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 스트립, 미국 TV 쇼에서 당나라 시 낭송한 이유?

중앙일보

입력 2020.12.30 12:00

업데이트 2021.01.22 21:03

空山不見人, 但聞人語響.
返景入深林, 復照靑苔上.
텅 빈 산에 사람은 보이지 않는데, 어디서 사람의 말소리만 들리네.
노을이 깊은 숲속에 들어와서, 다시 푸른 이끼 위를 비추네.

자연의 고요함과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시, 녹채(鹿柴). 당나라 시화(詩畵)의 대가로 유명한 왕웨이(王維)의 작품이다. 왕웨이는 이백(李白), 두보(杜甫)와 함께 중국의 서정시 형식을 완성한 3대 시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최근 할리우드 배우 메릴 스트립이 왕웨이의 '녹채'를 중국어로 낭송해 화제가 됐다.

그녀가 당대 시를 낭송한 건 미국의 한 TV 쇼에서였다. 사회자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회고록에 당신이 백악관 만찬에 초청되어 중국 시를 낭송했던 일이 언급된 것을 알고 있느냐" 물었고,

그녀는 "기억은 나지만 그(오바마)가 잘못 기억한 것 같다"며 "중국어로 시를 낭송하려 했지만 중요한 자리인 만큼 나의 중국어가 변질되어 들릴까 봐 영어로 낭송했다"고 답했다.

뒤이어 사회자는 그녀에게 다시 한번 시를 낭송해달라 요청했고, 메릴 스트립은 조심스래 녹채를 읊었다.

ⓒThe Late Show with Stephen Colbert 캡처

ⓒThe Late Show with Stephen Colbert 캡처

해당 영상은 삽시간에 중국 SNS를 통해 퍼졌다. 비록 일부 단어가 틀리고 서툴렀을지라도, 9년 만에 이 시를 생생히 기억해 내는 그녀에게 중국 네티즌들은  "중국 문화와 언어에 대한 열정을 보여줬다"며 찬사와 박수를 보냈다.

메릴 스트립의 중국어가 화제가 되자 중국 언어에 열정을 보여준 다른 유명인들에게도 이목이 집중되었다. 그녀 외에도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서구 유명인 몇 명을 소개한다.

미라 소르비노, 할리우드의 '중국통'

미라 소르비노. ⓒ게티이미지뱅크

미라 소르비노. ⓒ게티이미지뱅크

펄 벅의 소설을 읽고 중국에 관심을 가진 소르비노는 하버드 대학에서 동아시아학을 전공했다. 학위논문을 위해 중국에서 8개월을 보냈으며 중국의 인종 갈등에 대한 논문을 작성했다.

대학 졸업 후 몇 개월간 중국어 강사를 할 정도로 그녀의 중국어는 꽤나 유창했다. 주윤발과 함께 출연한 영화 〈리플레이스먼트 킬러〉(1998) 촬영 당시, 영어를 막 배우기 시작한 주윤발의 통역사 역할을 하기도 했다.

버네사 브랜치, 중국어를 구사하는 최초의 비아시아계 할리우드 스타

버네사 브랜치 ⓒ게티이미지뱅크

버네사 브랜치 ⓒ게티이미지뱅크

영국 배우 버네사 브랜치는 2004년 미국 드라마 안투라지(Entourage)에서 통역사 역할을 맡으며 유창한 중국어를 선보였다. 대본이라 할지라도 그녀의 중국어가 너무나 유창해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언어 애호가인 버네사 브랜치는 미국 버몬트주의 미들베리 대학에서 연극과 중국어를 복수 전공하면서 중국어를 배웠다. 이후  중국 영화 〈Milk and Fashion〉에 출연하기도 했는데, 그녀는 중국어를 구사하는 최초의 비아시아계 할리우드 스타가 되었다.

트럼프의 외손녀, 최연소 외교사절

ⓒSCMP

ⓒSCM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손녀  아라벨라 쿠슈너도 중국어 실력이 유창하다. 생후 16개월부터 중국어를 배웠다는 아라벨라는 지난 2017년 춘절(春節ㆍ음력 설)을 기념해 중국어 노래를 부르는 모습으로 인스타그램에 등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아라벨라는 분홍색 치파오를 입은 채 “안녕하세요 시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펑 할머니”라며 시진핑 부부에게 인사를 건넸다.

뒤이어 아라벨라는 1950년대 중국 가요 '우리들의 들판(我們的田野)'을 부른 뒤 송(宋) 대중국어 학습 교재인 삼자경(三字經)과 한시를 암송했다. 이에 시 주석은 아라벨라의 중국어 실력이 많이 늘었다며 "A+를 줄 수 있겠다"고 칭찬했다.

케빈 러드, 중국어 구사력 서방 지도자 中 1위  

호주 전 총리 케빈 러드는 호주국립대학교의 아시아학과(중어중문학 전공)를 졸업했다. 1981년 외교관에 입문해 스톡홀름과 베이징의 호주 대사관에서 근무를 했는데, 이 덕분인지 서방 세계 지도자들 중 가장 유창한 중국어를 구사한다.

2010년 호주의 중국 TV 프로그램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정치, 국제 관계에 대한 높은 수준의 중국어 어휘력을 뽐냈다. 또한 과거 APEC 정상 회의에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중국어로 대화를 나누기도 하였다.

그에게는 3명의 자녀가 있는데, 중국통인 그의 지도하에 세 자녀 모두 중국어를 익혀야 했다고 한다.

마크 저커버그, 각별한 중국어 사랑

칭화대에서 중국어로 얘기하고 있는 마크 저커버그

칭화대에서 중국어로 얘기하고 있는 마크 저커버그

마크 저커버그의 아내 프리실라 챈은 중국계 미국인이다. 저커버그는 “영어를 전혀 못하는 아내의 할머니를 위해 중국어를 배우게 됐다”며 각별한 아내 사랑을 드러냈다.

지난 2014년 칭화대 MBA 자문 위원으로 위촉된 후 중국을 방문한 저커버그. “안녕하세요(大家好) ”라는 인사와 함께 능숙한 중국어로 30분간 중국어로 연설을 진행했다. 이를 본 중국 네티즌들은 “농담까지 하다니…. 그의 이해력, 경청력 모두 확실히 뛰어나다. 정말 대단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중국어를 익혀왔는데, 중국 문화를 이해하고 싶었고,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중국어 공부의 이유를 밝혔다.

차이나랩=김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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