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국민 가슴에도, '위로 비타민' 손흥민을, 찰칵 저장~

중앙일보

입력

토트넘 공격수 손흥민은 올 시즌 득점 후 양손으로 카메라 모양을 만드는 세리머니를 펼친다. 이 순간을 기억하고 간직하고 싶다는 의미다. [로이터=연합뉴스]

토트넘 공격수 손흥민은 올 시즌 득점 후 양손으로 카메라 모양을 만드는 세리머니를 펼친다. 이 순간을 기억하고 간직하고 싶다는 의미다. [로이터=연합뉴스]

코로나19로 일상이 멈춰선 2020년. 힘들었던 대한민국에 손흥민(28·토트넘)은 ‘위로 비타민’이었다.

코로나로 힘든 국민에 활력소 돼 #잇달아 아시아 최초 기록 써나가 #영국 현지서 인정한 월드 클래스 #내년에는 득점왕, 우승까지 노려

1990년대 IMF 외환 위기 당시, 메이저리그(MLB)의 박찬호와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박세리는 시련 속 국민의 기를 살려줬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흘러 그 역할을 손흥민이 이어받았다. 박찬호와 박세리 시절, 국민은 TV와 라디오를 통해 두 선수의 활약을 지켜봤다. 요즘 손흥민은 그와는 좀 다른 방식으로 국민을 위로한다.

체육 철학자 김정효 서울대 외래교수는 “박찬호 시대가 ‘보이는 위로’였다면, 손흥민 시대는 ‘찾아보는 위로’다. 요즘 코로나19 뿐만 아니라 정치, 집값, 청년실업 등으로 스트레스받는 국민이 많다. 개인이 직접 스마트폰 등을 통해 손흥민을 검색하고 득점 영상을 돌려보면서 위로를 얻는다. 직접 찾아보니 임팩트는 훨씬 크다. 나도 손흥민 골 영상을 10번 이상씩 돌려보며 전율을 느낀다”고 말했다.

국민은 손흥민이 유럽 무대에서 ‘최초’라는 수식어를 잇달아 써내려가는 것을 보며 자긍심을 가진다. 그런 손흥민에게 현지 미디어에서도 ‘The history-maker(역사를 만드는 사람)’라는 찬사를 보냈다. 손흥민은 7월 13일 아스널전에서 10(골)-10(어시스트) 클럽에 가입했다. 9월 20일 사우샘프턴전에서는 한 경기 네 골을 몰아쳤다. 둘 다 프리미어리그 아시아인 최초 기록이다.

10월에는 차범근(98골)을 넘어 한국인 빅리그 최다골(100골) 기록을 세웠다. 12월에는 한 해 최고 골을 시상하는 국제축구연맹(FIFA) 푸슈카시상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했다. 지난해 12월 8일 번리전에서 수비수 6명을 따돌리며 70여m를 치고 들어가 넣은 골로 수상했다.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말이 붙은 그림 같은 골이었다.

지난 18일 FIFA 푸슈카시상을 수상한 손흥민. [AFP=연합뉴스]

지난 18일 FIFA 푸슈카시상을 수상한 손흥민. [AFP=연합뉴스]

2020년은 손흥민이 아시아를 넘어 자타공인 세계적인 선수, 이른바 ‘월드 클래스’로 발돋움한 해다. 토트넘의 조세 모리뉴 감독은 “손흥민이 월드클래스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리버풀 수비수 출신 제이미 캐러거는 “손흥민은 라힘 스털링(맨체스터 시티), 모하메드 살라(리버풀)와 같은 수준”이라고 극찬했다.

2017년부터 2년간 영국 레스터셔 러프버러대에서 연구를 수행한 김정효 교수는 “(손흥민은) 현지에서 에누리 없이 월드 클래스 대우를 받는다. 매주 BBC 주말 하이라이트에서 손흥민은 해리 케인(토트넘), 살라와 같은 급이다. 손흥민에 대해 ‘extraordinary(놀라운)’란 표현을 자주 쓴다. 인지도 측면에서 맨유 시절 박지성을 훨씬 앞선다”고 전했다.

손흥민이 영국 현지에서도 그토록 사랑받는 이유가 뭘까. 김정효 교수는 “손흥민은 동양 선수에 대한 편견을 불식시켰다. 동양 선수는 언어 문제로 잘 섞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손흥민은 2015년 토트넘에 입단 때부터 ‘인싸(인사이더)’였다. 친화력과 팀에 녹아드는 속도가 놀라울 정도다. 영국에서 동양 선수를 보는 관점은 ‘성실하다’, ‘무조건 열심히 뛴다’였다. 박지성이 그랬다. 동양 선수는 조연 개념이 강했다. 그런데 손흥민에게는 기대하는 게 완전히 다르다. 창조적이고 저돌적이며 큰 경기에 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손흥민은 2월에 오른팔 골절 부상, 10월에 햄스트링 부상을 잇달아 당했다. 마법처럼 빨리 회복해 복귀했다. 늘 미소를 잃지 않아 ‘서니 보이’로 불린다. 5월 제주에서 해병대 3주 기초 군사훈련을 수료했는데, 훈련병 157명 중 1등을 해 ‘필승상’을 받았다. 이와 같은 성실함에 겸손함도 갖췄다. 그는 최근 스카이스포츠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은 제가 아닌 BTS(방탄소년단) 같다. 저 역시 BTS의 엄청난 팬”이라고 말했다.

그런 손흥민을 국민도 사랑한다. 한국갤럽이 최근 실시한 ‘한국을 가장 빛낸 스포츠 선수’ 설문조사에서 손흥민은 79.7% 지지를 받아 4년 연속 1위에 올랐다. TV를 켜면 손흥민이 출연한 라면, 은행 광고 등이 이어진다.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는 케인과 포옹하는 손흥민. [로이터=연합뉴스]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는 케인과 포옹하는 손흥민. [로이터=연합뉴스]

이적 전문사이트 트랜스퍼 마르크트에 따르면 손흥민의 이적 시장 가치는 9000만 유로(1204억원)다. 두 달 사이 200억원이 뛰었다. 전 세계 축구선수 중 13위, 프리미어리그 선수 중 7위다. 토트넘과 재계약 협상 중인 손흥민은 주급을 20만 파운드(2억9740만원) 이상 받을 거라는 전망이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최근 손흥민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1조988억원으로 평가했다.

2021년에도 손흥민은 새 역사를 계속 써나갈 전망이다. 우선 아시아인 첫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도전한다. 현재 리그 11골로 득점 공동 2위다. 선두 살라(13골)와 2골 차다. 최근 득점이 주춤한데, 몰아치기에 능하다. 유로파리그를 포함하면 14골-7도움을 기록 중이다. 2015년 토트넘 입단 후 99골을 기록 중인데, 한 골만 더하면 100골 고지에 오른다. 프로 첫 우승에도 도전한다. 팀이 리그 7위지만 선두 리버풀과 승점 6차다. 리그컵은 4강에, 유로파리그 32강에 올라있다.

손흥민은 올 시즌 득점 후 양손으로 카메라 모양을 만드는 세리머니를 펼친다. 그는 “이 순간을 기억하고 간직하고 싶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국민에게도 2020년은 손흥민의 모든 활약 순간을 기억하고 간직하고 싶은 한 해였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