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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 "왜 나만 힘들어?" 물었다면…새해는 행복할 방법 7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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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성구에서는 코로나19로 힘겨웠던 한해를 빛으로 보듬는 치유의 장으로 새해 1월3일까지 '제2회 수성빛예술제'가 열린다. 뉴스1

대구 수성구에서는 코로나19로 힘겨웠던 한해를 빛으로 보듬는 치유의 장으로 새해 1월3일까지 '제2회 수성빛예술제'가 열린다. 뉴스1

한 70대 여성이 지병 진료를 위해 대형 병원을 찾았다. 이 노인은 정문으로 들어서기까지 연신 손에 든 세정 스프레이를 ‘칙칙’ 뿌려대며 발걸음을 옮겼다. ‘걸리면 죽을지 모른다’. 공포에 휩싸인 노인의 모습은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웃픈 현실이다.

코로나 19 사태가 기어코 1년을 넘어 새해로 이어질 전망이다. 코로나와 함께 사는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시대에도 우리는 행복을 기대할 수 있을까. 20년 넘게 정신과 전문의로 활동한 이경민 마인드루트 리더십랩 대표는 ‘그렇다’고 말한다. “돌아보면 저마다 이미 많은 어려움을 헤쳐왔을 거예요. 살아있는 한 우리는 또 버텨낼 수 있어요.” 세 아이를 키우며, 오늘도 화상 강의와 상담을 준비하는 이 대표가 말하는 ‘코로나 시대, 행복해지는 방법’을 정리해 봤다.

이경민 마인드루트 리더십랩 대표.

이경민 마인드루트 리더십랩 대표.

① 내게도 닥칠 수 있는(Why Not) 일

내가 얼마나 열심히 살아왔는데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해? 코로나19로 어려움과 불편을 겪는 많은 사람들이 ‘하필 왜 나인지(Why me)’ 괴로워한다. 하지만 사람이 100년을 산다고 했을 때 한 번쯤은 역사적인 큰 사건을 맞이할 수 있다. 전쟁과 재난, 사고…코로나를 겪는 우리도 그런 셈이다. 이미 닥친 위기를 부정하면 할수록 누군가에 대한 분노와 혐오가 생기고 책임을 돌릴 희생양을 찾는 데 에너지를 허비하게 된다. 분노는 해결책이 아니다. 일어난 일들을 가감 없이 ‘전적으로 받아들이는 일’이 행복의 기반을 다지는 첫걸음이다.

② 할 수 있는 것 찾기  

코로나 같은 팬데믹 상황에선 내가 어쩌지 못하는 일과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해야 한다. 전자가 코로나 확산이라면 후자는 주어진 환경에서 재택근무를 하고, 오프라인 사업을 온라인으로 돌리고, 부족했던 능력을 키우고 새로운 사업 구상을 하는 등의 노력이다. 중요한 건 막연히 상황이 나아지기를 기대하는 게 아니라 ‘최악을 예상하면서 최선을 기대하는 것’이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되 삶에 대한 의지를 보이는 ‘합리적 낙관론자’가 돼야 한다. 인간에게 최악은 죽음이다. 생명이 있는 인간은 ‘정말 죽을 것 같은’ 순간에도 헤쳐 나갈 힘을 낸다.

③ ‘루틴’이 삶을 지탱한다  

지금은 고인이 된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전문의는 생전에 만성 허리디스크에 시달렸다. 칼로 찌르는 듯한 고통으로 자살 직전까지 갔다고 고백했던 그는 저서에서 말했다.
“도를 닦듯 제때 일어나고 세 끼 밥시간에 밥을 먹고, 매일 나가는 직장이 없다면 아침 도서관이나 주민센터 운동이라도 규칙적으로 가라. 이렇게 하루하루 견뎌 나가다 보면 정말 답답하고 괴로운 상황조차 마침내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코로나로 직장을 잃은 사람도 많다. 재택근무와 온라인 수업에 생활 리듬을 잃고 무기력해진 사람도 많다. 이럴 때일수록 ‘나만의 일정한 생활’을 만들어 지키면 좋다.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의 주인공처럼 제때 식사를 하고 운동을 하고 잠을 자는 것만으로도 불안감이나 무기력증의 상당부분을 덜어낼 수 있다. 자기 전 내일 할 일들을 적어본다거나, 아침에 깨면 침대정리를 깔끔히 하는 것도 좋다. 반려동물이나 식물 등 애정과 시간을 들일 대상을 찾는 것도 평정심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④ 가족이 가족 같아졌다  

