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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국정 쇄신, 돌려막기 인사로는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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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문재인 대통령이 주말인 지난 26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났다. 28일엔 정세균 국무총리와 오찬 회동을 했다. 대화 내용이 구체적으로 알려지진 않았지만 국정 쇄신을 위한 개각에 의견일치를 봤다는 게 중론이다.

검찰개혁·백신·부동산 논란 극복하려면 #회전문 인사 고집 버리고 적임자 찾아야

여권에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사표를 수리하는 원포인트 인사가 올해 안에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내년 1월 중순까지는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교체를 비롯해 대통령비서실과 몇몇 부처의 개편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윤석열 검찰총장 축출이 목표였던 낯 뜨거운 막장전, 코로나 백신 확보 실패, 부동산 정책의 난맥상을 지켜본 국민의 짜증과 실망을 생각하면 늦어도 한참 늦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남은 임기 1년 반을 고려하면 지금이라도 적재적소에 인재를 기용해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

그러나 하마평에 오른 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국정 쇄신을 기대하기 어렵다. 노 비서실장 후임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사들은 막후 실세로 알려진 친문 핵심들과 대선 때부터 대통령 곁을 지킨 신문(新文) 참모, 임명된다면 최초의 여성 실장이 될 각료 등이다. 노 비서실장은 잇따른 인사 및 정책 실패와 윤 총장 징계를 둘러싼 논란을 책임지는 차원에서 물러난다고 한다. 그렇다면 대체할 인물은 이런 오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대통령의 퇴임 이후 안위만을 생각하는 측근들, 작금의 난국을 해결할 돌파력을 지니지 못한 이들에게 그런 기대를 거는 건 난센스다.

윤 총장을 쫓아내려 했으나 되레 대통령 후보 지지율 여론조사 1위로 올려놓은 추 장관의 후임 선정도 신중해야 한다. 추 장관이 산적한 과제를 뒤로 한 채 윤 총장 퇴임만이 검찰개혁이라 외쳐 온 바람에 새 장관에겐 많은 과제가 남았다. 둘로 쪼개진 검찰 조직을 추스를 짐까지 떠안았다. 그런데도 “검찰 출신은 절대 안 된다”는 원칙만 되뇌며 윤 총장과 검사들을 적대시하는, 정권과 강성 지지자들의 입맛에 맞는 인사들을 후보로 거론한다. 각종 자질 논란에 휩싸인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임명도 28일 결국 강행했다.

“임기 5년 내내 ‘확실한 우리 사람 챙기기 인사’는 계속할 거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정권 핵심들로부터 나온 얘기다. 정권 초의 여러 다짐이 퇴색되는 와중에도 ‘우리 사람 챙기기’ 인사 원칙은 꿋꿋하다. 그러다 보니 매번 돌려막기식 회전문 인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과거 정권의 회전문 인사를 비판하다가 똑같은 구태를 답습하고 있다. 국정 혼선을 책임지는 차원에서 쇄신 인사를 꾀한다면 시야를 넓혀야 한다는 건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지금이라도 회전문 인사의 폐해를 인정하고 자리에 걸맞은 경험과 지식, 덕망을 쌓은 적임자를 찾아 나서야 한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한 번쯤은 ‘제대로 된 쇄신’이란 평가를 받는 개각이 이뤄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