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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세로 별세한 프랑스 패션계 전설, 피에르 가르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9일(현지시각) 프랑스 패션계 전설적 디자이너로 불려온 피에르 가르뎅이 세상을 떠났다. 향년 98세. 프랑스 미술 아카데미에 따르면 파리 외곽 뇌이쉬르센에 있는 미국 병원에서 사망했다.

 피에르 가르뎅이 29일 향년 98세로 별세했다. 지난 2008년 10월 프랑스 남부 해변의 한 빌라에서 열린 2009 가을겨울 컬렉션 발표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피에르 가르뎅. 사진 AP=연합뉴스

피에르 가르뎅이 29일 향년 98세로 별세했다. 지난 2008년 10월 프랑스 남부 해변의 한 빌라에서 열린 2009 가을겨울 컬렉션 발표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피에르 가르뎅. 사진 AP=연합뉴스

이탈리아 태생의 피에르 가르뎅은 1922년 7월 베니스 근처에서 부유한 와인 상의 아들로 태어났다. 2세 때 가족과 함께 프랑스로 이주, 23세부터 파리에서 건축을 공부하며 패션 하우스에서 일했다. 1946년에는 크리스찬 디올에서 패턴사로 일했고, 4년 후 자신의 패션 하우스 ‘피에르 가르뎅’을 열어 주로 연극 의상을 디자인해왔다. 1953년에는 첫 여성 컬렉션을 선보였고, 이후 그의 의상은 엘리자베스 테일러, 브리지트 바르도, 리타 헤이워드 등 당대의 유명 여배우가 입는 의상이 됐다. 또한 1957년에는 남성을 위한 부티크를 열어 화려한 넥타이와 프린트 셔츠 등을 선보였다. 이후 영국 밴드 비틀스가 입은 옷깃 없는 수트를 만들고, 그레고리 펙 같은 유명 배우들의 의상을 디자인하기도 했다.

피에르 가르뎅은 1960년대 주요 패션 사조로 꼽히는 스페이스 룩의 대표주자다. 사진 AP=연합뉴스

피에르 가르뎅은 1960년대 주요 패션 사조로 꼽히는 스페이스 룩의 대표주자다. 사진 AP=연합뉴스

피에르 가르뎅은 1960년대의 대표적 스타일로 손꼽히는 스페이스 룩(space look)의 대표주자다. 1950년대 후반과 1960년대 초는 미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펼쳐졌던 우주 탐험 경쟁으로 우주복을 비롯, 우주에 관한 다양한 관심사가 문화 전반에 반영된 시기였다. 피에르 가르뎅은 1958년 헬멧형의 모자와 알루미늄을 연상시키는 은색의 광택 소재 등을 사용한 ‘코스모코르(Cosmocorps)’ 컬렉션으로 명명된 우주복 스타일을 선보였다. 이후에도 기하학적 패턴과 심플한 H라인, 사다리꼴 모양의 패턴은 피에르 가르뎅 의상의 주요 특징이 됐다.

피에르 가르뎅은 5대륙 140개국 이상에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활용한 라이센스를 판매해 로열티를 받아 라이센스계의 선구자로 불린다. 사진 AP=연합뉴스

피에르 가르뎅은 5대륙 140개국 이상에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활용한 라이센스를 판매해 로열티를 받아 라이센스계의 선구자로 불린다. 사진 AP=연합뉴스

피에르 가르뎅은 기성복의 제왕으로도 불린다. 당시 맞춤복 위주로 흘러가던 파리 패션계에서 대중을 위한 기성복 디자인을 선보이는 혁신을 펼쳐, 파리 패션계의 엘리트주의에 타격을 가했다. 1970년대에는 브랜드 라이선스의 선구자로 활약했다. 피에르 가르뎅의 높은 브랜드 가치를 활용해 5대륙 140개 이상의 국가에서 판매되는 향수부터 펜, 담배, 재떨이, 자동차, 심지어 피클까지 다양한 물건에 피에르 가르뎅의 이름을 올렸다. 5~12%의 로열티를 받았던 피에르 가르뎅은 한때 ‘라이센스계의 나폴레옹’이라는 비공식적 칭호를 얻기도 했다. 자신의 디자인을 모스크바, 도쿄, 베이징으로 가져가 국제적 경계를 허무는 시도를 했으며, 프랑스가 글로벌 패션 제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디자이너로 평가받는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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