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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서 온 꽃도령 3인방 “세계유산 서원의 매력 아시겠소”

중앙일보

입력

문화재청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서원 홍보 웹드라마 '삼백살 20학번'의 주인공들. 왼쪽부터 허창(이세진), 김신재(공재현), 전강운(노상현) 등 꽃도령 3인방과 이들을 돕는 서연(최지수). [사진 문화재청]

문화재청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서원 홍보 웹드라마 '삼백살 20학번'의 주인공들. 왼쪽부터 허창(이세진), 김신재(공재현), 전강운(노상현) 등 꽃도령 3인방과 이들을 돕는 서연(최지수). [사진 문화재청]

1720년 경북 안동에 위치한 병산서원에서 과거 시험을 준비하던 유생 3명이 어쩌다 손에 넣은 괴서 ‘경자유랑기’를 통해 2020년 경자년으로 타임슬립한다. 이들은 서원 길잡이 역할을 하는 여주인공 서연(최지수)에 의지해 과거로 돌아가는 실마리를 캐는 한편, 신문물의 현대 한국에 흠뻑 빠진다. 올곧은 성격에 선비정신을 강조하는 전강운(노상현)과 재기발랄 재주 많은 김신재(공재현), 연하남의 상큼함이 느껴지는 막내 허창(이세진)까지 꽃도령 3인방은 아홉 서원의 수수께끼를 풀고 조선시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

18세기 병산서원서 현재로 온 유생들 #아홉 서원을 매개로 엮은 웹드라마 #"청춘 이야기에 문화유산 공감대 녹여" #문화재청, 사열의식 다룬 '첩종'도 선봬

지난 21일 문화재청 유튜브와 네이버TV 등을 통해 첫선을 보인 웹드라마 ‘삼백살 20학번’의 내용이다. 평균 15분 분량의 6편으로 이뤄진 드라마는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9개 서원(소수서원, 남계서원, 옥산서원, 도산서원, 필암서원, 도동서원, 병산서원, 무성서원, 돈암서원)을 5회에 걸쳐 담고 내달초 방송될 최종회만 남겨놓고 있다. 문화재청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홍보를 위해 제작했다지만 서원에 대한 소개는 최소화했다. 오히려 티격태격하는 꽃도령 3인방의 캐릭터가 돋보이는 청춘 성장드라마에 가깝다.

세계유산 서원이 신기하고 선비 말투가 낯선 것은 3인방을 연기한 신인배우들도 마찬가지. 3회까지 공개된 후 온라인 화상 인터뷰로 만났을 때 20대인 공재현(26)과 이세진(24)은 물론 서른살 노상현까지 “지난 늦여름에 촬영하면서 전국 여행하는 기분이었다”며 흥겨워했다. 서원 분량은 세트 없이 전부 현지 로케이션으로 찍었다. “석굴암·불국사 등 흔히 가는 관광지는 아닌데 잘 보존된 문화재에 관심이 생겼다”(공재현) “옛 사람들의 좋은 고집이 담겨 있더라. 배산임수 다 지키고 위치나 공간 하나하나가 허투루 된 게 없어 왜 (세계유산) 지정이 된지 알 것 같다”(이세진)고 했다.

문화재청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서원 홍보 웹드라마 '삼백살 20학번'의 만년 유생 3인방. 왼쪽부터 김신재(공재현), 전강운(노상현), 허창(이세진). [사진 문화재청]

문화재청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서원 홍보 웹드라마 '삼백살 20학번'의 만년 유생 3인방. 왼쪽부터 김신재(공재현), 전강운(노상현), 허창(이세진). [사진 문화재청]

특히 이들이 조선시대에 기숙했고 현재에 와서도 주요 배경이 되는 병산서원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표했다. “극중에도 나오지만 만대루에서 보는 풍경이 정말 아늑하고 아름답거든요. 거의 원형대로 보존됐다고 하니 옛날 유생이 된 듯한 기분이 절로 들었어요. 제가 원래 역사도 좋아해서 ‘애늙은이’ 소리를 듣기도 해요, 하하.”(공재현)

초등학교 6학년 때 캐나다로 떠나 미국에서 고등학교·대학을 마치고 한국에 온 노상현의 경우엔 극중 역할이 가장 근엄한 만년 유생이라 말투와 대사 익히는 데 애를 먹었다. “기억에 남는 대사는 서연에게 약속을 지키겠다며 한 말 ‘언행일치, 지행합일, 의리와 명분, 그것이 선비의 도리이니라’예요. 연기할 때 의미를 여러 번 되뇌었는데 생각해볼수록 멋진 말 같아요.”

