입장에서도 나쁠 것이 없다. 지난해에 미답의 2800고지를 밟은 코스피도 새로운 역사를 써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3000선까지는 진격의 행진을 이어갈 것이란 게 시장의 전반적인 분위기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올해 코스피 상단은 3100 정도로 본다”며 “지난해 말 2870을 기록한 만큼 10% 정도만 오르면 된다”고 했다.

낙관의 근거는 기업 이익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다. 백신 상용화에 속도가 붙고 집단면역이 형성돼 경제활동이 정상화하면 기업 이익은 나아질 전망이다. 블룸버그 컨센서스에 따르면 올해 미국 S&P500 기업의 주당 순이익은 22% 늘어나고, 유로존은 2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동성 장세에서 실적 장세로 증시의 동력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 기업이 제일 많이 벌었을 때가 2017년(순이익 143조원)인데 반도체와 인터넷ㆍ2차 전지 산업 등이 선전하며 올해는 2017년을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재고가 줄어든 데다 올해 수요가 늘며 제조업 심리도 개선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경제 전반의 흐름뿐만 아니라 국내 증시의 강세를 가리키는 신호는 또 있다. ‘동학 개미’의 주식 사랑이 당분간 식지 않을 듯해서다. 신한금융투자 최유준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0%대 정기예금 금리에 규제 영향으로 투자 수단으로 부동산의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풍부한 유동성에 현 정부의 부동산 규제 스탠스가 지속하는 한, 주식으로의 자금 유입이 더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너무 질주한 터라 숨 고르기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백신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감은 지난해 이미 다 반영됐고 이제는 백신 부작용이나 더딘 보급 속도, 변형된 바이러스 등이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명목 국내총생산(GDP)이나 유동성 대비 시가총액 비중이 평균 추세를 많이 벗어나 있다”고 지적했다.

◇달러 약세ㆍ위안화 강세에 원화 강세=주식 시장의 흐름을 좌우할 변수는 외환 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유동성과 기업실적 개선은 원화 강세를 예고하는 시그널이다. 당분간 비둘기(통화 완화)임을 피력한 Fed에다 ‘바이드노믹스’까지 가세하며 올해 달러화 가치는 3%가량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약달러의 흐름 속 백신 상용화로 경제가 회복 궤도에 오르면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에도 물꼬가 트일 전망이다. 특히 미국의 실질금리가 마이너스 수준에 머무는 탓에 수익을 좇는 글로벌 투자자금의 미국 엑소더스(탈출)가 본격화하면 신흥국으로 자금 유입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투자자금의 재분배 속 달러 약세는 이어지고 원화를 비롯한 아시아 통화 가치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원화 강세 요인은 더 있다. 원화와 위안화 동조화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위안화 강세가 예상돼서다. 미국과 중국의 상대적인 경제 회복 속도 차이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 경제성장률은 주요국 중 유일하게 플러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중국의 경기 회복에 올라타려는 투자 자본의 유입세 속 올해 위안화 가치는 6.63% 상승했다. 같은 기간 원화 가치는 6.43% 올랐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상대적으로 제조업 강국인 한국의 경우 수출 회복세가 원화 강세에 영향을 줬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원화 강세 흐름이 이어지면서 원화 값이 달러당 1040원까지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기준금리 추가로 더 내릴수 있을까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기준금리 추가로 더 내릴수 있을까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뉴노멀 될 제로금리=새해에도 초저금리 기조는 이어질 전망이다. Fed는 2023년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한다고 천명한 상태다. 한국의 기준금리도 0.5%로 사상 최저 수준이다. 글로벌 경제분석기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한국이 올 1분기 4주간 ‘록다운’ 조치를 취한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한국은행이 1분기에 기준금리를 0.25%로 인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물가상승 압력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섣불리 금리를 올렸다가는 자산 시장에 미친 긍정적 효과가 상쇄될 수 있는 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정부와 가계 빚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은 이자 증가에 따른 경제 전반의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통화 당국이 속도 조절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가계신용은 1682조1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현옥ㆍ황의영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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