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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기적' 여기에도 있다...이젠 221조 가치 한국의 푸른 산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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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후 산림복원 성공한 세계 유일 국가 

1950년 한국전쟁으로 전 국토는 쑥대밭이 됐다. 60년대 이후 헐벗은 산에 나무를 심어 산림 복원에 성공했다. 하지만 산림 복원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게 됐다. 산을 푸르게 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자원으로서의 가치는 낮기 때문이다. 이후 산림 가치 향상을 위해 ‘숲가꾸기’ 사업이 등장했다.

강원 강릉시 대관령의 금강소나무숲. 숲가꾸기 사업으로 베어낸 소나무도 보인다. [사진 산림청]

강원 강릉시 대관령의 금강소나무숲. 숲가꾸기 사업으로 베어낸 소나무도 보인다. [사진 산림청]

 한국은 1973년부터 87년까지 약 100억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산림녹화의 주역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은 64년 12월 서독을 방문한 뒤 산림녹화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서독의 울창한 산림에 충격받은 박 전 대통령은 “산이 푸르게 변할 때까지 유럽에 안 가겠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65년부터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산림녹화 사업을 추진했다. 화전(火田)을 정리하고 식목일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나무심기 행사를 했다. 73년부터 87년까지는 치산녹화 10개년 계획을 2차례 실시했다. 이런 노력으로 2017년 한국의 나무 총량은 9억7360㎥로 52년 대비 27배 규모가 됐다. 이 때문에 한국의 산림 복원은 또 다른 ‘한강의 기적’으로 불린다.

 산림청 관계자는 “치산녹화 10개년 계획 기간이 목표를 일찌감치 달성하는 바람에 단축됐다”며 “한국은 전쟁으로 황폐화한 산림을 성공적으로 복구한 전 세계 유일한 국가”라고 말했다.

"박정희가 일군 산림녹화, 숲가꾸기로 잇는다"

 이렇게 산림을 조성한 한국은 98년부터 숲가꾸기에 나섰다. 산에 나무가 너무 많아 애써 심은 나무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거나, 산불이 나면 급속히 번지기 때문이다. 나무의 경제성도 떨어졌다.

 숲가꾸기는 천연림과 인공조림지의 나무가 건강하고 우량하게 자랄 수 있도록 솎아베기나 가지치기 등의 작업을 진행함으로써 숲을 가꾸고 키우는 사업을 말한다. 풀베기와 덩굴 제거 등 나무가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활동도 포함된다. 리기다소나무 처럼 경제성이 낮은 나무를 낙엽송 등으로 바꾸는 것 역시 숲가꾸기에 해당한다. 산림청이 1998년 이후 최근까지 가꾼 숲은 410만㏊ 정도이다.

전남 장흥군 장성군 억불산 자락 편백나무숲. [사진 산림청]

전남 장흥군 장성군 억불산 자락 편백나무숲. [사진 산림청]

 숲가꾸기는 2004년 이후 5개년 계획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 가운데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시행하는 4단계 숲가꾸기는 산림을 경제림과 공익림 등으로 구분해 가꾸는 게 특징이다. 경제림은 숲가꾸기 등으로 발생한 생산물을 이용하는 산림이다. 공익림은 도시숲·휴양림 등 많은 국민에게 혜택을 주는 숲을 말한다.

"한국의 산림 공익 가치는 221조원" 

 숲가꾸기는 숲의 공익적 가치를 올리는 데도 크게 기여한다는 게 산림청의 설명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이 2018년 기준으로 집계한 한국 산림의 공익적 가치는 221조2000억원에 이른다. 숲의 공익적 가치를 분야별로 나눠보면, ‘온실가스 흡수·저장’이 75조원(34.2%)으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산림경관(28조4000억원, 12.8%), 토사유출방지(23조5000억원, 10.6%), 산림휴양(18조4000억원, 8.3%), 수자원을 머금는 기능(18조3000억원, 8.3%) 등이었다. 국민 1인당 숲으로부터 받은 혜택을 환산하면 연간 428만원에 이른다.

제주도 서귀포시에 있는 삼나무숲. [사진 산림청]

제주도 서귀포시에 있는 삼나무숲. [사진 산림청]

 특히 숲의 공익적 가치는 숲가꾸기 추진 이후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숲가꾸기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이전인 1987년 숲의 공익적 가치는 17조7000억원에 그쳤지만, 이후 20년 만에 12.5배나 증가했다는 것이다.

숲가꾸기로 연간 1만1000여개 일자리 창출 

 숲가꾸기는 산림 분야에서 연간 1만1000여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박종호 산림청장은 “1998년 외환위기 당시에도 숲 가꾸기는 대규모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실업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를 회복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면서 “수많은 임업 기능인과 취약 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역할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숲가꾸기를 실시한 이후 국내 산림이 가진 목재의 양(임목축적)도 급격하게 늘어났다. 임목축적은 1990년 ㏊당 50㎥에서 2015년 148㎥로 증가했다. 숲이 크고 경제성이 높은 나무로 가득 차게 됐다는 얘기다.

 산림청 관계자는 “우리 숲에 있는 나무의 직경이 3배 이상 증가하고 옹이가 없는 고급 목재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며 “숲의 경제성이 대폭 향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이런 숲 가꾸기 효과는 세계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

경북 김천시 수도산에 있는 낙엽송 숲. [사진 산림청]

경북 김천시 수도산에 있는 낙엽송 숲. [사진 산림청]

 숲가꾸기는 산불 예방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산림청은 2006년부터 2007년 사이 전남 화순군 운주사 일대 산림을 대상으로 숲가꾸기 사업을 진행했다. 이듬해 이 일대에서 산불이 발생했지만 피해는 크지 않았다. 2006년 강원대가 진행한 연구에서도 숲가꾸기를 실행한 산림의 산불 위험이 그렇지 않은 산림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박종호 산림청장은 “숲의 경제성을 높이고 탄소흡수 기능을 증진하기 위해서는 경제성이 높은 수종으로의 교체와 지속적인 숲가꾸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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