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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요양병원의 숨은 비극...비확진자가 더 많이 숨졌다

중앙일보

입력

 29일 오후 서울 구로구 미소들요양병원에서 의료진이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현재까지 구로구 요양병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는 190명 발생했다. 뉴스1

29일 오후 서울 구로구 미소들요양병원에서 의료진이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현재까지 구로구 요양병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는 190명 발생했다. 뉴스1

요양병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확산하면서 확진자 뿐만 아니라 비(非)확진자 사망자가 늘고 있다. 코로나19 환자 진료와 돌봄 인력에 한계가 드러나면서 비확진 환자에게 피해가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서울 구로구 미소들요양병원에서 지난 2주간 비(非) 코로나 환자가 10명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 병원의 한 의료진은 30일 중앙일보 통화에서 이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보건 당국은 지난 15일 이 병원에 첫 확진자가 나오자 동일집단(코호트) 격리 조처를 했다. 출입을 전면 통제해 감염이 확산되지 않게 하려는 조치다. 하지만 첫날 3명으로 시작한 확진자가 눈덩이처럼 불어 30일 0시 기준 190명이 됐고 7명이 숨졌다(구로구 집계). 이 중 6명은 병원에서 숨지고 1명은 다른 데로 이송돼 숨졌다.
 비코로나 환자 첫 사망자는 지난 23일께 나왔다. 그러다 26~27일에 사망자가 급증했고, 30일까지 10명으로 늘었다. 대부분 70~90대 기저질환자들이다. 뇌출혈·뇌경색·사지마비 등의 질환을 앓거나 신장투석 치료를 받다 숨졌다. 이 병원에서 코호트 격리 전 대개 2주에 사망자가 없거나 1~2명에 불과했다고 한다. 의료 시스템이 붕괴하면서 '초과 사망'이 발생한 것이다.
 이 병원에는 30일 현재 51명의 확진자와 90여명의 비확진 환자가 있다. 비확진 환자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다. 이 의료진은 "일반 환자도 이틀마다 코로나19 검사를 받는데다 수발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며 "인지 능력이 있는 환자는 대소변을 받아내는 의료진에게 미안하다며 밥을 안 먹다. 여러 면에서 컨디션이 떨어진 게 사망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병원에는 원래 의사가 13명인데, 지금은 10명으로 줄었다. 간호사도 3분의 1로 줄어 교대근무를 못한다. 상당수 간병인도 확진됐고, 일부는 자가격리 되면서 병원에서 빠져나갔다. 보건 당국은 확진 환자만 빼서 다른 데로 옮긴다. 29일에는 보건 당국이 확진자가 안 나온 병실에 입원했거나 열이 없는 등의 조건에 맞는 비확진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옮기겠다고 해서 12명을 추렸다. 하지만 끝내 갈 데를 찾지 못해 없던 일이 됐다고 한다.
 이 병원 확진자 중 다른 데로 옮긴 후 완치 판정을 받은 사람도 갈 데가 애매해졌다. 보건 당국이 증상이 없으니 집으로 보내려고 해도 가족이 돌보기 힘든 경우가 많아 갈 데가 마땅지 않다. 그래서 이 병원이 다시 받아라는 것이다. 병원 의료진은 "간병인이 거의 남지 않았는데, 어떡하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는 23일 의료위기 긴급사태를 선언하면서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의료 자원이 집중되면서 올해 사망률이 6% 상승했다고 주장했다. 2만명 가량이 초과 사망한다는 것이다. 영국 옥스포드대학의 '데이터로 보는 세계'를 인용해 이렇게 분석했다. 또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과 홍윤철 교수가 2010~2020년 통계청의 사망률 변화를 반영해 올 1~3월 코로나19 초과 사망률을 분석했더니 대구 지역에서 비코로나19 사망자가 3월 187명일 것으로 추정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요양병원 입원 환자는 얼마든지 악화할 수 있다. 평소 폐렴만 생겨도 급성환자 치료 병원에 나가서 치료하고 온다. 그런데 코호트 격리되면 이런 게 안 된다. 앞으로 꾸준히 초과 사망자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김현예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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