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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 일왕 도쿄서 피신시키려 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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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아키히토

아키히토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제1 원전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하자 아키히토(明仁·사진) 당시 일왕을 교토(京都)로 피신시키려는 움직임이 일본 정부 내에 있었다고 도쿄신문이 30일 보도했다. 신문은 당시 간 나오토(菅直人) 민주당 정권의 간부 여러 명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간 총리 은밀히 건의, 아키히토 거절

이에 따르면 당시 간 정권은 아키히토 일왕에게 교토 또는 교토보다 더 서쪽 지역으로 대피하는 방안을 비공식적으로 타진했다. 이에 궁내청(왕실에 관한 업무를 관장하는 기관) 측은 “국민이 피난하고 있지 않은데 (피난은) 있을 수 없다”는 거절의 뜻을 전했다.

간 전 총리는 교도통신에 “머릿속으로 생각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내가 폐하(일왕)에게 타진했거나, 누구에게 말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정권의 간부에 따르면, 간 총리의 의뢰로 다른 사람을 통해 하케다 신고(羽毛田信吾) 당시 궁내청 장관이 일왕에게 피난 의사를 은밀히 전했다. 궁내청 관계자는 “거절한 기억은 있다. (피난 의사를 타진한 것은) 정부라기보다는 정치가 개인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이어 일왕에게 피난 의사를 직접 전했는지에 대해선 “사후적으로 전했을 수는 있다”고 말을 흐렸다.

피난처로는 교토고쇼(京都御所·도쿄 이전 전까지 사용했던 왕궁)을 검토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 아키히토 일왕의 차남인 아키시노미야(秋野宮)의 장남 히사히토(悠仁) 역시 교토 지역으로 피난시키는 것을 검토했다고 밝혔다.

당시 일왕이 도쿄를 탈출한다는 소문이 시중에 돌았으며, 이에 가와시마 유타카(川島裕) 시종장(왕실 내무 책임자)은 2011년 5월호 문예춘추에 “폐하(일왕)가 도쿄의 국민을 버리고, 도쿄에서 나간다는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부인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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