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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클립] 한강의 기적처럼 한반도 숲이 살아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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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원대리에 조성한 자작나무 숲의 모습. 1974년부터 95년까지 국유림 138㏊에 자작나무 69만 그루를 심었다. 산림청은 숲가꾸기 사업을 통해 원대리 자작나무 숲을 관광자원으로 만들 계획이다. [사진 산림청]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원대리에 조성한 자작나무 숲의 모습. 1974년부터 95년까지 국유림 138㏊에 자작나무 69만 그루를 심었다. 산림청은 숲가꾸기 사업을 통해 원대리 자작나무 숲을 관광자원으로 만들 계획이다. [사진 산림청]

1950년 6·25 전쟁 발발로 국토는 쑥대밭이 됐다. 60년대부터 헐벗은 산에 나무를 심어 산림 복원을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64년 12월 서독을 방문한 뒤 산림녹화에 뛰어들었다. 그는 서독의 울창한 산림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정부는 65년부터 산림녹화 사업을 대대적으로 추진했다. 식목일마다 대통령이 나서 나무 심기 행사를 했다. 한국은 73년부터 87년까지 약 100억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한국 산림 공익 가치 221조 추산 #숲가꾸기로 경제성도 함께 높아져 #산불 피해 줄이고 탄소배출은 흡수 #연간 1만1000명에 일자리도 제공

경기도 포천 국립수목원의 전나무 숲. 최대 직경은 120㎝, 높이는 41m다. [사진 산림청]

경기도 포천 국립수목원의 전나무 숲. 최대 직경은 120㎝, 높이는 41m다. [사진 산림청]

2017년 기준 국내 나무 총량은 9억7360㎥다. 52년과 비교하면 27배 규모다. 한국의 산림 복원은 또 다른 ‘한강의 기적’으로 불린다. 산림청 관계자는 “한국은 전쟁으로 황폐화한 산림을 성공적으로 복구한 세계에서 유일한 국가”라고 말했다. 이렇게 산을 푸르게 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산림 자원의 가치를 높이는 데는 여전히 부족했다. 이후 산림 가치 향상을 위해 ‘숲가꾸기’ 사업이 등장했다. 98년 시작한 숲가꾸기는 나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게 솎아베기나 가지치기 등의 작업으로 숲을 키우는 사업이다. 풀베기와 덩굴 제거 등으로 나무가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활동도 포함한다. 경제성이 낮은 나무를 낙엽송 등으로 바꾸는 것도 숲가꾸기에 해당한다. 산림청이 98년부터 최근까지 가꾼 숲은 410만㏊ 규모다.

산림청 숲가꾸기 사업의 주요 사례들. 경북 울진군 낙엽송 조림지에서 나뭇잎이 노랗게 물들어 있다. [사진 산림청]

산림청 숲가꾸기 사업의 주요 사례들. 경북 울진군 낙엽송 조림지에서 나뭇잎이 노랗게 물들어 있다. [사진 산림청]

지난해부터 2023년까지 시행하는 4단계 숲가꾸기 계획은 산림을 경제림과 공익림 등으로 구분한다. 숲가꾸기는 공익적 가치 향상에도 기여한다고 산림청은 설명한다. 국립산림과학원이 분석한 한국 산림의 공익적 가치는 221조2000억원(2018년 기준)에 이른다.

산림의 공익적 가치를 분야별로 나눠보면 온실가스 흡수·저장이 75조원(34.2%)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산림경관(28조4000억원, 12.8%)과 토사유출 방지(23조5000억원, 10.6%), 산림휴양(18조4000억원, 8.3%), 수자원을 머금는 기능(18조3000억원, 8.3%) 등의 순이었다. 숲에서 받는 혜택을 국민 1인당으로 환산하면 연간 428만원이다.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에 대규모 소나무 숲을 조성한 모습. [사진 산림청]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에 대규모 소나무 숲을 조성한 모습. [사진 산림청]

숲가꾸기는 연간 1만1000여 명에게 일자리도 제공한다. 박종호 산림청장은 “98년 외환위기 당시에도 숲가꾸기는 대규모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실업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를 회복하는 데 기여했다”며 “수많은 임업 기능인과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역할을 지금까지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숲가꾸기로) 우리 숲에 있는 나무의 직경이 세 배 이상 길어졌다”며 “옹이가 없는 고급 목재도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숲의 경제성이 대폭 향상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숲가꾸기는 산불 피해를 줄이는 데도 기여한다. 산림청은 2006년과 2007년 전남 화순군 운주사 일대 산림을 대상으로 숲가꾸기 사업을 진행했다. 이듬해 이 일대에서 산불이 발생했지만 피해는 크지 않았다. 2006년 강원대 연구에 따르면 숲가꾸기를 한 산림의 산불 위험이 그렇지 않은 산림보다 낮았다.  박종호 산림청장은 “숲의 경제성을 높이고 탄소흡수 기능을 증진하기 위해선 지속적인 숲가꾸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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