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핵심산업, 디지털과 그린으로 변해야 살아남는다

중앙일보

입력 2020.12.2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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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5대 산업 전망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은 “생존을 건 진짜 싸움은 지금부터”라고 예고했다. 사진은 포스코케미칼 에너지소재연구소에서 배터리 셀 품질 테스트를 하는 모습. [사진 포스코케미칼]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은 “생존을 건 진짜 싸움은 지금부터”라고 예고했다. 사진은 포스코케미칼 에너지소재연구소에서 배터리 셀 품질 테스트를 하는 모습. [사진 포스코케미칼]

올해 국내 산업 현장은 유례없는 위기를 한꺼번에 맞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초저유가, 세계 공급망 재편이 동시에 닥쳤다. ‘버티느냐, 무너지느냐’의 싸움이었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분석
산·학·연 전문가 70여 명 조언
미래차로의 빠른 전환과 탄소중립
R&D 강화, 벤처 생태계 조성 강조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은 “생존을 건 진짜 싸움은 지금부터”라고 산업계에 예고했다. KIAT는 지난 10개월간 한국 주력 산업의 현재를 진단하고 중장기 대응 전략을 모색한 내용을 28일 공개했다. 석영철 KIAT 원장은 “코로나19 상황에도 불구하고 온·오프라인을 통해 산·학·연 전문가 70여 명이 참여했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 밸류체인(공급망) 분석과 국내·외 동향, 기업 활동 조사, 산업 연관 분석 등을 수행했다. 분석한 내용은 현장 전문가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수정·보완했다”고 덧붙였다. KIAT가 자동차(부품 포함), 기계, 정유·화학, 섬유, 철강 등 국내 5대 산업에 제시한 처방은 “살아남으려면 변해야 한다”로 요약할 수 있다.

①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현대자동차가 투자한 전기차 스타트업 카누의 구독형 자율주행 차량. [사진 카누]

현대자동차가 투자한 전기차 스타트업 카누의 구독형 자율주행 차량. [사진 카누]

세계 자동차 시장 규모는 2017년 9500만 대로 정점을 찍은 뒤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올해 미국·중국·유럽연합(EU)은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를 주행거리 1㎞당 100g 이하(이산화탄소 기준)로 강화했다. 2027년이면 전기차 비중이 전체 자동차 생산 비중의 5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국내 기업은 변화의 속도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와 부품 제조기업의 영업이익은 최근 급격히 감소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밸류체인을 공동으로 연구·개발(R&D)하고 ▶부품 기업이 미래차 사업으로 전환하는 것을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관련 기반 설비와 전문 인력의 확충도 제안했다.

② 기계

하체 위에 탑승 공간을 마련한 박스 형태다. 오른쪽은 지난달 ‘2020 대구 국제기계산업 대전’에서 현대로보틱스 산업용 로봇이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리는 작업을 하는 모습. [뉴스1]

하체 위에 탑승 공간을 마련한 박스 형태다. 오른쪽은 지난달 ‘2020 대구 국제기계산업 대전’에서 현대로보틱스 산업용 로봇이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리는 작업을 하는 모습. [뉴스1]

기계 산업은 기술 장벽이 높다. 전문 인력에 대한 의존도도 높은 편이다. 국내 기계 산업 생산은 2015년 100조원을 돌파한 이후 꾸준히 성장해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 코로나19로 대규모 건설 사업이 중단되면서 국내·외 기계 수요가 크게 줄었다. 국경 간 이동 제한으로 수출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KIAT는 ▶중소·중견기업의 인수·합병(M&A)을 촉진하고 ▶소재·부품·장비의 기술 독립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친환경·저탄소·디지털 전환도 국내 기계 산업이 넘어야 할 고비다. KIAT는 ▶산업 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없애고 ▶전동화 장비의 도입과 개발 인프라를 구축하고 ▶관련 R&D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해외 시장 동반 진출, 기술 멘토링 등도 중요하다고 KIAT는 덧붙였다.

③ 정유·화학

주력 산업 진단과 향후 과제.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주력 산업 진단과 향후 과제.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국내 정유·화학 산업은 ‘삼중고’를 겪고 있다. ▶세계적인 원유 공급 증가 ▶미·중 무역 갈등과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부진 ▶저유가로 인한 수익성(정제 마진) 악화다. 정유 산업의 중심축이 나프타 분해시설(NCC)로 이동하는 것은 국내 정유업계가 피할 수 없는 변화다. 글로벌 석유 기업과 중국의 대형 정유사를 중심으로 정유와 석유화학을 통합한 ‘COTC’(Crude oil to Chemicals)의 설비 투자를 확대하는 점도 국내 업계를 위협하는 요인이다. 원유를 생산하는 현장에서 바로 정유와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 정유·화학업계는 산유국에서 수입한 석유에 의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부가가치 화학 소재로 다변화하고 이를 뒷받침할 벤처 생태계 조성을 서둘러야 한다고 제안했다. 신화학 공정 소재 기술의 R&D를 지원하고 데이터베이스(DB)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 ‘탄소중립’ 정책에 맞춘 장기적인 산업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KIAT는 지적했다.

④ 섬유

섬유 산업도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의류 등의 소비 심리가 얼어붙으면서다. 해외 수요가 급감하고 수출 단가도 하락하면서 수출도 부진한 상황이다. 국내 섬유업계는 고성능 섬유에 대한 경쟁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청년층이 섬유업 생산현장에서 일하기를 기피하는 현상도 심해지고 있다.

KIAT는 산업용 첨단 섬유 소재를 중심으로 시장을 재편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탄소중립 혁신 소재 등을 개발할 수 있게 R&D 지원을 늘리는 것도 필요하다. KIAT는 ▶첨단 소재 관련 인력의 교육 투자를 확대하고 ▶업사이클링(재활용품 활용) 스타트업을 육성할 것도 제안했다.

⑤ 철강

2015년 8500만t을 돌파했던 한국 철강 생산량은 최근 7800만t으로 줄었다. 해외 시장에선 무역규제가 심해지고 내수 시장에서 철강 수요는 정체 상태다. 코로나19로 세계 철강 수요가 급감하면서 철강업계의 위기감은 커졌다. 철강 생산 과정에서 탄소를 많이 배출하기 때문에 친환경 규제의 ‘타깃’이 되는 점도 철강업계에는 부담이다. 철강업계의 친환경·디지털 전환이 필수인 이유다. 전문가들은 고기능성 철강 소재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게 관련 R&D와 실증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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