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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안철수 1위 아직 의미 없어···야권통합 지킬지 봐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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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정치 언박싱(unboxing)’은 여의도 정가에 떠오른 화제의 인물을 3분짜리 ‘비디오 상자’에 담아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정치권의 새로운 이슈, 복잡한 속사정, 흥미진진한 뒷얘기를 ‘3분 만남’으로 정리해드립니다.

29일 오전 서울 동작구의 지역 사무실에서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과 인터뷰했다. 인터뷰가 끝나고 몇 시간 뒤, 나 전 의원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회의 때문에 시간이 부족했던 것 아닌가 해서요. 올해 개인적으로 고생을 너무 많이 해서 하고 싶은 얘기가 더 많았는데….”

나 전 의원은 17대 국회부터 20대까지 내리 네 번 배지를 달았고 지난해엔 원내대표로 제1야당을 지휘하며 대선주자로도 거론됐다. 하지만 올해 4ㆍ15 총선에서 낙선했다. 자녀 논문 의혹 등 가족 관련 13건의 고발 사건은 최근에서야 검찰로부터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지난해 국회 패스트트랙 사태와 관련해 기소된 사건도 재판이 진행 중이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29일 오전 서울 동작구에 있는 지역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29일 오전 서울 동작구에 있는 지역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그러나 그는 “이제는 긴 터널을 빠져나온 느낌”이라고 말했다. 총선 패배의 후유증을 극복했고, 가족 관련 의혹이 대부분 정리되면서 새로운 도전에 나설 준비가 마무리됐다는 말로 들렸다.

국회를 떠난 지 반년이 됐다. 어떻게 지냈나.
총선 뒤 여유가 생겨서 가족과 시간을 보냈다. 『나경원의 증언』 이란 책도 냈다. 2019년 국회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기록으로 남기는 게 헌정사에서 중요한 일이라 생각했다.
원내대표를 할 때 가족 관련해 여러 의혹이 제기됐다가 최근 13건의 고발 사건이 무혐의로 종결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사태에 소위 '물을 타려고' 시작된 일이었다. 먼저, 맘 카페에서 원정 출산 의혹을 제기했다. 내가 2000년에 개원한 LA의 한 산후조리원에서 아이를 낳았다는 내용이었다. 아이는 1997년에 태어났다. 바로 허위주장이라고 반박했더니 다음엔 ‘2000년에 공식 개원했지만, 1997년부터 사실상 영업을 했다’더라. 끝도 없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엄청난 압박에도 검찰이 더 수사할 수 없다고 판단해 불기소 처분을 했다. 하… 정말 긴 터널을 빠져나온 느낌이다.
패스트트랙 관련 재판도 진행 중이다.
정치적으로 잘못된 법을 여당이 밀어붙인 게 패스트트랙 사태의 본질이었다.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게 맞다. 선거법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도 우려한 모습 그대로 아닌가. 이 정권이 급한 것 같다. 노영민 비서실장은 협상 때 분명 '임기 마치기 6개월 전까지만 출범하게 해달라'더니 지금 더 서두른다. 원전 수사 등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거다.
지난해 11월 19일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총회. 나경원 원내대표(앞줄 오른쪽 네 번째)와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앞줄 오른쪽 세 번째) 등 의원들이 "패스트트랙 원천무효", “친문무죄 반문유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지난해 11월 19일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총회. 나경원 원내대표(앞줄 오른쪽 네 번째)와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앞줄 오른쪽 세 번째) 등 의원들이 "패스트트랙 원천무효", “친문무죄 반문유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총선 전 그는 지도부에 대한 평가를 자제했다. 선거 때라 민감한 시기였고, 직전까지 원내대표를 한 것도 이유였다. 하지만 이번엔 비교적 냉정한 평가를 내놨다.

