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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형제 화재사건’ 더 없게…벼랑 몰린 310만명 지원 절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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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지난 3월 11일 부산 동구청 광장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취약계층에 전달할 긴급지원물품을 포장하고 있다.[사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지난 3월 11일 부산 동구청 광장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취약계층에 전달할 긴급지원물품을 포장하고 있다.[사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딸 아이가 TV를 보다가 소고기가 먹고 싶다고 하는데 가슴이 아팠어요. 도와주시면 소고기부터 사주고 생활비로 쓰겠습니다."

[함께하는 세상] #취약층 1년새 10%늘어 310만명 #경제위기, 돌봄공백에 안전도 위협 #"다각적 지원과 법·제도 개선 절실"

 부산시 동구에 사는 최수연(38·가명)씨가 지난 4일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부산종합사회복지관에 긴급생계지원을 신청하면서 적은 내용이다. 복지관은 지난 1일 1900여명의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긴급지원 신청안내 문자를 보냈다. 소득이 50% 이상 감소한 가정, 경제난이 심각한 다자녀 및 한부모 가정, 생활고로 결식 및 극단적 선택 가능성이 있는 가정을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열 살짜리 딸 아이를 혼자 키우며 저소득층 자활사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최씨는 문자를 받자마자 긴급지원 신청서를 접수했다. 그는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통장잔고도 바닥나고 더는 기댈 곳도 없었다"며 "너무나 절망적이던 그 순간 복지관에서 온 한 통의 문자는 가뭄에 단비와도 같았다"라고 말했다. 복지관은 지난 11일 최씨를 포함해 16개 가정에 50만원씩 긴급생계비를 지원했다. 조민정 복지사업팀장은 "지원 대상의 5배가 넘는 90여명이 신청할 정도로 절박한 상황에 놓인 가정이 많았다"며 "예산의 한계는 있지만, 지원이 필요한 위기가정을 찾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비영리단체(NPO)들은 지난 2월부터 '코로나19 극복 모금 캠페인'을 시작하고 긴급방역, 마스크·손소독제·방호복·식료품 등 구호용품 지원, 결식아동 급식 및 저소득가정 생계비 지원 등의 활동을 이어왔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지난 3월부터 9월까지 전국 1270개 저소득층 가정에 15억7000만원의 긴급생계비를 지원했다. 대구·경북·경기 등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심각한 지역을 우선으로 6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권태훈 복지기획팀장은 "긴급모금캠페인 성금으로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었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도움을 호소하는 취약계층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 어려움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국가통계포털과 복지로 누리집에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국내 기초생활보장수급자와 차상위계층·한부모가족을 합한 사회취약계층은 지난 11월 현재 310만3883명이다. 지난해 말(282만4830명)과 비교해 올해 27만9053명(9.8%) 증가했다. 기초생활수급자는 212만3597명으로, 지난해(188만1357명)보다 24만2240명(12.8%) 늘었다. 감소세를 보였던 차상위계층과 한부모가족의 경우 지난해 94만3476명에서 올해는 98만2286명으로 3만8810명(4.1%) 증가했다.

 아동권리보장원이 지난 5월 저소득가정 양육자 375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41.5%(1542명)가 코로나19 확산으로 겪고 있는 문제 중 1순위로 '경제적 어려움'을 꼽았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로 경제적 위기에 몰린 취약가정이 올해 더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최근 인천의 한 형제가 라면을 끓이다 발생한 화재로 동생이 목숨을 잃은 사건에서도 볼 수 있듯 한 가정의 경제적 위기는 돌봄공백의 문제를 넘어 결식과 안전의 문제와 직결된다"고 했다.

 한전복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복지사업본부장은 "아동의 권리는 재난 상황과 상관없이 언제든 지켜져야 한다"며 "벼랑 끝에 몰린 사각지대를 찾아 지원하고 아동 기본권이 장기적·지속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정부·기업·시민사회의 발빠르고 다각적인 지원 확대와 관련 법·제도 개선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노유진 시민사회환경연구소 연구위원, 권혜림 기자
roh.youj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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