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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변이 코로나에 뚫린 K방역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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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정부의 방역 무능 사례가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영국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 방역망이 뚫렸다. 병상 부족으로 요양병원에서 사망자가 속출했으며, 추미애 법무부 장관 산하 구치소에서는 집단감염 패닉이 연출됐다.

느슨한 대처로 변이 코로나 이미 상륙 #요양병원·구치소 집단감염도 속수무책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어제 영국에서 지난 22일 입국한 일가족 3명의 검체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방역 당국이 23일부터 영국발 직항기의 입국을 31일까지 막았지만, 하루 전에 이미 뚫렸다는 얘기다.

영국 정부가 세계보건기구(WHO)에 전염력이 70% 높은 변이 바이러스 발생을 알린 지난 15일부터 어제까지 모두 12명이 입국했다. 이 바이러스가 퍼진 유럽발 입국자는 더 많다. 당국의 입국 금지 조치가 늦어지면서 변이 바이러스가 국내에 이미 상당히 퍼졌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방역 당국은 영국 이외의 다른 위험 국가에서 오는 입국을 금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일본은 28일부터 1월 말까지 외국발 입국을 원칙적으로 불허하는 강력한 방침을 발표했다. 지금이라도 영국발 직항기 입국 금지 조치를 1월 말까지 넉넉히 연장하고 경유·우회 입국자도 막아야 한다.

정부 주도 방역의 실패 사례는 더 있다. 당국은 전담 병상에 여유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동일집단(코호트) 격리 중인 요양병원에서 병상 대기 중에 숨지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제발 좀 옮겨 달라”는 비명이 끊이지 않는다. 28일 0시 기준 누적 사망자는 819명인데 12월 들어서만 310명(37%)이 희생됐다. 당국의 부실한 병상 대책이 초래한 비극인 셈이다.

서울 동부구치소 집단감염은 법무부의 무능·무책임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11월 27일 첫 확진자에 이어 이달 5일 추가 확진자가 나왔는데도 19일에야 현장 대책본부를 설치했다. 해외에서는 연초부터 구치소 집단감염 사례가 나왔지만, 법무부는 수수방관했다.

특히 추미애 장관은 최근까지도 윤석열 검찰총장 몰아내기에 집중했다. 확진자가 700명을 넘어 ‘국내 단일 시설 최다’라는 오명을 얻고도 추 장관은 방역 실패에 대해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있다.

이런 사례만 보더라도 민간보다 정부 책임이 큰데도 정세균 총리는 어제 “국내 확진자의 약 25%는 40~50대가 가족에게 전파하는 패턴”이라며 “가족 안전은 스스로 지켜 달라”고 촉구했다.

그제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당·정·청 회의에서 구체적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집단면역은 다른 나라와 비슷하거나 우리나라가 오히려 빠를 수 있다”고 말해 빈축을 샀다. 백신 확보 전략 실패를 무마하려다 불신만 키웠다. 국민의 인내를 계속 요구하기 전에 정부부터 제 역할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