‘성균관스캔들’(2010)을 연상케하는 퓨전사극 대사들 속에 당찬 현대 여주인공과 조선 선비의 로맨스도 걸쳤다. “넌 그거 잘하잖아 선비질”이란 서연의 핀잔에 “놀리는 것이냐 칭찬하는 것이냐” 하고 맞받아치던 강운이 서서히 서로에 이끌리는 식이다. 과거 합격이 요원해 좌절하는 조선 유생도, 고루한 가부장제 집안에서 서울행 탈출을 꿈꾸는 서연도 300년을 거슬러 비슷한 고민을 안고 산다.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고 막연한 꿈과 희망에 행복해하는 모습이 예나 지금이나 매한가지 같아요. 저 역시 이제 이름 알리는 신인배우이다보니 주인공들 입장에 감정이입 됐고요.”(이세진)

18세기 조선과 현대 한국을 오가며 펼쳐지는 '삼백살 20학번'은 문화재청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서원을 홍보하기 위해 만든 웹드라마로 총 6회 분량이다. [사진 문화재청]

18세기 조선과 현대 한국을 오가며 펼쳐지는 '삼백살 20학번'은 문화재청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서원을 홍보하기 위해 만든 웹드라마로 총 6회 분량이다. [사진 문화재청]

문화재청이 문화유산 촬영 협조를 넘어서 직접 웹드라마 제작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 세계유산팀 박영록 학예연구사는 “세계유산에 등재된 서원 9개소 모두를 하나로 꿰는 스토리가 목적이고 향후 저작권 활용까지 염두에 두다보니 직접 제작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국내외 젊은 세대를 전통 유산에 대한 관심으로 끌어들이려니 극 내용이 청춘물에 치우치긴 했다. 반응은 순조로운 편. 첫회는 일주일만에 3600여회 조회됐고 댓글창에 “영어 자막을 해달라”는 요청이 따르고 있다. 박 연구사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서원의 아름다운 풍경 자체가 대리만족을 주는 것 같다”면서 “반응을 봐서 후속작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배우들은 “서연이 조선시대로 타임슬립하는 시즌2도 가능할 것 같다. 계속 됐으면 한다”고 입을 모았다.

궁궐 호위군 사열 의식인 첩종(疊鐘)을 다룬 단편영화 '첩종-조선을 지켜라'가 오는 31일 오전 10시에 온라인으로 공개된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와 한국문화재재단이 공동제작했다. 사진은 영화 '첩종-조선을 지켜라' 촬영 현장 모습. [사진 문화재청]

궁궐 호위군 사열 의식인 첩종(疊鐘)을 다룬 단편영화 '첩종-조선을 지켜라'가 오는 31일 오전 10시에 온라인으로 공개된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와 한국문화재재단이 공동제작했다. 사진은 영화 '첩종-조선을 지켜라' 촬영 현장 모습. [사진 문화재청]

최근 한국관광공사의 ‘Feel the Rhythm of Korea’(한국의 리듬을 느껴보세요) 영상이 유튜브 누적 조회수 5억뷰를 돌파하는 등 전통문화를 알리는 참신한 홍보영상들이 국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코로나19로 실제 관광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 같은 동영상들은 예비 가이드뿐 아니라 이색 콘텐트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31일엔 궁능유적본부와 한국문화재재단이 함께 제작한 단편영화 ‘첩종-조선을 지켜라’도 유튜브 등을 통해 공개된다. 2012년부터 매해 봄 또는 가을에 경복궁 흥례문 앞 광장에서 열려 관광객의 관심을 끌었던 궁궐 호위군 사열의식 첩종을 모티브로 한다.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2003)의 김경형 감독이 연출을 맡고 ‘명량’의 신재명 무술감독이 함께 했다. 한국문화재재단 활용기획팀 송영국 부팀장은 “‘첩종’은 조선왕조실록에도 자주 등장했던 임금의 ‘군기 바로잡기’ 행사인데,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현장 행사가 불가능해서 이참에 영상으로 첩종 의식의 진면목을 볼 수 있게끔 기획했다”고 말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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