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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튜브’ 잡아라”…통신사도 뛰어든 ‘라이브 커머스’ 춘추전국시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KT는 27일 자사 OTT인 '시즌'을 통해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인 '쇼핑라이브'를 출시했다.

KT는 27일 자사 OTT인 '시즌'을 통해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인 '쇼핑라이브'를 출시했다.

#1. 직장인 A씨는 28일 오후 6시쯤 현대홈쇼핑에서 판매한 ‘라 사본느리 비누’ 라이브 방송을 보고 비누를 구입했다. TV나 홈쇼핑 채널이 아닌 KT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인 ‘시즌’을 통해서다. A씨는 채팅창을 통해 ‘한 세트 구성이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고, 판매원은 ‘1세트 14개’라고 즉답했다. 그는 모바일 화면의 ‘구매하기’ 버튼을 통해 손쉽게 제품을 구매했다.

#2. 지난 17일 쿠팡은 앱 마켓인 구글플레이에 ‘쿠팡 라이브 크리에이터’라는 앱을 선등재했다. 라이브로 쿠팡 상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플랫폼이다. 크리에이터(판매자)는 쿠팡에 입점한 상품을 실시간 방송으로 판매하고, 그 성과에 따라 이익을 얻는다. 업계는 쿠팡이 내년 초 라이브 커머스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네이버·카카오 이어 KT·쿠팡 가세

카카오는 카카오커머스를 통해 자체 스튜디오에서 라이브 커머스 방송을 기획ㆍ제작ㆍ송출한다. [사진 카카오]

카카오는 카카오커머스를 통해 자체 스튜디오에서 라이브 커머스 방송을 기획ㆍ제작ㆍ송출한다. [사진 카카오]

라이브 커머스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네이버·카카오 등 포털 업체가 선두그룹을 형성한 가운데 이동통신·유통 업계까지 출사표를 던졌다. 국내 빅테크 기업이 너도나도 이 시장에 뛰어드는 건 라이브 커머스가 그 자체로 ‘블루오션’이기 때문이다. 29일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라이브 커머스 시장 규모는 전체 전자상거래 시장의 1.9%인 3조원(전망치)에서 2023년 8조원대로 성장할 전망이다.

실제 네이버 쇼핑 라이브의 지난달 거래액은 10월 대비 75% 증가했다. 서비스 초기였던 8월에 비해 340% 성장했다. 카카오 쇼핑 라이브 역시 출시 6개월 만인 지난달 20일 시청 횟수 1000만 건을 넘었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입점 수수료가 홈쇼핑 대비 현저히 낮은 데 비해 구매 전환율과 인터넷 확산성은 매우 높은 플랫폼”이라며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커지는 국내 라이브 커머스 시장.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커지는 국내 라이브 커머스 시장.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MZ세대 공략, 결제 연계한 ‘락인 효과’

미래 주소비층인 MZ세대(밀레니얼과 Z세대를 합친 말로 1980년대 초~2000년대에 태어난 젊은 층)가 영상에 친숙한 만큼 이들을 공략하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 따르면 동영상 서비스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연령대는 20대(93.2%)로 일주일 평균 5.6시간(하루 48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문종 신한금융투자 책임연구원은 “라이브 커머스는 인플루언서(유명인)가 제품을 설명하고 채팅하는 방식에 익숙한 MZ세대에게 소구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라이브 커머스는 플랫폼 사업자의 결제 시스템과 연계돼 이용자를 묶어두는 락인(lock-in) 효과도 크다.

동영상 서비스에 친숙한 MZ세대.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동영상 서비스에 친숙한 MZ세대.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유튜브 대항, 콘텐트형 커머스로 진화

유튜브가 장악한 동영상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콘텐트를 확보하겠다는 복안도 깔려 있다. 네이버·카카오·KT·쿠팡 모두 OTT 시장에 진출한 기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동영상 시장의 절대 강자인 유튜브에 맞서는 전략이 필수적이다. 이들은 예능을 접목하거나 새로운 콘셉트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커머스 영상에 ‘흥미’를 더하고 있다.

28일 네이버 쇼핑 라이브에서 진행된 '청음회' 형태의 젠하이저 블루투스 이어폰 판매 장면. 라이브 커머스가 다양한 영상 콘텐트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사진 네이버]

28일 네이버 쇼핑 라이브에서 진행된 '청음회' 형태의 젠하이저 블루투스 이어폰 판매 장면. 라이브 커머스가 다양한 영상 콘텐트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사진 네이버]

네이버는 18일 예능과 라이브를 결합한 ‘예능형 쇼핑 라이브 콘텐트’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방송인 하하가 호스트로 출연해 소비자가 열광할 콘텐트를 찾고 업체 전문가와 판매 대결을 펼치는 식이다. 카카오 역시 카카오커머스를 통해 자체 스튜디오에서 기획·촬영·송출을 전담하며 전문적인 콘텐트를 제공 중이다. 카카오가 지난 10월 캠핑 전문 유투버인 ‘녜미누’와 손잡고 판매한 텐트와 의류는 4억원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KT는 내년부터 홈쇼핑 업체와 손잡고 커머스 콘텐트 공동 제작에 나서 ‘콘텐트+커머스’ 분야를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라이브 커머스가 다양한 형태로 진화해 양질의 영상 콘텐트 공급원으로서의 역할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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