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3일 최저시급 1명 뽑는데 285명 몰렸다…알바의 눈물

중앙일보

입력 2020.12.31 05:00

업데이트 2020.12.31 07:30

#1. 서울 중랑구에서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하는 정모(59)씨는 지난 18일 이틀 전 올린 아르바이트 모집 공고를 황급히 내렸다. 아르바이트생 1명을 뽑는다는 모집 공고에 지원자가 285명이나 몰려서다. 주3일, 하루 6시간 근무에 최저시급 8590원을 주는 일자리였다. 정씨는 "지난해만 해도 지원자가 50명을 넘지 않았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유행에 방학까지 겹쳐 경쟁률이 세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곳에서 해고된 분들이 많은지 경력자가 대부분이었다"고 덧붙였다.

#2.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취업준비생 A씨(28)는 지난 15일 음식점 홀서빙 아르바이트 면접에서 떨어진 뒤 구직 활동을 포기했다. A씨는 일해본 경력이 있는 음식점에 주로 지원서를 넣었지만, 줄줄이 떨어졌다. A씨는 "카페·독서실·음식점 등 집 근처에서 할 수 있는 알바에 20번 이상 지원했다"며 "이제는 지원서를 넣을 곳도 없다"고 털어놨다. 이어 "떨어진 것이 코로나 19 때문인지 나이가 많아서인지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27일 대구 중구 한 백화점 인근 상가건물에 붙은 임대 알림 현수막에 권리금이 없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뉴스1

지난 27일 대구 중구 한 백화점 인근 상가건물에 붙은 임대 알림 현수막에 권리금이 없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뉴스1

'코로나 한파' 맞은 알바 시장

코로나 19 유행과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조치로 자영업자 고용이 크게 줄었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올해 고용을 한 번이라도 한 자영업자는 전체의 24.4%인 134만 8000명이다. 지난해 145만 2000명이었던 것에 비해 7.8% 줄었다. 서울 관악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박모(34)씨는 "재난지원금을 또 준다는데 당장 도움이 되긴 하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아닌 것 같다"며 "가게에 원래 알바생이 한 명 정도 더 있어야 하지만, 언제 문을 닫으라고 할지 몰라 더 뽑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정씨가 지난 16일 인터넷에 올린 구인광고. 카페 아르바이트 한 자리에 지원자가 285명 몰렸다. 정씨 제공

정씨가 지난 16일 인터넷에 올린 구인광고. 카페 아르바이트 한 자리에 지원자가 285명 몰렸다. 정씨 제공

아르바이트 구직자가 어려움을 느끼는 정도도 커졌다. 취업 플랫폼 알바몬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아르바이트생 2002명이 생각하는 올해의 이슈 1위는 '코로나 19 속 알바 구직난 심화'(76.6%)였다. 경기도 안산에 사는 대학생 이모(24·여)씨는 "알바 서류 합격률이 30%도 안 되는 것 같다"며 "정규직 취업도 아니고 알바가 이 정도라니 무섭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다른 아르바이트생 장모씨는 "연락을 준다고 한 뒤 연락이 없는 곳도 많고, 알바생인데 수습 기간을 만든 곳도 있다"고 전했다.

"저임금 노동자 충격 덜어줘야"

전문가들은 코로나 19로 인한 노동시장 한파가 근로 취약계층에게 가장 큰 타격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임금·저숙련 일자리는 원래도 최저임금 인상이나 자동화 때문에 줄고 있었다"며 "코로나 19까지 겹쳐 가장 크게 피해를 봤다"고 설명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택근무·노동시간 단축 등 혜택을 받는 고임금 노동자와 달리 저임금 노동자는 코로나 19의 충격을 고스란히 받았다"며 "코로나 19가 끝나더라도 저임금 노동자나 중소기업 활성화 정책부터 관심 있게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5일 오전 서울 남대문시장. 연합뉴스

지난 15일 오전 서울 남대문시장. 연합뉴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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