총선 패인을 분석해봤나.
사실 선거는 막판 3주가 중요한데, 현장에서 뛸 때 '우리 당이 못해도 이렇게 못할 수가 있나' 하는 생각을 자주 했다. 공천이 호떡공천이라고 불릴 만큼 마구 뒤집어지니 신뢰를 잃었고, 소위 막말 사건들도 있었다. 코로나19 위기에 대해서도 당이 매끄럽게 대응하지 못했다.
현 지도부는 어떻게 보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외연 확대에 집중하는데, 그 역할을 하는 게 맞다고 본다. 다만, 우파 통합과 같은 부분에서 잡음이 들리기도 한다. 좀 플러스 정치로 가야 하지 않을까. 주호영 원내대표는 하고 싶은 대로 안 되는 게 많을 거다. 원구성 당시 논의도 했는데, 나는 '절대 상임위원장을 다 내주면 안 된다, 꼭 지켜달라’고 했다. 주 원내대표도 생각이 같다고 했지만 관철하지 못하더라. 그런 면에서 아쉽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후보로 나 전 의원의 이름이 꾸준히 오르내렸다. 최근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참전으로 판이 더 커졌다. 여론조사 선두권인 나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선택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나 전 의원은 확답을 내놓지 않았지만, 안 대표에 대해서는 견제구를 던졌다.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관심도 있는 거로 안다. 출마를 망설이는 이유가 뭔가.
사실 최근까지는 정치를 좀 내려놓고 있었고, 이런저런 정리를 하느라 깊이 고민하지 못했다. 서울시장은 2011년 오세훈 전 시장이 갑자기 사퇴할 당시 당이 강하게 요청해 출마한 적 있다. 희생한다는 생각으로 출마했지만, 서울시를 들여다보고 깊은 고민을 한 경험이었다. 어떻게 바꾸고 어떻게 만들어 갈지에 대한 비전은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단순히 시장 자리를 위한 것이 아니다. 이번에 이겨야 다음 대선을 이길 수 있다. 중요한 선거인 만큼 더 깊이 고심하고 있다.
나경원 전 의원은 29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여권의 '나경원 죽이기' 공작은 모두 무혐의로 결론 났다"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나경원 전 의원은 29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여권의 '나경원 죽이기' 공작은 모두 무혐의로 결론 났다"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안 대표의 출마에 대해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였다. 무슨 뜻인가.
흥미롭지 않나. 대선에 나오신 분이 이제 서울시장 선거에 나온다고 하는데. 높이 사는 것은 '이번 선거가 결국 문 정권을 심판하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야권이 통합해야 한다'고 말한 부분이다. 굉장히 공감한다. 그러나 걱정도 있다. 경선 룰 같은 문제 때문에 또 이 분(안 대표)이 같이 안 하겠다고 하는 건 아닌가, 이런 걱정이다. 처음 말씀하신 뜻을 끝까지 지켜줬으면 한다. 지켜볼 일이다.
여론조사에서 선두권이지만, 총선 때 정치신인과 맞붙어 낙선한 점 등을 들어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여권의 ‘나경원 죽이기’ 공작은 상상을 초월한다. 총선 때 민중당 후보는 지하철역에 서서 ‘친일파 나경원을 떨어뜨리러 왔다’고 말했다. 친일 프레임으로 엮은 거다. 한쪽에선 MBC가 나섰다. 세 번이나 나경원 특집 방송을 했다. 앞뒤 자르고, 교묘하게 편집하니 정말 나쁜 사람 같더라. 해당 의혹은 다 무혐의로 결론 났지만, 방송 후 지지율이 뚝 떨어졌다. 동작을 선거는 여권 전체가 기획해 나를 낙선시킨 선거였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대선 모두 당 밖에 있는 안 대표와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어떻게 보나.
안 대표가 1위라는 건 아직 의미가 없다. 오차 범위 내일 뿐 아니라 당내 후보들의 지지율을 다 더하면 안 대표보다 훨씬 높다. 대선의 경우 당 입장에선 좀 아프지만,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 지금은 반문재인 세력의 승리가 중요하고, 그걸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 당 밖의 윤 총장이 1등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윤 총장이 따로 대선에 출마해도 정권교체만 되면 나쁠 게 없다는 뜻인가.
혼자서 후보가 될 수는 없을 거다. 결국은 연대하지 않을까.

인터뷰=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영상·그래픽=여운하

나경원 정치언박싱 썸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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