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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마지막 비서실장? 통합 우선땐 우윤근, 복심 선택땐 양정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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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후 3번째 비서실장 인선을 놓고 장고중이다. 이번에 임명할 비서실장은 사실상 문 대통령의 남은 임기를 끝까지 함께 할 마지막 비서실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이번 비서실장 인선은 문 대통령의 임기 후반기 국정운영 기조와 밀접히 연관돼 있다.

문 대통령, 노영민 후임 인선 고심 #끝까지 갈 마지막 실장 가능성 #추진·기획력 있는 최재성도 거론 #오늘 추미애 원포인트 개각 예정

문 대통령 스스로가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대통령 비서실장(2007년 3월 임명)이었다. 문 대통령은 저서 『운명』에 “진심으로 맡고 싶지 않았다. 마지막 비서실장은 퇴임 후까지도 생각해야 하는 자리임을 잘 알고 있었다”고 적었다.

 청와대 비서실장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청와대 비서실장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소문상 당시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은 29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시 문 실장이 취임 일성으로 ‘우리에겐 하산은 없다’고 한 말을 지금도 기억한다”며 “지금도 삼고초려를 해서 문 대통령의 정치적 목표를 이룰 수 있는 사람을 모시고 와야 할 타이밍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아직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고 한다. 정부의 고위 인사는 “전날 정세균 국무총리를 만나서도 실장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인사도 “언론에서는 후보군을 4~5명 정도로 압축하지만 누가 유력하다고 하기 어렵다”며 “특히 각 인사들을 지원하는 그룹까지 선명하게 나뉘면서 부담이 가중된 상황”이라고 했다.

노무현ㆍ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핵심참모를 지냈던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 대통령은 임기를 적당히 마무리할 성격이 아니다”라며 “국정운영 장악력을 생각하면서도 임기 막판으로 갈수록 중요해질 국회와의 관계를 고려한 인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 원내대표 시절부터 야당과 원만한 관계를 이끌었던 우윤근 전 주러시아 대사가 1순위로 거론된다. 우 전 대사는 현 노영민 실장과도 가깝다. 업무의 연속성에서 안정을 꾀할 수 있다. 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정권 말기로 갈수록 국회가 중요해진다”며 “여권 인사 중 통합과 소통 능력에서 우 전 대사를 대체할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운명』에 “비서실장은 정무적인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내가 가장 부담스럽게 생각했던 일이고 잘할 자신이 없던 일이기도 했다”고 적었다. 바로 우 전 대사가 강점을 보이는 영역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우윤근 당시 원내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문 대통령은 우 전 주러시아 대사를 연말 특사로 파견할만큼 깊은 신뢰를 갖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우윤근 당시 원내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문 대통령은 우 전 주러시아 대사를 연말 특사로 파견할만큼 깊은 신뢰를 갖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최근 우 전 대사를 러시아 특사로 보내며 신뢰를 보였다. 특히 실장 인사를 앞둔 시점인 다음달 초 그를 청와대로 따로 불러 보고를 받는다. 우 전 대사의 주변에선 “우 전 대사가 가정사 등을 이유로 고사해왔지만, 문 대통령이 직접 마지막 미션을 부여할 경우 이를 거부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도 유사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국민의힘 강세 지역인 대구 출신이란 게 강점이다. 다만 여권 관계자는 “김 전 장관은 대선 출마를 고려하고 있는 정 총리의 후임으로도 쓰임새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성 정무수석의 승진 발탁도 가능한 카드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월 최 수석을 임명하면서 “정무적 역량뿐 아니라 추진력과 기획력이 남다르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 수석이 임명 직후 정무를 넘어 모든 정책 사안까지 담당자를 정해 별도 관리해왔다”며 “비서실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최근엔 문 대통령의 최측근인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부상하고 있단 얘기가 많다. 양 전 원장과 가까운 인사는 “대통령이 참모진의 도움은 커녕 참모진의 실수까지 덮어쓰고 고군분투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이럴 바에는 차라리 측근 기용이라는 비판을 감수하고서라도 대통령을 가장 잘 이해하는 양 전 원장이라는 정공법(正攻法)을 써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최측근 기용엔 정치적 부담이 따른다. 여권의 한 인사는 “양 전 원장 기용은 단기적으론 청와대 장악력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임기 말로 갈수록 불통과 독단의 이미지만 부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호철 전 민정수석도 후보군에 올라있다. 과거 문 대통령과 함께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인사는 “이 전 수석은 문 대통령과 40년을 함께 한 동지로 비판적 의견을 제시하거나 때로 악역을 자처할 수 있는 관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정치에서 자유롭고 싶다’는 이 전 수석을 존중해 그간 아무 요청을 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마지막에 중책을 맡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 전 수석 본인은 완강하게 고사의 뜻을 밝히고 있다고 한다.

문재인(가운데) 대통령이 민정수석 시절 이호철(오른쪽) 당시 민정1비서관, 윤태영(왼쪽) 당시 대변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문재인(가운데) 대통령이 민정수석 시절 이호철(오른쪽) 당시 민정1비서관, 윤태영(왼쪽) 당시 대변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안병진 경희대 교수는 “문 대통령은 단순한 관리형 인사를 쓸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면서도 “자신의 국정과제를 완수하면서도 그동안 검찰 개혁 등의 과정에서 발생한 사회적 갈등에 대한 연착륙까지 고려한 인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정훈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역시 “이미 시작된 레임덕 상황을 최대한 차단하면서 국회와의 관계까지 고려해 개혁을 원만하게 수행할 수 있는 실장을 고려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청와대에선 “비서실장 인사가 1월 중순 전에는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내년 1월 중순 신년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청와대 진용을 세우는 것이 상식적이란 이유다. 다만 가급적 참모들의 체면을 세워주려 하는 문 대통령의 스타일상 인사 시기는 노 실장이 임기 2년을 채우는 다음달 8일 이후가 될 것이라고 한다.

이번 정부의 아킬레스건이 된 부동산 문제를 비롯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도입 문제 등에서 실기 논란을 자초한 김상조 정책실장 역시 노 실장과 함께 ‘동시 경질’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문 대통령은 30일 추미애 법무부장관에 대한 ‘원포인트 개각’을 발표할 예정이다. 추 장관은 사실상 마지막이 될 29일 국무회의가 화상으로 진행되면서 문 대통령과 별도 회동 등을 하지 못했다. 여권에선 “사실상의 경질 인사에 가깝지만 문 대통령이 1~2개 부처 장관을 함께 발표하면서 추 장관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를 한다는 입장이 반영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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