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9개월전부터 “마스크 안준다”…예고된 ‘구치소 악몽’

중앙일보

입력 2020.12.31 05:00

지난 29일 오후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한 수용자가 확진자 과밀수용과 서신 발송 금지 등 불만 사항을 직접 적어 취재진을 향해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9일 오후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한 수용자가 확진자 과밀수용과 서신 발송 금지 등 불만 사항을 직접 적어 취재진을 향해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한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첫 사망자가 발생하고 감염자는 800명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국 교정시설에서 “마스크를 지급해 달라”는 요구가 지난 3월부터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예산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법무부에 마스크를 기부하겠다는 업체도 등장했다.

전국 교정시설 내 확진자 837명…사망자 1명
이용구 법무차관, 오늘 집담감염 현황 브리핑

31일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전국 구치소‧교도소에서 마스크 미지급 문제를 제기하는 등 코로나19 관련 진정이 지난 2월부터 이어졌다. 한 수용자는 지난 3월 마스크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접수하자 법무부가 이틀 뒤 마스크를 지급한 일도 있었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1일에는 감염위험을 이유로 과도한 독거실에 수용하는 문제로, 3월 27일에는 코로나19 예방조치 미흡으로 인한 인권침해가 이뤄진다는 이유로 진정이 이뤄졌다.

지난 3월에 국가인권위원회에 “마스크 지급되지 않는다” 진정

수용자들에게 마스크가 충분히 지급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자 법무부는 수용자 전원에게 매일 지급하는 것은 예산 문제로 어렵다는 입장을 냈다. 법무부는 지난 29일 “마스크 장당 가격이 온라인에서는 720원, 오프라인에서는 1387원이어서 전국 교정시설에 보급하려면 하루 약 5010만~9800만원이 소요된다”고 해명했다.

KF(Korea Filter: 식약처) 인증 마스크는 확진자가 나온 구치소나 교도소에만 지급됐다.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기관이라도 법원과 같이 외부 기관에 나갈 때는 마스크가 배포됐다. 개인이 영치금으로 부족한 마스크를 구매해 살 수 있도록 했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하지만 집단생활 시설에서 확진자 발생 전이라도 마스크를 지급하지 않은 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운동이나 식사하러 갈 때만 마스크를 쓰고 방에서 나가게 하면, 일주일에 2~3개로 버틸 수 있다”며 “식사를 방에서 하게 하거나, 건물 간 왕래를 막는 등 추가 대응책을 동원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동부구치소 코로나19 관련 그래픽.[연합뉴스]

동부구치소 코로나19 관련 그래픽.[연합뉴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구치소 내 수용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29일 동부구치소 내 한 수용자는 ‘확진자 한 방에 8명씩 수용. 서신 외부 발송 금지’라고 쓴 종이를 창문 밖 취재진에게 내보이기도 했다. 수용자 가족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는 ‘음성 수용자들을 9∼10명씩 몰아 격리 중이다’ ‘확진자들끼리 8명씩 모아서 치료도 하지 않고 식사도 컵라면만 주고 있다’는 내용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서울구치소의 한 수감자는 중앙일보에 편지를 통해 “내부 직원이 지난 11월 확진자와 접촉했다는 소식이 나오자 그제야 KF마스크를 한 장씩 배부 받았다”며 “그 전에는 방한대(면마스크)만 개인이 살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심지어 외부 재판 받으러 나갈 때에도 면마스크를 썼고, 내부에서는 지금도 KF마스크를 수십번 착용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심지어 가족과 변호사를 통해서조차 KF마스크 반입이 어렵다”고 했다.

법무부에 “마스크 기부하겠다”고 나선 민간 업체도 

법무부에 “마스크를 기부하겠다”고 나선 민간 마스크 생산업체도 등장했다. 마스크 생산업체인 파워풀엑스 박인철 대표는 “집단 수용시설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는데 놀랐다”며 “마스크 1장당 생산원가가 300원 정도 하는데 1만장 이상 기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 수원시도 수원구치소에 보건용 마스크 2만장을 전달했다.

동부구치소는 지난달 27일 직원 1명이 처음으로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이달 15일 직원 14명과 출소자 1명 등 총 15명이 집단 감염됐다. 이후 동부구치소는 3차례에 걸쳐 전수조사를 진행했고 전날 0시까지 모두 79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앞서 교정당국은 지난 23일 음성 판정을 받은 동부구치소 수용자 175명을 서울남부교도소와 강원북부교도소, 여주교도소 등 3개 기관에 분산 수용했다.

법무부는 서울남부교도소와 강원북부교도소의 독실에 수용된 만큼 코로나19 전파 가능성은 작다는 입장이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은 이날 오전 교정시설 집단감염 현황과 대책에 대해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김민상‧김수민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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