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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성산일출봉…코로나에 관광지 빗장 잠그는 지자체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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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면

지난 25일 오전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일출봉의 등산로가 폐쇄돼 있다. 입구에는 지난 24일부터 내년 1월 3일까지 출입을 전면통제 한다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걸렸다. 최충일 기자

지난 25일 오전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일출봉의 등산로가 폐쇄돼 있다. 입구에는 지난 24일부터 내년 1월 3일까지 출입을 전면통제 한다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걸렸다. 최충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는 와중에 새해 1월 1일을 맞아 해돋이 명소로 인파가 몰릴 것을 우려한 제주와 광주·전남 지자체들이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해돋이 축제를 취소했어도 개인이나 가족·지인 단위로 방문하는 인파를 막으려면 해돋이 명소를 폐쇄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24일~1월 3일 제주 주요 명소 통제 #일출축제 취소, 한라산 입산 금지 #코로나 여파 제주 관광객 절반 감소 #매년 1만여명 찾던 해남도 행사 무산

제주도는 지난 24일부터 내년 1월 3일까지 해돋이·해넘이 명소와 국립공원에 대한 출입을 금지했다. 전국을 대표하는 해돋이 명소인 성산일출봉도 지난 24일부터 내년 1월 3일까지 접근이 통제된다. 한라산도 24일부터 1월 3일까지 입산이 금지된다.

제주형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에도 지역경제 침체 우려 때문에 운영해오던 ▶천지연폭포 ▶주상절리 ▶용머리해안 ▶정방폭포 ▶천제연폭포 등 공영관광지 5곳도 30일부터 내년 1월 3일까지 폐쇄된다.

앞서 제주도는 일출명소인 성산일출봉에서 12월 30일부터 이듬해 1월 1일까지 새해를 맞이하던 ‘성산일출축제’를 취소했다. 2000년부터 매년 1월 1일마다 열려온 새해맞이 축제인 ‘서귀포 겨울바다 국제펭귄수영대회’도 올해는 열리지 않는다. 아울러 제주도는 도내 관광 숙박시설에 대해 총 객실의 50% 이내만 예약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축제를 취소한 데 이어 해돋이와 관광 명소를 폐쇄하는 이유는 코로나19 확산세 때문이다. 제주도는 지난 12월부터 현재까지 300여 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하루 평균 20여 명의 신규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다.

전남지역도 매년 1월 1일 전후로 열렸던 13개 해돋이·해넘이 축제가 사라지고 명소가 폐쇄됐다. 대한민국의 끝과 시작이라는 상징성을 가진 ‘해남 땅끝마을’에서 12월 31일과 1월 1일에 열리던 해돋이·해맞이 행사는 매년 1만5000여 명의 관광객이 찾았지만, 올해는 일찌감치 무산됐다.

전남 해맞이 명소로 손꼽히는 여수 향일암 일출제와 순천 와온 해넘이 행사, 보성 율포해변 불꽃축제, 신안 천사대교 해넘이·해맞이 축제도 모두 열리지 않는다.

매년 1월 1일 전남 완도군 완도타워 일원에서 치러지던 ‘첫 해맞이 축제’도 코로나19 확산에 발목을 잡혔다. 완도군은 축제 취소에도 인파가 몰릴 것을 우려해 내년 1월 1일 완도타워를 전면 폐쇄하기로 했다. 여수시도 오는 31일 오후 6시부터 내년 1월 1일까지 해돋이 명소인 오동도로 들어가는 입구를 전면 통제한다. 축제를 취소해도 일출 명소 주변으로 인파가 몰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의식한 지자체들이 해돋이 명소를 중심으로 출입을 전면 통제하는 방안을 선택한 것이다. 무등산국립공원사무소는 무등산의 일출맞이 등반을 금지하고 1월 1일부터 3일 동안은 오전 7시 전 산행을 금지시켰다.

지자체들은 꼼꼼한 방역대책을 세워 매년 지역상권에 효자 노릇을 해오던 해돋이·해넘이 축제를 강행하더라도 실효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적용돼 100인 이상 집합·모임이 제한된 만큼 축제를 극소수로 진행할 경우 투입되는 예산에 비해 홍보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만약 확진자 동선에 축제 장소가 포함될 경우 축제 강행으로 인해 코로나19를 유입시키는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는 점도 부담이다.

최충일·진창일 기자 jo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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