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6000억원대 펀드 판매 불능 사태를 유발한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1심 재판에 속도가 붙게 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가 지난 29일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신청한 재판부 기피 신청을 기각했기 때문이다. 앞서 김 전 회장은 자신의 재판을 담당한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에 대해 지난 10일 “불공정 재판이 우려된다”며 기피 신청을 했다. 신청이 기각되면서 김 전 회장의 재판은 새해 1월 8일 다시 시작하게 된다.
김봉현 재판 새해 1월 8일 재개
김 전 회장은 재판 과정에서 로비 의혹을 추가 폭로했다가 진술을 뒤집기도 했다. 다수의 여권 인사에게 로비했다고 주장했다가 “검사의 압박 때문”이라고 앞뒤가 안 맞는 증언을 했다.
이 과정에서 법무부는 감찰 조사를 벌였다. 지난 10월 16~18일 김 전 회장을 직접 조사하고 “라임 사건 수사검사 선정에 윤석열 검찰총장이 직접 관여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라임 수사에서 윤 총장을 배제하는 내용의 수사 지휘권을 발동한 계기가 됐다. 하지만, 윤 총장이 복귀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추미애 장관 대신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신임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하면서 일단 재판도 정상 궤도로 진입할 조건을 갖추게 됐다.
김 전 회장 재판과 병합 심리했던 이강세 전 스타모빌리티 대표 재판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재판은 마무리 수순이다. 28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2부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서울남부지검은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이종필 전 부사장은 이번에 문제가 된 라임자산운용의 부실 펀드를 총괄 설계한 인물이다.
법정에는 이 전 부사장과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원종준 전 라임자산운용 대표도 피고인으로 나왔다. 라임자산운용이 대규모 부실을 낳은 해외무역펀드에 대한 양측의 입장을 모두 청취한 재판부는 조만간 재판을 종결할 예정이다. 검찰은 원 전 대표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라임 설계자 1심은 종결 수순
이들과 함께 라임자산운용의 부실 펀드를 ‘설계’했다는 혐의를 받는 핵심 인물은 3명이 더 있다. 이종필 전 부사장에게 기업 사냥꾼을 소개해주면서 라임 사태의 핵심 관계자로 꼽히는 김정수 전 리드 회장은 이미 1심이 끝났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2부는 지난 10월 김 전 회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 2인도 1심 선고를 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는 지난 10월 라임의 자금 조달책 역할을 했다는 혐의를 받는 심모 전 신한금융투자 PBS본부 팀장에게 징역 5년에 벌금 3억원, 추징금 4470여만원을 선고했다. 같은 재판부는 지난 9월 심씨의 상사인 임모 전 신한금융투자 PBS본부장에게 징역 8년에 벌금 3억원을 선고했다.
라임자산운용의 돈을 기업사냥에 활용했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들에 대한 재판은 진행이 더디다. 김영홍 메트로폴리탄 회장과 이모 엠엔픽쳐스 회장 등 핵심 관계자들이 도주 중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종필 전 부사장과 함께 인수합병(M&A)이나 채권투자 등의 형태로 최소 수십 개 기업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다. 또 라임 돈으로 페이퍼컴퍼니에 투자해 라임의 투자 부실을 은폐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이종필·이상호도 선고만 남아
라임 펀드 부실이 눈덩이처럼 커진 이후, 이종필 전 부사장 등은 손실을 돌려막을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핵심 관계자가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다. 그는 ‘라임 살릴 회장님’으로 불리며 정·관계에 로비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라임 펀드 투자자들에게 김 전 회장을 소개하는 등 수천억 원대 라임 펀드를 판매한 장모 전 대신증권 반포WM센터장은 1심에서 징역 2년형을 받았다.
그와 관련된 인물도 1심이 끝났거나 선고만 남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2부는 김봉현 전 회장에게 금융감독원의 라임 관련 문건을 전달한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에게 지난달 징역 4년과 벌금 5000만원을 선고하고 3667만여원의 추징 명령을 내렸다.
김 전 회장에게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상호 전 더불어민주당 부산 사하을 지역위원장도 재판이 마무리 단계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달 20일 이 전 위원장에게 징역 3년에 추징금 3000만원을 구형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는 다음 달 22일 그에 대한 선고를 진행할 예정이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