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발표 당일까지 고민했다···'尹동기' 박범계 지명에 담긴 뜻

중앙일보

입력 2020.12.31 00:02

업데이트 2020.12.31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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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임으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명했다.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후보자로는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을 선택했다.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검찰개혁을 이끌 ‘투 톱’으로 모두 판사 출신이 낙점됐다.

문 대통령, 발표 당일까지 낙점 고민
박 “국민 목소리 경청 검찰개혁 완수”
윤석열 총장과 관계 설정엔 말 아껴
국감 땐 “자세 똑바로 하라” 호통도

박범계 후보자는 서울·전주·대전지법 판사로 일한 뒤 2002년 법복을 벗고 당시 노무현 대통령선거 후보자의 법률특보로 정계에 입문했다. 노무현 청와대에서 민정2비서관과 법무비서관을 지냈다. 19∼21대 국회의원에 당선돼 법제사법위원회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간사를 맡았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인사 발표 브리핑에서 박 후보자를 “우리 사회 각종 부조리 해결과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해 왔다”고 소개했다.

3개 부처 장관급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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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후보자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해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법조계에선 내년부터 시행될 개정 수사권 조정을 잡음 없이 안착시키는 것이 박 후보자가 당장 맡아야 할 과제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민주당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하는 ‘검찰개혁 시즌2’을 주장하고 있어 박 후보자가 이를 조율하는 역할도 맡아야 한다.

추 장관 때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검찰과의 관계개선도 과제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박 후보자와 사법시험(33회)·사법연수원(23기) 동기다. 나이는 윤 총장이 세 살 많다. 박 후보자는 ‘윤 총장과 관계를 어떻게 맺을 것이냐’는 질문에 “추후 말씀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문 대통령이 법무부와 검찰은 안정적인 협조관계가 돼야 하고 그걸 통해 검찰개혁을 이루라고 말씀하셨다. 그것이 저에게 주신 지침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발표 당일까지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누구를 택할지 고민했다고 한다. 전날 오후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은 최종적으로 두 장의 카드를 들고 갔다”고 했다. 그중 유력했던 카드가 박 후보자였다. 특히 민주당에서 박 후보자를 추천하는 기류가 강했다. 청와대 주변에서 ‘박범계 카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지만 결국 문 대통령의 선택은 박 후보자였다. 민주당에선 “이제 검찰개혁의 입법 과제는 대체로 마무리된 상태라 안정적으로 수습할 인물을 문 대통령이 고른 것 같다”는 말이 많이 나왔다. 또 “추 장관이 박 후보자를 적극 추천했다고 알고 있다. 당내에서 ‘타협론자’라는 얘기를 듣는 만큼 추 장관 때와 달리 감정 싸움 없이 검찰개혁을 풀어가지 않겠느냐”(민주당 최고위원)는 기대감도 표출됐다.

하지만 박 후보자는 최근 국정감사에서 윤 총장을 향해 “자세를 똑바로 하라”고 호통치며 뚜렷한 대립각을 세웠다. 박 후보자는 “윤석열의 정의는 ‘선택적 정의’라 생각한다”고 비난했고, 윤 총장이 “과거에 저에 대해 안 그러지 않으셨냐. 그것도 선택적 의심 아닙니까”라고 맞받아쳐 언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게다가 윤 총장을 극성스럽게 비판하는 친문 지지자들의 영향력 때문에라도 그와 윤 총장의 관계를 속단하기 어렵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편 문 대통령이 초대 공수처장 후보자로 판사 출신인 김진욱 연구관을 택한 것도 공수처 출범 취지가 검찰 견제에 방점이 찍힌 만큼 ‘비(非)검찰’ 지명은 정해진 수순이었다는 분석이다.

윤성민·하준호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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