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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에 밉보인 죄, 마윈의 앤트그룹 사실상 해체 명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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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마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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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馬雲)이 품었던 ‘금융제국의 꿈’이 깨질 위기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은행감독위원회·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간편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를 운영하는 앤트그룹 임원들을 불러 “기본으로 돌아가라”고 요구했다고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통신이 27일(현지시간) 전했다.

인민은행 “기본으로 돌아가라” #신용평가업 정리 등 개편 주문 #마윈, 규제 비판 뒤 당국 압박 가속 #앤트그룹 “가능한 빨리 사업 정리”

블룸버그에 따르면 인민은행은 앤트그룹의 신용 사업과 보험·자산운용 등에서 “(잘못을) 바로 잡으라”고 주문했다. 또 개인정보 보호를 내세워 앤트그룹의 신용평가업을 정리할 것을 요구했다.

인민은행 등이 드러내 놓고 앤트그룹의 해체를 요구하는 단계까지 가지는 않았다. 다만 “비즈니스를 전면적으로 개편하는 필요성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한 사모펀드 매니저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중국 관료의 말하는 습관 등에 비춰 ‘전면적인 개편’이나 ‘필요성을 인식할 필요’ 등은 사실상 명령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중국 금융당국이 사실상 앤트그룹의 해체를 명령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앤트그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인민은행이 사업 쇄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며 “특별팀을 구성해 가능한 한 빨리 사업을 정리하고 규제 요건을 완전히 만족하게 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최근 두 달 사이 중국 당국은 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을 파상적으로 압박해왔다. 앤트그룹의 기업공개(IPO)와 증시 상장 계획도 막았다. 그러면서 기업 지배구조가 투명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법규의 틈을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민은행은 앤트그룹이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경쟁사를 배제하고 소비자 수억명의 이익을 침해했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지난 24일 알리바바의 반독점 행위 여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지난 26일에는 알리바바에 조사관을 보내 실태 조사를 했다고 블룸버그가 중국 저장성 지역 매체를 인용해 전했다. 마윈이 중국 금융당국의 규제가 지나치게 보수적이라고 비판한 이후 중국 당국의 압박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마윈은 지난 17년간 앤트그룹을 통해 대출·보험·자산운용 시장에 진출했다.

성탄절 전날인 지난 24일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한 알리바바 주식(ADR·주식예탁증서) 가격은 전날보다 13.34% 급락한 222달러에 마감했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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