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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기금, 삼성자산운용이 굴린다…커지는 OCIO시장

중앙일보

입력

이화여대 전경. 중앙DB

이화여대 전경. 중앙DB

이화여대가 기금 중 일부를 일선 운용사에 맡겨 굴리기로 했다. 삼성자산운용은 29일 “1500억 원 규모의 이화여대 기금 위탁운용사로 선정돼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사립대 중에선 첫 외부위탁운용(OCIO)이다.

대학 기금은 기업 유보금과 비슷하다. 향후 건축비용이나 장학·연구·퇴직 등 필요할 때 사용하게 남겨두는 돈이다. 그런데 그 금액이 상당하다 보니 굴리는 것도 일이다. 지난 8월 대학정보공시에 따르면 전국 4년제 사립대학교의 교비 회계상 적립금은 7조8817억원에 달한다.

국내 대학은 남는 돈이 있어도 이를 전문회사에 맡겨 운용하기보다 대부분 자체 운용해 왔다. 그러다 보니 주로 펀드 투자나 은행에 맡기는 식이 많았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기금을 운용하는 해외 대학의 성공사례가 알려진 데다 최근의 저금리 기조 속 자체 운용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워 외부위탁을 고려하는 대학이 많아졌다.

미국은 대학이 기관투자자 못지않은 자산시장의 큰손이다. 예일대는 일찍부터 자산별 운용을 외부 전문가에게 맡겼다. 1985년 기금의 최고투자책임자(CIO)로 리먼브러더스 출신인 데이비드 스웬슨을 임명했다. 포트폴리오 이론에 충실한 장기투자는 성공을 거뒀고 ‘예일 모델(Yale Model)’이란 이름을 얻을 정도였다. 지난 20년 동안 연평균 수익률은 11%에 달한다. 같은 기간 미국 주식시장이나 대학기금 평균 수익률은 6% 수준이다.

외부위탁운용(OCIO)은 자산운용의 전반을 외부에 위탁하는 것으로, 아웃소싱한 최고투자책임자(CIO)가 기금을 굴린다. 전통적 위탁방식과 비교하면 수탁자에게 더 많은 권한을 주고 맡기는 편이다. 다만 “국내에선 이 시장이 열린 지 얼마 안 돼 투자와 관련된 의사결정의 권한을 얼마나 맡길지는 대학마다, 기관마다 전부 다르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대형 공적기금을 중심으로 형성된 국내 OCIO 시장에 최근 들어 민간 기업이나 대학기금 같은 다양한 특성의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고 했다. 지난 9월 펴낸 ‘최근 국내 OCIO시장 확대에 관한 소고’에서다. 국내 OCIO시장은 100조원 규모지만 업계에선 시장이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본다. 서울대도 지난해 2000억원 규모의 발전기금을 삼성자산운용에 위탁했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서울대 발전기금의 올해 수익률이 목표대비 우수한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며 “이대 기금 역시 안정적인 성과를 기반으로 재정 건전성 제고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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