혹자는 한국의 가족을 기업같다고 한다. 아빠는 돈을 벌고, 엄마는 정보를 모으고, 아이는 부모의 투자를 받아 공부를 하는 등 각자의 역할과 임무를 수행하는데 주력하며 온 가족이 일주일에 한번 같이 밥을 먹기도 힘든 집이 많았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좋든 싫든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는 시간이 길어졌다. 아이들만 해도 공부 외에 요리와 청소 등 집안일에 훨씬 많이 동원(?)된다. 삼시세끼와 육아를 챙기는 엄마나 아빠는 힘들다. 하지만 한편으론 근래에 가족끼리 이렇게 오래 가까이 있었던 시기도 없었다. 훗날 코로나를 이겨냈을 때 어쩌면 코로나가 준 선물로 기억될지 모르는 시간들이다.

⑤ 자기계발? 버텨낸 것만으로 대단하다  

유엔(UN)에서 트라우마를 겪은 난민들을 돌볼 때 ‘버터플라이 허그’라는 심리치료법을 쓴다. 양손의 엄지손가락을 엇갈려 나비모양을 만든 뒤 가슴에 대고 토닥토닥 두드리면 마음이 안정된다고 한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우리는 작은 잽을 너무 많이 맞았다. 감염될까 조심하고 피하고 신경쓰고 걱정하고…이 모든 게 큰 압박이자 스트레스다. 이 기간동안 취미를 찾고 공부를 하고 운동으로 멋진 몸을 만든 사람은 훌륭하다. 하지만 이 모든 걸 하지 않았다 해도 그저 이 시기를 버텨낸 것만으로도 당신은 너무나 잘 한 것이다. 일상을 이어가는 그 자체만으로 칭찬받고 축하받을 만하다. 손바닥을 가슴에 대고 토닥여 주자. ‘괜찮아. 올 한해 정말 잘했어. 대견하다’고.

⑥ 나도 모르는 여러 명의 나, 들여다보기  

우리는 이제껏 가정에서, 직장에서, 사적인 모임에서 ‘여러모습의 나’로 살아왔다. 상황에 맞게 다른 사람으로 변신해 다양한 정체성을 표현하는 일명 ‘멀티 페르소나’에 익숙하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로 혼자만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드디어 내가 가진 페르소나와 오롯이 독대할 기회를 갖게 됐다. 다양한 내 모습 중 어느 하나를 고르라는 게 아니다. 다양한 페르소나 중 ‘핵심(core)’이 뭔지 파악하고 집중해 보라는 얘기다. 행복이란 결국 내가 만족하는 것이다. 내가 가장 좋을 때가 언제인지, 나에게 직장(또는 다른 것)이 정말 중요한지 등 흩어지고 분리됐던 나의 정체성들을 정리하고 통합해 가는 과정이 늘어날수록 행복도 커진다.

⑦ 흘려보내는 행복을 움켜쥐라

행복도 ‘연습’이다. 연습할수록 커지고 잘 느껴진다. 한국인 중엔 의외로 ‘감정표현 불능증(Alexithymia)’이 많다. ‘좋다’는 말은 해도 ‘행복하다’는 말은 잘 못한다. 좋은 일이 있거나, 좋은 감정을 느꼈을 때 억누르고 넘어가는 게 겸손이자 미덕으로 여겨지는 문화적 영향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소소해도 좋은 감정은 모두 행복이다. ‘카르페 디엠’으로 많이 알려진 ‘오늘을 즐기라(Seize the day)’는 말처럼, 좋은 감정들을 무심코 흘려보내면 행복은 영영 느낄 수 없다. 가족·지인과 케이크에 초를 켜든, 나를 위한 선물을 하든, 전화와 SNS로 좋은 일을 알리든 방법은 얼마든 있다. 마치 향기를 퍼뜨리고 와인을 음미하듯 좋은 기분을 낚아채서 최대한 ‘향유(savoring)’하는 게 행복의 지름길이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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