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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올리면 AI가 팔아준다, 네이버가 픽한 '동남아 당근마켓'

중앙일보

입력

"캐러셀(Carousell)은 동남아 중고거래 전체를 '하드캐리'(혼자서 이끄는)하는 압도적 1위. 동남아는 국가마다 문화·종교적 차이가 극명한데 캐러셀은 이걸 극복했다. 생활용품을 넘어, 자동차·부동산까지 거래되는 플랫폼인 것도 강점."

[인터뷰] 캐러셀 공동창업자 퀵 시우 루이 대표

네이버는 지난 9월 750억원을 투자한 싱가포르의 중고거래 플랫폼 캐러셀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2012년 설립된 캐러셀은 인공지능(AI) 기반 초간편 중고거래로 동남아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사로 잡았다. 기업가치는 약 9억 달러(9850억원). 동남아의 우버로 불리는 그랩·고젝의 뒤를 이을 열 번째 동남아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스타트업) 후보로 꼽힌다.

중앙일보는 캐러셀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퀵 시우 루이(Quek siu rui, 32) 대표를 최근 e메일로 인터뷰했다. 퀵 대표는 "이젠 소비자가 쇼핑할 때 중고거래를 선택지로 두는 게 당연해졌다"며 "젊은 세대의 소비 기준이 변했고 코로나19까지 더해져 중고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중고거래 스타트업 캐러셀을 공동창립한 퀵 시우 루이 대표. 캐러셀 제공

싱가포르 중고거래 스타트업 캐러셀을 공동창립한 퀵 시우 루이 대표. 캐러셀 제공

중고가 AI를 만나면

캐러셀은 2012년 8월 싱가포르에서 처음 서비스를 시작했다. 싱가포르국립대 3학년이던 퀵 대표는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에서 1년간 함께 인턴십을 한 친구들(마르쿠스 탄·루카스 은구 공동대표)과 창업에 뛰어들었다.

캐러셀은 '사진 찍어 팔고, 채팅으로 산다(Snap-Sell, Chat Buy)'를 모토로 내세웠다. 스마트폰 기반 중고거래로 젊은 소비자를 끌어 모았다. 현재 동남아 8개국에서 쇼피(Shopee) 같은 이커머스 강자들과 쇼핑 카테고리 앱 1~2위를 다투는 중이다. 국내서도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이 월사용자 1200만을 넘기며 쿠팡(2054만)에 이은 쇼핑 앱 2위다. 캐러셀은 동남아판 당근마켓인 셈.

캐러셀의 강점은 뭔가?  
"거래를 방해하는 요소를 모두 제거했다. 사용자가 더 쉽고 즐겁게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자부한다. 특히, 기술과 커뮤니티가 중심에 있다. AI 기술을 활용한 사용자 경험 개선이 현재 캐러셀의 강점이 됐다."

캐러셀은 싱가포르에서 손꼽히는 AI 기업이다. 판매자가 물품을 사진으로 찍어 올리면 자동식별해 적절한 카테고리에 분류하고 태그를 입력해주는 AI 리스트(List) 기술이 핵심이다. AI는 사용자에게 게시물 제목과 적정 가격을 제안하고, 물건에 관한 소비자의 질문에 답도 한다.

'커뮤니티 그룹'도 캐러셀의 인기 요소다. 레고를 좋아하는 사용자가 '레고 그룹'을 팔로우하면 그룹 내엔서 레고 브릭에 대한 대화나 토론을 할 수 있다. 그룹은 학교·지역·관심사 등에 따라 다양하다. 퀵 대표는 "관심사를 공유하는 커뮤니티를 통해 단순 거래를 넘어 친구를 사귀고, 자신의 이야기를 캐러셀에서 교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남아 당근마켓 캐러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kim@joongang.co.kr

동남아 당근마켓 캐러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kim@joongang.co.kr

동남아, 중고로 안 파는 게 없다

동남아 인구 6억 5000만명의 평균연령은 31.2세다. 한국(42.6세)에 비해 10년 이상 젊다. 소비자 구매력도 매년 커지고 있다. 퀵 대표는 "초반엔 옷이나 전자제품이 주 거래 상품이었지만, 이젠 자동차·집은 물론이고 직장도 캐러셀에서 구한다"며 "동남아의 모바일 세대 4억명이 우리 플랫폼에서 삶에 필요한 대부분을 거래하게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실제로 캐러셀은 동남아 8개국에서 중고거래를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자체 결제수단인 캐러페이를 도입했고, 명품·중고차·부동산·구직·금융상품까지 다루며 종합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누적 등록된 상품만 약 2억 5000만개.

지난해 11월엔 노르웨이 통신사 텔레노어 그룹과 손잡고 말레이시아·베트남·미얀마의 대표 중고거래 플랫폼을 합병했다. 퀵 대표는 "동남아 각국은 언어·문화·통화가 모두 다르다"며 "각국의 지역 사투리까지 고려하는 초지역화(Hyper localized)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고거래 앱 캐러셀의 특징. 거래 이용자 정보가 확실하고, 연락처 공유 없이 채팅을 통해 거래를 할 수 있으며, 관심사가 같은 사용자끼리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다. 캐러셀 제공.

중고거래 앱 캐러셀의 특징. 거래 이용자 정보가 확실하고, 연락처 공유 없이 채팅을 통해 거래를 할 수 있으며, 관심사가 같은 사용자끼리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다. 캐러셀 제공.

코로나, 중고거래 패턴도 바꿔

올해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 19는 온라인 중고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불황으로 여윳돈이 준 소비자들은 중고거래에 몰렸다. 캐러셀의 중고물품 검색량도 작년보다 4.5배 늘었다. 올해 2~6월 사이 거래액은 10억 달러(1조 1000억원)를 넘어섰다. 퀵 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재택근무를 하고, 집에서 시간을 보내며 인기 있는 중고 카테고리도 바뀌고 있다"며 "집 청소·집수리·배달 같은 홈 서비스 영역에 대한 소비자 요구가 늘었고, 이에 맞춰 핵심 서비스 분야를 조정하며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 캐러셀 키워 동남아 파트너 삼을까

캐러셀은 지난 9월 네이버·미래에셋·NH투자증권으로부터 총 90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이중 750억원을 투자한 네이버 관계자는 "동남아에서 압도적으로 1위를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며 "지금은 전략적 투자이지만 앞으로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캐러셀과 손잡고 동남아 이커머스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동남아 당근마켓 캐러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kim@joongang.co.kr

동남아 당근마켓 캐러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kim@joongang.co.kr

네이버와 협력은 어떻게 진행될까. 
“캐러셀은 규모를 키우고 있다. 투자금은 최고 수준의 인재 영입에 쓸 계획이다. 모바일 기술 선도 기업인 네이버와는 온라인 거래를 더 쉽고 효과적으로 만드는 협력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한국 진출은 명확한 계획이 없지만, 매우 흥미로운 시장이라 앞으로 살펴볼 계획이다.”
앞으로 중고거래 시장은 계속 성장할까.
"중고거래는 이미 소비 트렌드가 됐다. 밀레니얼의 소비 가치관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환경을 고려하는 지속 가능성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새로운 상품이 넘쳐나는 시대에 중고거래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상품을 연결하는 새로운 소비방식이 될 것이라 본다."

인터뷰 말미에 유니콘 가능성을 묻자 퀵 대표는 "유니콘이란 타이틀은 부수적인 요소"라며 "10억 달러를 버는 것보단,10억 명에게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만들어 내야 진짜 성공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정원엽 기자 jung.wonyeo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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