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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진의 전기차 상생과 ‘한국판 테슬라’ 탄생

중앙일보

입력

코로나19(COVID 19)가 휩쓴 자리. 사람과 사람 사이 물리적 거리는 멀어졌지만, 마음의 거리는 가까워진 모습이다. 갑작스럽게 불어 닥친 혼돈에 나와 나를 둘러싼 이들의 건강, 나아가 생존 문제까지 고민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타적 삶의 태도가 자연스레 퍼지며 삶의 터전인 지구 환경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적어도 후대가 살 수 있을 만큼은 지켜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의식이 퍼지고 있다.

전 세계 각국은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탄소 중립'에 주목해 왔다. 중국은 2060년 이전, 미국·일본·유럽연합(EU)은 2050년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선언했으며, 우리나라도 지난 10월 2050년 탄소 중립 목표를 공식 발표했다.

목표 실현을 위한 정책 중 하나에는 전기차나 수소차 같은 친환경차 보급 계획도 포함돼 있다. 전기차와 수소차는 모두 차량 운행 자체에서 탄소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탄소 중립 목표 실현을 위해 필수로 도입돼야 한다.

전기차는 '현재의 친환경차', 수소차는 '미래의 친환경차'로 불리는 가운데, 최근 들어 물류 분야에서 전기차 보급이 활발하다. 얼마 전 한진그룹의 물류계열사 한진(대표이사 노삼석)이 제주도에서 전기 택배차량 시범 운행을 시작했다.

종합물류기업인 한진의 전기 택배 트럭 운행은 두 가지 측면이 조명되고 있다. 하나는 ESG(환경 Environment · 사회 Social · 지배구조 Governance)를 기업경영의 새로운 축으로 삼고 친환경 사업을 통해 사회적 가치 실현에 선제적으로 나섰다는 점, 다른 하나는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사업의 일환으로 이모빌리티(e-Mobility) 기술기업 이빛컴퍼니와 진행한 전기차 개조사업이 대기업과 벤처기업 간 상생 협력의 우수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진은 전기 택배차를 현장에 보급해 온실가스 감축에 역할을 하는 등 환경보호 차원뿐 아니라 유류비·통행료·주차요금 등의 차량유지비 절감 효과, 그리고 내연기관 차 대비 소음과 진동이 적은 전기차 운행에 따른 택배 기사의 피로도 감소 효과를 통한 작업 여건 개선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아울러'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스타트업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한진이 갖고 있는 사업역량과 엮어서 시장에서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며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자 한다. '한진은 함께하는 이빛컴퍼니까지 모두가' 이익을 얻고 시너지를 만들어가며 지속적으로 협업이 가능한 사업을 만들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한진에 전기 택배 차량을 공급한 오픈이노베이션 기업은 전기차 제작에서 설계, 3D모델링, 이모빌리티 컨텐츠기획 등의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친환경 전기차 개발 소셜벤처 이빛컴퍼니(EVITS COMPANY, Electric Vehicle Into Total Solutions)이다. 이빛컴퍼니는 유통-물류 플랫폼 콘텐츠 채널 비욘드엑스(BeyondX)와 중소형 화물운송업체나 개인운송사업자를 대상으로 전기차 개조 공급 확대와 도심물류 스마트화를 위해 뜻을 함께 했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택배차량용 디젤 트럭의 하이브리드 개조기술 개발 및 실용화 연구의 실증사업 및 녹색물류전환사업 참여를 위하여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협력해가고 있다.

정부가 전기차 도입 확대는 강조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내 전기차 제조업체 육성 정책은 미흡한 실정이다. 특히 전기차가 확대되려면 초기 구매 가격에 대한 저항선을 제거해주는 보조금 정책이 적절히 뒷받침돼야 하는데, 현행 제도로는 해외 전기차 제조사가 보조금을 독식하고 결국 국내 시장을 잠식할 것이란 전문가들의 지적에 주목해야 한다. 해외에는 중소기업뿐 아니라 개인까지도 전기차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 국내에선 전기차만을 전문으로 개발하는 기업이 사실상 전무한 실정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같은 현실을 감안하면, 기술력과 가능성이 뛰어난 스타트업 역량을 알아보고 국내 전기차 제조사에 협력의 손을 내민 대기업의 따뜻한 프로젝트는 두 회사뿐 아니라 국내 전기차 업계 전체에 도움이 될 큰 걸음에 비유할 만하다. 민간 차원의 국내 전기차 생태계 확대 노력과 정부의 적절한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우리나라에서도 ‘테슬라(Tesla)’ 같은 혁신 기업이 탄생하지 못하란 법은 없다.

- 이종현 소셜엔터프라이즈네트워크(SEN) 상임이사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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